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참석했던 국제학술회의에서 흥미로운 개념 하나를 만났다. '글로나컬(glonacal)'이란 용어가 그것이다. 'glo'는 글로벌(global), 'cal'은 로컬(local)을 의미한다. 이들을 결합시켜 글로컬(glocal)이란 단어가 생성되었으며, 지금도 쓰이고 있다. 그들 둘 사이에 있는 'na'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 즉 국민국가(nation state), 내셔널리즘(nationalism)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들 셋은 현재 우리가 생각해야 할 세 가지 큰 차원 내지 범주라 할 수 있다. 글로나컬은 그들 세 차원을 절묘하게 조합시킨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컬에서는 상대적으로 국가, 국민국가가 소외되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급속한 진행과 더불어 국가의 중요성은 역설적으로 여전히 굳건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역의 중요성, 지역성의 회복, 지역 독자성의 요구에 대한 움직임이 강해졌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겠다.
 동시에 떠오른 의문 하나, 지역 차원에서는 누가 실질적인 주체가 되어야 할까, 그리고 지역의 대상, 즉 무엇에 주목해야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먼저 대상이란 측면에서는 역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아닐까 한다. 역사와 문화는 그 지역의 정체성(identity)의 근간을 이루는 두 가지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과 구별되며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것을 현재 시점에 맞도록 재가공해서 콘텐츠로 제작해내는 작업이라 하겠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화 작업, 즉 '디지털 지역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가 디지털과 만날 때 한정된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주체의 경우 지방 자치단체를 먼저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행정차원을 넘어서 역사와 문화 자원을 디지털화하는 작업 단계까지 감안한다면, 역시 지식과 훈련 그리고 인적 자원을 갖춘 그 지역 중심대학에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그런가. 지역의 역사, 문화, 사상 등의 문헌 및 유무형의 지식 정보를 논리적으로 구조화하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 데이터베이스(Database), 즉 디지털 지역학 아카이브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지역과 대학의 경쟁력과도 이어진다. 현재 급격한 변화의 쓰나미가 한국의 대학사회를 덮치려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과 대학사회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익산은 (공주, 부여, 경주와 함께) 고도(古都)로 지정된 바 있다[고도보존특별법, 2004]. 이어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2015),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귀중한 역사 문화 자원인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종교 문화유산 역시 넉넉하다. 원불교(원불교중앙총부)를 비롯해 불교(익산 미륵사지: 사적 제150호), 기독교(익산 두동교회: 전북문화재자료 제179호), 천주교(익산 나바위성당: 사적 제318호) 등을 보라. 

 바야흐로 익산과 우리 대학교는 적극적으로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역할과 책무를 다 해야 할 것이다. 종래의 인문학 기반을 굳건한 토대로 삼으면서도 디지털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창조 인문학과 융합 인문학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것이 좋겠다. 개벽의 일꾼으로서의 분명한 자각과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이남희 교수(역사문화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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