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국가균형발전의 정책적 가치를 분권, 포용, 혁신으로 설정하고 있다.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강조하면서도 포용과 혁신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노무현정부에서도 분권과 혁신을 내세우며 세종시와 전국 10개 지역에 혁신도시를 건설한 것은 그동안의 어떤 정부보다도 성공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동시에 공간적 분산 그리고 지역 간 불균형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지역분산의 토대를 마련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16개 시도를 5대 광역경제권(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동남권, 대경권)과 2대 특별광역경제권(강원권, 제주권)으로 개편하여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였으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약화되고 정책조정기구를 축소시켜버린 결과로 인해 국가균형발전의 추진동력을 상실한 바 있었다. 또한 박근혜 정부에서도 시·군·구간 연계를 통한 생활권 중심의 미시적 생활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함으로써,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지향하는 정책적 의지나 실행동력이 오래가지 못하였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오히려 위축되고 왜곡되어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적 단절로 인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체인구의 50%가 수도권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1,000대 기업의 본사 74%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고용보험 신규취득자 수의 60.8%, 주요 신용카드사 개인회원 사용금액의 81%가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서울공화국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지방으로 이전하였던 기업의 60.5%가 다시 수도권 인접지역으로 재이전하였고, 향후 30년 이내에는 226개 시·군·구 중 약 37%인 85개 지자체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이제 중앙집중이나 수도권 중심의 국가발전전략은 그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지속되어 온 중앙 집권적 국가 운영방식으로는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등 국가적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해 보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비전과 전략, 그리고 추진의지이다. 강력한 분권의지와 정책실행으로 지역의 자립적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인재양성-지역특화산업의 육성-다양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이다.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정부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지역주도 자립적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3대 전략, 9대 핵심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어떤 전략이나 핵심과제보다도 지방대학의 자율적 교육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인재-일자리 선순환 교육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