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에 들뜬 여대생의 마음은 과연 누가 붙잡아 주려는지, 유난히 길었던 추위 뒤로 찾아온 따뜻한 봄 날씨에 나는 어디든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을 가고 싶었다. 때마침 따뜻한 봄을 맞아 지방축제가 많이 열렸다. 그 중에서 필자는 지인 세 명과 수박, 풍천장어, 복분자 등으로 익숙한 고창을 찾게 되었다.

 우선 고창하면 모양성을 빼놓을 수가 없기에 번화가에서 멀지않은 모양성을 찾아갔다. 고창읍성이라고도 불려지는 모양성은 1453년 일본의 침략을 막기 위하여 축성한 자연석 성곽이다. 우리 일행은 성곽을 따라 걸으며 이번 여행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서로 철쭉과 엉기어 사진을 찍었다.

 모양성 입구에서 모양성제는 가을에 열림을 이미 알았지만 행사가 중요하랴, 이미 만발한 꽃더미에 하나 아쉬움이 없었다. 성곽을 둘러보니 잔디밭에서는 마치 노란 병아리 떼를 연상시키는 유치원생들이 봄 소풍을 만끽하고 있었다.

 봄내음에 취한 우리에게 청보리밭 축제는 또 다른 호기심이었다. 거리마다 걸려있는 청보리밭 축제 안내에 이끌려 읍을 벗어나 30분정도 이동했다. 이미 2차선 도로를 지나오느라 무료함에 지친 필자에게 광활하게 펼쳐진 청보리밭 풍경은 녹색 도화지를 바로 눈앞에 펼쳐 들고 있는 듯 한 착각이 들게 했다.

 특히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 일대의 그곳은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알프스 산맥도 부럽지 않았다. 푸르른 녹색일색의 청보리밭은 사이사이에 걸어 다니면서 지루하지 않도록 향토작가의 조각 작품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었다.

 유명세를 타지 않은 지방축제임이 내심 마음에 걸렸을까 세워진 동상 앞에 있던 안내표지판도, 부러진 채로 청보리밭 속에 파묻힌 동상조각도 관리인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듯 보였다.

 그제서야 설렘이 가라앉고 여실히 드러나는 지방축제의 허술함과 부실함이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청보리밭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학원농장을 찾아갈 때는 학원농장이라고 써진 작은 표지판 밑에 청보리밭 축제라고 써진 안내를 보고 쉽게 찾아갈 수 있었지만, 구불구불하고 좁은 시골길을 국도 이정표만 보고 다시 읍내로 접어들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제를 찾아오는 길은 쉽지만 돌아가는 길은 알아서 가라는건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엄두도 못 낼 거리와 더위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들이 한번 즐기지 못했다. 그러나 고창의 매력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간직하며 앞으로 열릴 크고 작은 지방축제에도 많은 관심이 생겼다.

 앞으로 고장마다의 특색을 갖춘 각종 축제들이 번성하여 오래토록 자리 잡길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고창의 청보리밭 축제는 아쉬운 점보다 많은 생각을 갖게 한 여유로움을 배워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는 딱딱한 빌딩들이 즐비한 곳에서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마음이 숨쉴 수 있는 그런 편안한 곳을 찾고 싶다.

김 예 승 (정치행정언론학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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