▲ 박맹수 교수(원불교학과)
 박맹수 교수님께서는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원장 직책을 맡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불교사상연구원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낯설어 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 같은데,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원불교사상연구원은 1974년에 우리대학의 '교책策)' 연구기관, 즉 원광대학교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으로 설립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교적(巨校的) 차원에서 원불교사상연구원을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원 원장은 당연히 역대 총장님들이 늘 맡아 오셨습니다.
 원불교사상연구원을 설립한 목적은 우리대학을 설립한 원불교(圓佛의 교리 사상과 역사, 그 실천 활동 등을 세계적 시야에서 연구해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함입니다. 뿐만 아니라, 원불교는 '모든 종교는 근원적 차원에서 하나의 진리를 지향하고 있다'는 종교다원주의 관점을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도 기독교, 불교, 유교, 천주교, 천도교 등 이웃 종교와의 대화와 협력 및 교류 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굉장히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떤 연구가 있을까요?
 우리 연구원이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2016년 10월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 지원 사업에 선정된 <근대문명 수용과정에 나타난 한국종교의 '공공성' 재구축>(이하, 공공성 재구축 프로젝트)라는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이 연구 프로젝트는 2016년부터 향후 6년간 매년 2억 2천만 원을 지원받는 연구 사업으로, 현재 2년차 연구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1년차 연구 성과는 『근대한국 개벽종교를 공공하다』(모시는 사람들, 2018)라는 제목으로 이미 출간됐습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이 '공공성 재구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동연구원 5명, 전임연구원 3명 등 8명의 연구원이 혼연일체가 돼 매월 전문가 콜로키움(Colloquium, 토론회·세미나 등의 연구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에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알려진 미야지마 히로시(전 도쿄대학 교수, 현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 교수님을 초빙해 '유교적 근대론'을 주제로 제12차 콜로키움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연구원에서는 차세대 전문가 양성을 위해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부터 '수요 공부모임'을 3년째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 공부모임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대학생과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대학교수 및 일반 시민 등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원불교사상연구원 활동에서 특별히 주목할 것은 연구 성과를 일반 시민들과 공유하는 차원에서 두 개의 시민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광주인문학교육연구소'와 공동으로 <동학으로 보는 우리 근대>라는 주제의 시민강좌와 익산시 동산동에 소재한 '원불교동산수도원'과 공동으로 <근대 한국종교와 공공성>이라는 주제의 시민강좌가 그것입니다. 두 강좌 모두 청중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끝으로 소개하고 싶은 업적은 연간 네 차례 발행되는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라는 학술지 발간입니다. 이 학술지는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의 '등재지' 평가에서 2회 연속 합격 판정을 받아 3년 후에는 최우수 학술지로 승격될 자격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세계적인 학술지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최근 교수님께서는 『동학으로 가는 길 : 이야기와 함께하는 우리가족 동학답사기』를 MBC 이승현 PD와 한국방송작가협회 송보나 씨와 공동 출간하셨습니다. 동학이 현대인들에게, 그리고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동학(東學)은 1860년에 경북 경주 출신 수운 최제우 선생이 만든 '우리 종교 또는 우리 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동학'의 '동(東)'의 의미를 쉽게 설명드린다면, '제 나라, 제 땅에서 제대된 생각을 가지고 제대로 된 세상,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요컨대, 자기 땅·자기 역사에 가장 어울리는 철학이 바로 동학의 참뜻이지요. 그러므로 동학은 과거에 지나가 버린 사상이 아니라,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대학의 모든 재학생들에게 저는 '동학을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또한 동학은 2016년에 우리 모두가 이룩한 '촛불 혁명'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1894년의 동학혁명의 사상적, 조직적 기반이 됐습니다. 동학혁명은 앞으로 프랑스혁명과 함께 세계사를 빛낸 '아래로부터의 혁명'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동학으로 가는 길 : 이야기와 함께하는 우리가족 동학답사기』를 쓰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가장 인상에 남았던 일은 답사기를 쓰기 위해 저 멀리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갑둔리(동학의 경전 동경대전 간행지), 고성군 죽왕면 고봉리 왕곡마을(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 은거지)로 답사를 갔을 때 일입니다. 그 답사에는 서울에서 다양한 시민운동을 하시는 여성분들도 참여했어요. 현지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두 군데 모두 조촐하기는 했지만 기념비가 세워져 있기 때문이죠.
