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경향신문> '중독된 사회'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이은지 기자 (2013년 1월 18일)

 중독이란, 어떠한 것에 심리적 의존이 있어 계속 물질을 찾는 행동을 하고, 신체적 의존이 있어 복용을 중단하지 못하며,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은 특정한 의존 대상이 없어도 자신의 일이나 인간관계, 취미와 여가생활 등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중독자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균형 유지에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어떤 것을 절제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독자들이 우리 사회에 600만명 이상 분포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독의 폐해
 중독의 증상으로는 행동의 양과 횟수가 많아지는 '집착'과, 하지 않으면 신체적·심리적 불편함이 발생하는 '금단' 두 가지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처음부터 주의하여 적절한 범위 내에서만 행동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정 범위를 넘어 어떠한 것에 과하게 의존하게 되면, 뇌의 보상회로가 고장이 나서 조절력을 상실하게 되고,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또는 법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중독'으로 발전하게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알코올 중독자의 수는 약 155만명에 달한다. 또한, 알코올 중독과 함께 4대중독으로 알려진 인터넷 중독자의 수는 233만명, 도박 중독자는 220만명, 약물 중독자가 1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8명 가운데 1명은 중독자인 셈으로, 우리 사회는 심각한 수준의 중독사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우리는 '중독의 폐해'를 일상 속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재작년 12월에는 알코올로 인한 정신병적 장애로 환각, 망상에 사로잡힌 알코올 중독자가 자신이 살해당할 위협에 처해 있다는 피해망상으로 어머니를 살해해 구속됐으며,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차와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중독의 원인은 환경
 이처럼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중독'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의 일상생활은 물론, 타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끊지 못하는 것일까?
 캐나다의 임상 심리학자인 브루스 알렉산더 박사는 1980년 인간과 가장 비슷한 신경계를 가진 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쥐 공원' 실험을 통해, 약물 중독의 원인이 약물의 성분이 아니라 환경에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알렉산더 박사는 쥐들을 각각 다른 환경의 공간에서 약물을 노출시켜 실험을 진행했는데, 쥐들이 좋아하는 치즈와 밝은색 공이 있는 번식이 가능한 넓은 '쥐 공원' 속의 쥐들은 마약 음료의 섭취를 거부한 데 비해, 더럽고 비좁은 '일반 공원' 속에 갇힌 쥐들은 마약 음료를 쥐 공원의 쥐들보다 16배나 많이 섭취했다. 또한, 양측 쥐들 모두가 57일간 마약 음료만을 제공받아 약물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었을 때도 쥐 공원의 쥐들은 마약 음료를 거부했고, 일반 공원의 쥐들은 마약 음료만을 찾았다.
 한편, 베트남 전쟁에서 헤로인에 중독된 군인들이 전쟁터를 떠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자 90%가 손쉽게 약을 끊은 사례와, '쥐 공원' 실험을 근거로 알렉산더 박사는 마약 자체에 강한 중독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 스트레스가 중독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적이나 취업 등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흡연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일시적인 중독부터 생활비나 수술비 등 삶에 가장 가깝게 이어져 있는 돈의 문제로 꾸준히 음주를 이어가는 장기적인 중독까지 대부분은 현실의 문제, 즉 환경적인 요소에서 벗어나거나 회피하기 위해 중독의 길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우리대학 원예산업학과에 재학 중인 ㅈ 씨는 "성적이나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SNS로 풀고 있다"며, "문제를 나중으로 미루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자제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주어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무언가'에 의지한다. 그것은 빠르게 달리는 일상에서 한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이자 힘든 하루를 무사히 보내게 하는 활력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활력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우리가 힘겹게 보내는 오늘보다 더 버거운 하루를 선사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중독의 길에 들어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들어선 길이 바른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중독이 나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스스로 자제하고 정도를 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중독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최근에는 중독자들이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한 일상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사회단체나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소년뿐 아니라 대학생 등 성인을 대상으로도 금연 캠페인을 벌여 흡연자들의 중독 극복 의지를 북돋아주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중국에서는 스마트폰을 보고 걷는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겪는 일이 많아 스마트폰 보행족을 위한 전용도로까지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 보행 사고가 꾸준히 늘고 있어 경고용 바닥 신호등을 설치해 사고를 방지하거나,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서비스인 '사이버안심존' 앱을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5∼7걸음을 이동할 경우 화면이 자동으로 잠기는 스몸비 방지 기능을 추가하는 등 간접적인 제재를 가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다.
 일상생활에 깊게 녹아든 무언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단번에 끊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꾸준히 천천히 노력한다면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다. 우리는 중독을 야기하는 '무언가'에 과도한 집착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다른 것처럼 우리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아침 일찍 운동을 다녀오는 것, 아침식사를 꼭 챙겨 먹는 것, 지나가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이처럼 알코올이나 담배, 커피와 스마트폰의 중독과는 거리가 먼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도 지속적으로 시행하면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명선 기자 sjfkd1919@wku.ac.kr
  오진향 수습기자 oh96223@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