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폭발'과 '폭팔', '어짜피'와 '어차피', '송두리째'와 '송두리채', '바뀌'와 '바퀴', '일찌감치'와 '일치감치' 등 사람마다 발음을 달리하는 단어가 더러 있다. 편차는 있겠지만 한두 개는 톡을 할 때 헷갈릴 수 있겠다. 이처럼 단어의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로 써야 할지 거센소리(ㅋ, ㅌ, ㅍ, ㅊ)로 써야 할지 혼동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여기에서 다루게 될 '익숙지/익숙치'의 발음도 헷갈릴 수 있다. 다음 문제를 풀어 보도록 하자.


(1) 가. (익숙지 익숙치) 않은 일
나. (깨끗지 깨끗치) 않구나.
다. 그 일은 (적당지 적당치) 않다
라. (생각건대 생각컨대),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질 것입니다.
마. 그 사람에게 그 내용을
(요약도록 요약토록) 해라.


 5문항 중 (1다)만이 후자가 답이다. 원리를 모르고 있으면 위 다섯 문제 중 두 문제를 맞히는 것도 어렵다. 아마 3번째 (1다) '적당치'는 맞힐 것이다. 자신의 발음대로 '적당치'라고 쓰면 된다. 문제는 나머지 네 문제이다. '익숙지', '생각건대' 등이 맞는 표현인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발음 [익숙찌]가 [익숙치]와 혼동된다.
 '-하지', '-하도록', '-하건대' 등에서의 '하'는 줄여서 쓸 수 있는데, '하' 앞말이 받침 있는 말로 끝나느냐를 살펴보아야 한다. 받침 있는 말로 끝난다면 그 받침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중요하다'류와 '생각하다'류를 통해 기본에 충실해 보자.


(2) Q: '중요하다'와 '생각하다'에서
'하다' 앞에 붙은 말이 뭐지?
A: '중요'와 '생각'이지
Q: 그래, 맞았어. 그럼, 그중 받침이
있는 말로 끝나는 것은 뭐지?
A: '생각'이지
Q: 그럼, '생각'의 마지막 글자가 뭐지?
A: '각'이지
Q: 응, 그 받침이 뭐지?
A: 'ㄱ'이지.


 아주 초보적인 문답을 거쳐 '중요-하다'는 받침이 없는 부류, '생각-하다'는 받침이 'ㄱ'인 부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와 같은 과정으로 (3)에 제시된 여러 예에서 '-하지' 바로 앞의 받침이 무엇인지를 고려해 보자.


(3) 가. 신음하지, 단순하지,
감당하지, 발달하지
나. 용납하지, 깨끗하지, 요약하지


 (3가)에서는 '-하지' 앞 받침으로 'ㅁ', 'ㄴ', 'ㅇ', 'ㄹ'이 확인되며, (3나)는 'ㅂ', 'ㅅ', 'ㄱ'이 확인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


(4) 가. 신음하지 → 신음치
단순하지 → 단순치
감당하지 → 감당치
발달하지 → 발달치
나. 용납하지 → 용납치×
산뜻하지 → 산뜻치×
요약하지 → 요약치×


 받침이 'ㅁ', 'ㄴ', 'ㅇ', 'ㄹ'인 경우(컴퓨터 자판의 왼손 글쇠 기본 자리)는 '신음치', '단순치'처럼 우리의 발음대로 적으면 되지만, 받침이 'ㅂ', 'ㄷ(ㅅ)', 'ㄱ'인 경우(기본 자리 바로 위쪽)에는 주의를 요한다. 우리의 일반적인 발음은 '용납치', '산뜯치(ㅅ는 글자 끝에서 ㄷ으로 발음됨)', '요약치'이겠지만 '용납찌', '산뜯찌', '요약찌'로 발음하고 '용납지', '산뜻지', '요약지'로 적어야 한다.
다음을 보도록 하자.


(5) 필요하지
→ 필요치
중요하지 → 중요치
관여하지 → 관여치
중대하지 → 중대치
숭배하지 → 숭배치

 

 '-하다' 앞부분에 받침이 있는지를 살펴보자. (3)에서와 달리 받침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 우리의 발음대로 줄이면 된다. '필요하지'를 '석 자'로 줄이는데 '필요지'라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발음이 표기와 너무 동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하-'로 시작하는 말은 다 줄일 수 있다. 괄호를 채워 보자.


(6) 근접하도록 → 근접도록
깨끗하도록 → (    )
번식하도록 → 번식토록×, 번식도록
복잡하다고 → (    )
따뜻하다고 → 따뜻다고
야속하다고 → 야속타고×, 야속다고
생각하건대 → 생각컨대×, 생각건대
요약하건대 → (    )
짐작하건대 → (    )

 ☞ 정답을 차례로 제시한다.
깨끗도록, 복잡다고, 요약건대, 짐작건대


 '깨끗도록', '복잡다고' 등이 맞는 표기인데 자판에서 굳이 가획을 터치하면서까지 '깨끗토록', '복잡타고' 등으로 쓸 필요는 없다. 이러한 전통은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나타난다.


강호애 병이 깁퍼 듁림의 누엇더니
관동 팔니에 방면을 맛디시니 …
경회 남문 라보며 하딕고 믈러나니
옥졀이 알셧다. …


 '하딕(下直)고'가 줄어들어 '하딕고'가 된 것이다. 고어에서는 '-하다'가 다 였기에 다앞 말의 받침을 보아야 한다. '하딕'의 마지막 글자 받침은 'ㄱ'이다. 그 이전에도 명백히 '하딕코'라고는 하지 않았다. 지금도 방언 조사를 하다 보면 연세 드신 분들은 대부분 [깨끗찌/복잡따/용납찌]로 발음한다. 그 점이 바로 현행 맞춤법과 연계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