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일, 프라임인문학진흥사업단 융복합문화유산콘텐츠전문가양성팀에서 기획한 해외문화유산현장학습을 떠났다. 이번 프로그램은 7박 8일 동안 중국 서안에서 우루무치까지의 실크로드 문화유산 답사였다. 떠나기 전, 5명 1조로 구성된 4팀의 답사참가자들은 '중국 고도의 보존과 활용', '박물관의 전시와 유물의 보존', '한·중 문화교류의 현황', '중국 실크로드 문화유산의 가치'를 주제로 5회에 걸쳐 스터디를 하면서 실크로드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답사 첫날, 중국에 가서 처음으로 본 문화유산은 대안탑이다. 이 탑은 산서성 서안시 화평문 밖 자은사 경내에 위치하고 있는 7층의 높이의 전탑이다. 현장법사가 가져온 불경과 불상을 보관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전탑의 단단한 모습만으로도 꽁꽁 보관하기 위함이 느껴졌다. 대안탑에 들어가기 전 삼장법사 상 앞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작게 보였던 탑이 가까이 가서 보니 정말 거대한 규모였다. 탑 원래의 모습이 이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러 번에 걸쳐 중수 또는 재건되었다. 내부를 흙으로 채워 세운 5층 탑이 무너진 후 10층으로 재건되었고, 이 탑이 전란으로 인해 훼손된 후 탑을 재건축하고 개축하여 현재의 7층 누각식 방형 전탑이 되었다고 한다. 탑의 내부에는 올라갈 수 있는 목조계단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사진으로만 배웠을 때와 실제로 그 모습을 보고 느끼는 점은 매우 달랐다.
 대안탑이 기억에 남는 다른 이유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중국 이미지와 달리 화장실이나 주변환경이 잘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정비, 보존하는 일은 현재의 우리뿐 아니라 후손들도 이 근사한 문화재를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튿날 들렀던 법문사에서는 일단 그 거대함에 감탄사를 내뿜었던 기억이 이 글을 쓰면서도 생생하다. 8각 13층의 전탑과 거대한 규모의 절을 보면서 자국의 문화유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법문사에 들어서면 노래 한곡이 흘러나온다. "법~문사~ 법~문사~" 중국어지만 법문사라는 단어는 선명하게 들린다. 법문사 박물관은 탑의 지하 궁전에서 출토된 유물의 양식을 본떠 만든 파격적인 외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전시 유물들의 조합이나 연대 뿐 아니라 불교의 내용에 대해서도 다양하고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고, 당대의 사회적 모습과 생활상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에는 부처의 불지사리를 모셨던 8중의 사리함이 전시되어 있는데 유물의 보존상태 또한 매우 좋았다. 법문사 사리함은 너무도 아름다워 수업시간에도 더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새로 지은 합십사리탑에 모셔진 불지사리는 1일과 15일에만 공개되고 있어서 아쉽게도 이 날은 볼 수가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쏟아지는 셋째 날, 난주지역을 답사했다. 이곳은 최악의 공기오염지역으로 유명한 도시인데, 이 날은 비가 와서 좀 더 조용하고 고요한 분위기에서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유가협과 병령사 석굴이 기억에 남는다. 유가협은 중국 감숙성 난주 상류인 황하강 80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협곡이다. 병령사 석굴을 보려면 보트를 타고 거의 두 시간 정도 이 협곡을 지나야 한다. 40분 정도 가다보니 갈색의 황하강은 흙이 섞이지 않은 맑은 강으로 변해 있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더 맑은 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병령사 석굴은 엄청 큰 소적석산에 조성된 총 196굴의 총칭으로, 이 굴들 내부에는 총 776구의 크고 작은 불상들이 봉안되어 있다. 그 어마어마한 불상의 숫자에 또 한번 감탄했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171굴 대불은 상반신은 바위에 조각하고 하반신은 진흙으로 만든, 무려 27m 규모의 불상이다. 내 키가 1m68cm이니까 적어도 내가 16명의 높이로 서 있어야 도달할 수 있는 거대함이다.
