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신문>에서는 대학생활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에 대해 학우들의 목소리를 모아봤다. 여러 목소리 중에서 조별과제에 대한 에피소드 4개와 기숙사에서 겪은 에피소드 2개를 대표로 소개한다. /편집자

 무임승차형
 영상 제작 수업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과목의 특성상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역할을 나눠야 했습니다. 저는 포토샵으로 자막을 만드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영상의 주제로는 조장의 아이디어가 채택됐고, 편집과 총괄 모두 조장인 제 친구가 맡아했습니다. 다른 인원들은 영상 자체에 출연하는 사람과, 편집인원으로 나눴어요. 영상 촬영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여기까진 순조로웠어요.
 그러나 영상 초반에 들어갈 로고를 만드는 작업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로고를 맡은 조원이 포토샵을 다룰 줄 모를 뿐만 아니라, 영상 분위기와 동떨어진 로고를 만들어 왔습니다. 조장은 이 조원과 같이 작업했는데, 계속해서 "일이 있어 가야 한다", "지루하다" 등의 말을 늘어놨다고 합니다. 결국 로고는 포토샵을 다룰 줄 아는 제가 전면 수정해 영상에 사용하게 됐습니다.
 충돌은 또 일어났습니다. 발표에 필요한 PPT를 그 조원이 담당하게 됐는데, 이번에도 로고와 연관이 없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PPT를 만들어왔습니다. 조원들과 상의해 "수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으나, 오히려 "그럴 거면 니가 다시 해"라는 말을 들었고, 결국 저와 조장은 처음부터 다시 PPT를 만들었습니다. 그 조원의 이름을 빼자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자신이 한 것을 수정한 것뿐 아니냐"며 자신의 이름을 넣었습니다. 마침내 조별과제는 그 조원의 손길이 닿지 않은 로고와, PPT에 그 조원의 이름이 넣어진 것으로 조별과제가 마무리됐습니다. 정말 화도 나고 허탈하기도 한, 그런 사건이었죠.

 나혼자산다형
 저는 이번에 입학한 새내기입니다. 저와 동갑인 최악의 기숙사 룸메이트를 소개합니다. 저희 방에서는 썩은 냄새가 납니다.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더 향기로울 정도로요. 친구들은 제 방에 들어오길 꺼려 할 정도입니다. 냄새의 원인은 룸메이트입니다. 정확히는 룸메이트의 땀 냄새 때문인데요. 잘 씻지도 않고, 수업이 있는 날 겨우 머리는 감는 거 같은데, 수업도 맨날 공강인가 봅니다. 수업에 들어가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제가 수업을 다녀오면 창문은 꼭 닫혀있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하는 룸메이트를 보면 울고 싶어요... 제 남자친구가 제 고민을 듣고 디퓨저도 선물해줬지만, 냄새에 묻혀 무용지물이었어요. 탈취제는 매일 뿌리고, 창문과 현관문을 열어도 보지만, 그럼 뭐 하나요. 룸메이트가 씻질 않는데요! 지금은 빨래를 널면 룸메이트의 냄새가 밸까 봐 빨래도 못 널고 있는 실정입니다. 날은 점점 더워지는데, 에어컨은 틀어주지 않고, 그렇다고 룸메이트가 씻을 거 같지도 않을 거 같아 걱정입니다. 이미 한 번 바뀐 룸메이트라서 종강 때까지 참아야 하는데 종강이 너무나 멀게 느껴집니다.

