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남기는 일기장, 브이로그

 '풀썩' 소리와 함께 침대에 눕는 우리대학 2학년 ㄱ 씨. 스마트폰 속 '유튜브' 앱을 켜 하단의 구독 버튼을 누른다. 화면을 죽 내려 '집순이의 일상 Vlog'라는 제목의 영상을 클릭한다. 핸드폰의 영상 속 인물은 아침에 침대 속에서 일어나 밥을 차려먹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약속 장소를 향해 걸어가는 자신의 발걸음과 지하철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등 자신의 하루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ㄱ 씨가 보고 있는 영상은 유튜브 조회 수 33만 회를 기록한 한 브이로거의 일상을 기록한 브이로그(Vlog)다. 브이로그가 무엇이기에 유튜브 조회 수 33만 회를 기록했을까?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말하며, 브이로거(Vloger)는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사람을 말한다.
 예컨대, 브이로그는 글로 써서 남기는 일기장이 아니라 영상으로 남기는 일기장이다. 그렇다면, 브이로그는 유명한 사람이거나 특별한 일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만들 수 있는 콘텐츠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인기 속 방영 중인 '나 혼자 산다'의 일반인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젊은층 사이에서, 사진과 텍스트를 합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은 또 하나의 놀이로 승화되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촬영하고, 편집하며, 공유하는 과정이 그들에게 재미있는 문화로 소개되어 널리 퍼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나도 브이로거
 흔히, 무거운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영상을 전문 프로그램으로 편집을 해야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 분야를 보여주기 위한 영상이라면 모를까, 브이로그는 스마트폰 카메라 어플로 필터를 입혀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영상 편집 프로그램 어플로 각종 자막과 효과를 주고 섬네일(미리 보기)을 지정하면 나만의 브이로그가 완성된다.
 브이로그는 일상을 담은 영상이다. 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면 그 무엇이든 브이로그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개강과 종강, 그리고 시험기간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캠퍼스 라이프', 스스로 요리하며 청소하며 살아가는 '자취', 바쁜 평일 업무를 마치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주말 일상' 등 내가 겪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브이로그의 주제로 제작되며,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구독자들을 위해 세로로 브이로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야말로 내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담아내는 것들이 나의 일상이 되고, 브이로그가 된다.
  '나와 같다'에서 시작한 브이로그의 인기
 '친구도, 지인도 아닌 남의 일상을 영상으로 본다'는 말이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유튜브에서는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이다. 브이로그의 인기 요인은 '특별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브이로거들은 부스스한 모습으로 꾸밈없이 나의 평범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영상을 시청하는 구독자들은 나와 다를 바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댓글을 달며 직접적인 소통을 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서 구독자들은 브이로거에게 친구와 같은 느낌을 받으며 위로받고 힐링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1985년생부터 1997년생까지를 '픽미세대(사회에서 선택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대를 일컫음)'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브이로그를 제작하거나 구독하는 사람들 중에는 모바일과 영상이 익숙한 젊은 세대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그들은 물질적 풍요보다는 여행이나 취미, 음식에 관심이 많고 이를 SNS에 올려 공유하고 과시하는 것을 즐긴다"고 언급했다.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라 오랫동안 집중하는 것을 쉽게 지루해 하는 대신, 짧고 파편적인 콘텐츠는 빠르게 흡수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취미로 또는 재미로 하나씩 찍었던 영상들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그 당시의 추억과 상황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굳이 널리 보이지 않더라고 나만의 추억으로 간직하며 자기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도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또한 브이로그를 통해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공유하거나 공감하며 특별한 행복만큼이나 평범한 행복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흔히 말하는 '소확행'처럼 일상의 조그마한 이야기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꾸려가는 '브이로그'를 통해 평범한 일상 속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어떨까?
  오진향 수습기자 oh96223@wku.ac.kr
  김나영 수습기자 piny676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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