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강의실의 열기보다 고시실의 공시 폐인 열기가 더 뜨겁다. 한국의 대학생은 왜 이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공무원에 집착하는 걸까? 학생 개인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회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도, 국가도 자신과 가정을 보호해주지 않기에 그나마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에 집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입문턱이다. 공무원 수는 한정되어 있는 반면에 응시자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합격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때문에 대다수는 탈락하거나 폐인처럼 매달릴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합격하겠지"라는 희망고문으로 청춘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공시 탈락자가 우리 사회에서 할 일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공시에 합격하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취업연령이 훨씬 지나 떨어지면 평생 할 일 없이 폐인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분노와 좌절, 그리고 반(反)사회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제도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청년욕구가 넘쳐나면, 그 사회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세대갈등이나 사회혼란은 청년의 분노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공시 폐인의 비애를 한탄만 하지 말고 현명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해법은 '왜'에서 시작하여, '어떻게'를 찾아야 한다.
 공시 폐인의 비애는 우리 사회가 유연하지 못하고, 적극적인 사회이동의 통로가 막혀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 노력의 대가를 정확하게 줄 수 있는 사회가 유연한 사회다. 학벌이나 지역 때문에 차별받지 않고, 개인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여 맞춤형으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가 유연한 사회다. 처음 시작은 미약하지만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언제든지 사회적 이동이 가능한 사회가 유연한 사회다. 대학서열이 평생서열로 고착화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기회를 열려주는 사회가 유연한 사회다. 사회가 유연하면 청년들이 공무원에만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지 상승이동의 가능성과 새로운 도전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의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생애 어느 시점에서 경력이 단절되어도 언제든지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사회, 실업자가 연금이나 복지급여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 이러한 사회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촛불혁명의 정신이고, 현 정부에게 주어진 막대한 책무다. 

 문재인 정부 국정 목표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 공정한 사회라고 한다. 실용과 효율로 성장과 개발을 이끌어가는 것이 경제 선진화하고 한다면, 분배정의 차원에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유연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공정한 사회다. 이를 잊어버린다면 공시 폐인의 비애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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