 연락두절형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과 조별과제를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반나절 정도요? 그 정도면 양호한 겁니다. 저는 사흘 동안이나 연락이 되지 않았답니다.
 한 교양과목에서 저보다 한 살 많은 형과 같은 조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다른 조원들은 파릇파릇한 18학번들이라서 저와 형 둘이서 일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나만 믿어' 식으로 말하던 형은 막상 역할이 부여되자 연락이 뜸해졌어요. '무슨 사정이 생겼다' 등의 이유를 대면서 말이죠.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일이 생기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고, 어느 날 연락이 끊겼습니다. 자료는 걱정 말라는 마지막 말을 남겨두고서요.
 다가오는 발표날에 모두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자료를 가져오겠다는 형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1'.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 나타나지 않는 그. 무려 사흘째 되던 날까지. 결국 발표날이 찾아오고 저희는 급하게나마 준비했지만, 좋은 점수는 물 건너갔습니다. 그 형이 뻔뻔스럽게 모습을 나타낸 건 발표가 끝나고 나서였습니다. 울적해서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본인이 울적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까지 울적하게 만드는 게 맞나요? 사람을 믿은 제가 바보였다는 생각만 드네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유형입니다.

 연애중계형
 저는 기숙사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2학년 올라가는 남자입니다. 제 룸메이트를 소개해 드릴게요. 제 룸메이트는 키가 크고, 목소리가 큽니다. 허스키하면서도 담배연기 섞인 그런 갈갈한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이 친구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어요. 저는 직접 만난 적이 없지만, 그녀에 대해서라면 남자친구 다음으로 잘 알고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왜냐고요? 이 친구가 실시간으로 중계방송을 해주거든요.
 저도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통화는 복도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친구는 생각이 좀 다른 거 같네요. 사귄 지 얼마 안 된 커플이 하듯 하루 종일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안달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통화를 해대니, 저도 참을 만큼 참다가 그만 좀 하라고 화를 냈습니다. 하루 정도는 조용히 하더니 다음 날부터 다시 달콤한 말을 속삭여 대네요. 저는 정말 미칠 거 같습니다. 이어폰을 끼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누가 이 버터 같은 친구 좀 데려가 주세요.

 총체적난국형
 조별과제에서 답답한 조원들과 팀원이 된 적이 있었어요. 4명이서 PPT를 만들어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처음에 다 같이 모여 만든 PPT는 막내인 제가 봐도 답이 없어 보였어요. '차라리 내가 새로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원들에게 "새로 만들어 올테니, 자료를 부탁한다"고 말했죠. 그때가 월요일 7교시였어요.
 자료를 가지고 다시 모이기로 한 목요일 점심시간이 됐는데 약속 장소에 한 명도 없는 거예요. 두 명은 늦게라도 왔지만, 다른 한 명은 기차를 타고 이미 익산을 떠난 뒤였습니다. 그때 당시 '아니, 이 사람들은 한 것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비협조적이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모인 3명이라도 진행하자는 심정으로 PPT 대본을 짰는데요. 다들 집중해주지 않고, 나 혼자만 열심히 하는 거 같아서 저도 의욕이 사라졌습니다. 그냥 각자 파트를 나누고 주말에 하는 걸로 연기했어요. 결과는 불 보듯 뻔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조원들을 만날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난감과제형
 제가 겪었던 난감한 조별과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한 수업에서 외국인을 인터뷰해 오라는 과제를 받았습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게 목적이었어요. 저희는 북한 사람과 카자흐스탄 사람 중에 한 분을 취재해야 했어요. 북한 사람은 경찰관을 동행해야 취재가 가능하다고 해서 포기했고요, 카자흐스탄 사람은 국제교류과까지 찾아갔지만 부담스럽다고 거절하셨습니다. 마침 다른 조에서 포기한 베트남 사람을 취재하는 기회가 남았습니다.
 다행히 60주년 기념관에서 만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인터넷에 더 잘 나와 있는 데 왜 취재를…"이라 말씀하시며 당황해하셨지요. 감사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나 다시 그분을 찾으러 다녔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보이지 않으셨어요. 그분을 찾던 와중에 다른 베트남 사람을 만나서 "사진 한 장만 부탁한다"고 요청드렸습니다. 그러자 그분께서는 "저 바빠요!"를 외치고 사라지셨습니다. 결국 사진을 찍지 못한 저희 조는 꼴등을 하게 됐습니다. 전공인데… 망했네요. 이제 시작하는 새내기에게는 너무나 난감했습니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강동현 기자 kdhwguni16@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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