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중국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이다. 가을 학기 입학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추석이 다가왔고, 법정 공휴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 추석은 설날과 함께 가장 큰 명절로, 최소한 3일 휴가에 온 가족과 친지가 모여 제사를 지내거나 각종 명절 음식을 함께 즐기며 떠들썩하게 보내는 날이다. 추석이 중국에서 유래한 명절이기 때문에 중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중추절은 공휴일이 아니었고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는 큰 명절도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춘절(春節: 춘제)이라 부르는 설날이 가장 큰 명절로, 우리와 다르지 않게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정을 나눈다. 그 외에 5월 노동절과 10월 국경절에 일주일가량 긴 휴가가 주어졌지만, 온 가족이 모이는 전통적 명절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휴가를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국은 추석을 중추절(中秋節: 중추제)이라 부른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동북아시아 국가로서 오랜 역사와 많은 전통을 공유하고 있기에, 중국에서의 중추절이 한국에서의 추석과 비슷한 의미나 무게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친하게 지내던 중국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양국이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서로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추절이 대표적 사례였다.
 현재는 전통 문화와 유산 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은 중국 정부가 2006년 중추절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2008년 국가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때문에 이제 대부분의 중국인은 중추절에 학교나 직장을 하루 쉬면서 개인 시간을 갖거나 친구,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휴일이 짧기에 먼 고향이나 친지들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가까운 이들과 달맞이를 가거나(賞月: 상웨) 월병(月餠: 웨빙)을 나눠 먹을 수 있다.
 중국에는 중추절에 달맞이를 가고 월병을 먹는 것이 전통적인 풍습이다. 중국 고전 《예기(禮記)》에는 달에게 제사를 드리던 이야기, 송나라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에는 달맞이를 즐기던 옛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중추절 밤에 부유한 사람들은 집을 멋지게 꾸며, 평범한 사람들은 좋은 주점을 찾아 달맞이를 즐긴다"고 기록되어 있어, 중추절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달맞이를 즐겼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은 월병이다. 중국에는 "팔월 십오일 달은 둥글고, 중추절 월병 향기가 달다"는 말이 있다. 사실 월병은 달의 신(月神)에게 제사를 드릴 때에 쓰였던 음식이다. 그러나 이후 점차 함께 모여 월병을 먹는 것이 달맞이와 함께 중국의 중추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송편처럼 예전에는 월병도 각자의 집에서 만들고 즐겼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제과점과 식료품점 등에서 사먹는다.
 한편 송편과 같이 월병도 그 속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각자 취향에 따라 단팥. 계란, 과일, 흑임자, 견과류 등을 넣고, 단맛, 짠맛, 신맛 등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하여 녹차, 소시지, 초콜릿,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월병까지 등장했다. 그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로, 한 개에 몇 백 원에서 몇 백 만원에 이르기까지 각자 사정에 따라 선택하여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추석 혹은 중추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달맞이처럼 한국과 중국이 서로 비슷한 풍습도 있고, 한국은 송편을 중국은 월병을 먹는 것처럼 서로가 다른 풍습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과 중국 양국이 서로 공유하며 모두 함께 즐기는 명절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한국과 중국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이들도, 타지에서 지내는 이들도 모두 풍성하고 행복한 추석을 보낼 수 있길 기대한다.

  임진희 교수(한중관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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