 우리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동학에 대한 기억이, 동학혁명에 대한 기념사업이 하나하나 강원도에서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동학혁명'하면 전라도나 고부, 전봉준 등 세 단어밖에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동학혁명은 전라도에 그치지 않은 전국적 규모의 대혁명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우리대학 재학생들이 꼭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우리대학에서『원광대학교 70년사』를 얼마 전 발간했습니다. 단순히 교내의 역사를 담은 수준에 그치지 않고, 72년 동안 이어져온 대학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원광대학교 70년사』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15만 동문 선배님들, 그리고 초창기 우리대학을 일궈주신 선배 교수님과 교직원 선생님들의 눈물과 땀이 빚어낸 '생생하게 살아 있는' 원광의 역사를 담아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70년사는 본권과 별권 두 권으로 나왔는데, 『원광대학교 70년사』라는 제목의 본권에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10년간의 역사를 자세하게 담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 시기가 우리대학 70년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임과 동시에 가장 큰 규모의 '개혁'이 이루어진 시기였기 때문에,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그 고통스런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왔는가를 실감 나게 그려보고자 했죠.
  
 이번 『원광대학교 70년사』에는 전에 없던 '별권'이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E-Book으로도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가 생기게 된 연유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작년 3월, 70년사 편찬위원회가 발족되고 나서 편찬위원으로 참여하신 교수님들과 대학본부의 각 부처 과장님들을 모시고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회의 결과, 회의에 참여해주신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단순히 책꽂이에 장식용으로 꽂혀 있는 70년사가 아니라, 2만여 재학생들과 15만 동문 선배님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하나 만들자"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바로 그것이 『대한민국의 원광, 세계를 향해 열리다』라는 별권이 탄생하게 된 배경입니다. 따라서 별권은 그야말로 편찬위원님들의 '집단지성'이 창조해 낸 커다란 결과인 셈입니다.
 별권에는 우리대학의 건학 이념에서부터 시작해, 대학 초창기에 원광의 학풍을 세워 주신 교수님들, 15만 동문을 대표해 각계각층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계신 동문 선배님들, 그리고 대학 구석구석에 어린, 감동 깊은 사연들을 수록했습니다. 또한 전자책으로도 간행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우리대학 모든 구성원들의 '창조적인 의지'를 담고자 했죠.
 전자책으로 간행하게 된 것은 김도종 총장님의 강력한 의지 덕분입니다. 총장님께서는 편찬위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수차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려면 '글쓰기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하시면서 70년사를 전자책으로 간행하라고 독려하셨습니다. 독려와 함께 전자책 간행에 필요한 제반 사항에 대해 아낌없이 지원도 해 주셨어요. 그래서 편찬위원회에서는 대학 안팎의 전자책 전문가를 초빙하여 세미나를 거듭하고, 우리대학 출판국과 기록실의 헌신적인 협조를 받아 무사히 전자책을 간행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세대'인 재학생이 꼭 우리대학 홈페이지에 들어와 전자책으로 된 교사(敎史)를 읽어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원광대학교 70년사』는 지난 60년사와 다르게 10년간의 세세한 역사를 다뤘습니다. 10년 동안 우리대학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2011년 9월 5일에 우리대학은 정부 교육부의 대학평가에서 하위평가를 받음으로써 재정지원제한대학 및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9.5 학치(學恥)'입니다. '9.5 학치'로부터 5년 동안 우리대학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체 개혁을 단행했고, 마침내 2015년에 최우수대학으로 우뚝 올라섰습니다. 이처럼 지난 10년간 우리대학은 그야말로 지옥 같은 시기를 거쳐 천당으로 올라오는 '대변화'를 거쳤어요. 바로 그런 '대변화'의 시기에 우리대학 학생들을 포함해 교수님, 교직원, 동문 선배님, 나아가 대학 법인 등이 혼연일체가 돼 대개혁을 이루어내는 '위대한' 역사를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원광대학교 70년사』를 완성하시고 나서 가질 수 있었던 보람이 남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감이 어떠셨나요?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가장 큰 보람은 우리대학이 지난 70년간 쌓아온 역사는 그 어떤 대학에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자랑스러운 역사였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확인했다는 데 있습니다. 한마디로 70년사 편찬을 하고 나서 우리대학에 대하여 그전보다 훨씬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 구체적인 내용들은 『대한민국의 원광, 세계를 향해 열리다』에 들어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도 꼭 읽어 주길 기대합니다. 읽고 나면 '내 안에 내장된 세계적 보물, 우리대학 안에 내장된 우주적 보물'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사실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꿈이라면, 별권 『대한민국의 원광, 세계를 향해 열리다』를 원광인 모두가 애독하는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역사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역사는 남이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내 역사는 나만 혼자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역사라는 것은 오늘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서야 비로소 역사가 됩니다. 그러므로 나의 하루하루가 바로 나의 역사인 것이죠.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의 역사, 하루하루가 쌓여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우리 모두가 나의 역사를 바르게 써 가는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강동현 기자 kdhwguni1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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