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을 아무 사고 없이, 아무런 일도 없이 평탄하게 보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각자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방황하고 고뇌하며, 일탈하고, 정신을 차리며 살아간다. <레이디 버드>는 이런 삶을 경험했던 사람, 혹은 그런 자녀를 가졌던 부모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방황하는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크리스틴'이란 이름 대신 '레이디 버드'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소녀. 그의 목표는 지금 살고 있는 새크라멘토를 벗어나 뉴욕에 있는 대학에 가는 것이다. 엄마는 집에서 가깝고 학비가 저렴한 대학을 가라고 하지만, 레이디 버드는 지금 사는 집이 어디인지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을 만큼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레이디버드는 고등학교 시절 동안 절친 '줄리'와 함께 교내 뮤지컬부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연극 안에서 뚜렷한 역할이 없는 것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이에 신부님은 레이디버드에게 "옳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냐, 진실한 것이 중요한 거야"란 충고를 한다. 그 후 작은 역할임에도 최선을 다해 활동에 참여하고, 그러던 중 뮤지컬부에서 만난 '대니'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대니와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못한다. 레이디 버드는 대니와 헤어지게 되면서 열심히 하던 뮤지컬부도 그만두게 되고, 이에 실망한 친구 줄리 또한 레이디 버드의 곁을 떠나게 된다.  실연의 아픔을 겪은 얼마 후, 우연히 카페에서 공연을 하던 밴드부 '카일'에게 반한 레이디 버드는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카일의 친구 '제나'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과정에서 수업 중 수녀님의 차에 낙서를 하는 등 조금은 위험한 반항도 하게 되지만, 결국 모든 부분에서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남자나 연애보다는 결국진정한 나 자신, 그리고 친구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던 서툰 반항심의 17살의 '레이디버드'는 '크리스틴'으로 한층 성장해 돌아오게 된다.  <레이디 버드> 속 또 다른 하나의 갈등은 '엄마'와의 문제다. 우리는 모두 한번쯤은 부모님과의 갈등을 겪어봤을 것이다. 항상 가능한 한 최고의 모습이 되길 바라는, '옳은 길'을 걸어가길 원하는 부모님의 마음과 그 사이의 자식과의 갈등은 아마 필연적으로 지속되는 싸움일 것이다. 이미 청춘을 한 번 겪은 부모님은 항상 모든 일의 정답을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어느 쪽으로 가야 더 안녕한 내일을 보낼지, 더 안정적인 미래의 삶을 보낼지 모두 알고 있으며, 자식이 그 길을 똑바로 걸어가길 원한다.  <레이디 버드> 속 엄마 역시 레이디버드가 실패 없이 안전한 길을 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레이디 버드는 엄마의 '옳은 길'보다는 자신이 걸어가고 싶은 길이 있다. 시골 새크라멘토보다 큰 도시, 뉴욕에서 지내고 싶었기 때문에 엄마 몰래 아빠의 도움으로 뉴욕의 대학에 지원하게 된다. 여기서 겪게 되는 엄마와의 갈등에서, 철없고 미숙한 레이디 버드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물질적 풍요의 크기가 곧 자식에 대한 사랑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내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기만 하는 레이디 버드, 그리고 그런 레이디 버드를 탓하고 꾸짖기 보다는 자식에 대한 넓고 깊은 사랑으로 그의 어리고 미숙한 마음을 묵묵히 인내하고 품어주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나 스스로의 지난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꿈과 열정만 있으면 뭐든 해낼 것 같은 십대지만, 모든 것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유일한 짝이라고 생각했던 사랑은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로 금세 끝나고, 또 다른 사랑은 기대했던 만큼 실망스러웠다. 호기심 때문에 진정한 친구와 멀어지기도 하고, 부모님을 사랑하긴 하지만 의도치 않게 자꾸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영화 속 '레이디 버드'는 우리의 십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사는 사람이 있다면, 현재만을 위해 지금을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느라 현재를 포기하는 삶보다는 현재 하고 싶은 일을 쫓으며 사는 삶을 사는 것이 '레이디 버드'다. 또한 빗나간 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던 레이디 버드가 어른들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통해 멋진 성인으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딛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영화에 담음으로써, 우리 또한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작품이다.   김경민(국어국문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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