 드디어 내가 정말 중국에 오고 싶었던 이유 1위였던 돈황에 가는 날이 왔다. 돈황 박물관에 들러 먼저 막고굴에 대한 이야기와 유물들을 둘러보고 석굴에 도착하였다. 부푼 마음을 가지고 왔지만, 아쉽게도 석굴 속 작품들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사진을 못 찍는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아쉬웠다. 그만큼 더 설명을 잘 듣고 열심히 보았다. 돈황의 특굴도 볼 수 있겠거니 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우리 답사팀이 중국에 오기 3일전부터 특굴 개방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돈황 막고굴을 관람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문화재가 너무 많이 훼손되어 있다는 것이다. 벽화들은 희미하게 옅어져 보이지 않았으며, 금으로 칠해진 부분은 떼어간 흔적이 많았는데, 눈 부분이 파내어져 무서움조차 느꼈다. 제일 설레고 기대했던 유적이라서 실망도 너무 컸고 아쉬움도 가장 많이 남았지만 대신 맘 속에 많이 담아 두었다. 돈황을 봄으로써 남은 일정도 더 알차게 보냈고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돈황에서 남쪽으로 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명사산은 맑은 날 산 언덕의 모래가 바람에 굴러다니면서 내는 소리가 관현악기 소리, 혹은 수 만 병마들의 북소리, 징소리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갔을 때는 그런 소리를 듣지는 못했다. 낙타를 타고 명사산을 돌았다. 명사산의 넓게 펼쳐친 사막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가족하고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더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이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월아천이다. 초승달 모양의 작고 아름다운 연못, 월아천이 사막과 있다는 것이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실크로드의 대표적인 지하수 수문경관인 월아천에 신선이 산다고 전해져서 도교사원이 지어져 있다. 이 연못의 물은 곤륜산맥의 눈 녹은 물이 지하로 흘러 저지대인 이곳에서 솟아나는 것이라고 한다. 기이하게도 수 천년 동안 한번도 마르지 않았으며 매년 광풍이 불어도 연못이 모래에 덮이지 않는다고 한다.
 여섯째 날은 야간열차를 타고 투르판으로 이동하였다. 한 칸에 4개의 침대가 있어 침대에 캐리어를 놓고 새우잠을 자야했다. 힘들지 않았냐고? 전혀. 언제 기차에서 자보고 차가운 물로 목욕을 하며 작은 열차 방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잠이 들겠는가. 너무나 즐겁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또 하나 얻게 되었다. 저녁 7시경부터 달리기 시작한 기차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투르판에 도착하였다. 42도까지 올라가는 지옥같은 날씨였지만 습도가 낮아서 불쾌지수는 그닥 높지 않았다. 그늘에 있으면 선선한 바람 덕분에 시원했다. 넓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고창고성의 경관을 보며 위구르인의 연주까지! 더할 나위 없는 답사였다. 중국의 3대 공사 중 하나인 카레즈, 투르판의 군왕 소래만이 명장이었던 아버지 액민화탁(額敏和塔)의 업적을 기리고, 청 왕조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세웠다는 소공탑, 고창국시대~당나라 때까지의 무덤이 모여 있는 아스타나고분군, 넓게 펼쳐진 화염산이 보이는 베제클리크 천불동까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어우러진 투르판의 문화유산들은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이곳에 이런 문화재가 있다니,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발견한 것처럼 하나하나 답사할 때마다 우리들은 감탄했다. 멋있고 다양한 위구르인의 문화를 접할 수 있어 그 또한 즐거웠다.
 베제클리크 석굴도 내부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웠지만, 주변 경관까지 너무 아름답고 환상적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앞서 말했던 베제클리크 석굴의 벽화 또한 많이 훼손되어 있어서 흐릿하고 잘 보이지 않았다. 벽화의 보존 상태는 정말 화가 날 정도였다. 위구르인들이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후로 이슬람 세력들이 들어와서 벽화를 칼로 긁고 파괴하였으며 눈알을 다 파내버렸다고 한다.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무참하게 훼손된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남은 벽화를 보면서 기억나는 것으로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각각 다른 부처들과 보살, 부처의 본생이야기인 본생도 등 다양한 모습이 그려 있었다. 사슴, 곰, 노루, 토끼 등등 동물들의 형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풍속 그림도 그려져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7박 8일의 실크로드답사였다. 답사 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크로드의 문화유산들이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답사기간 동안 날씨는 덥고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문화까지 적응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금방 적응한 후에는 여기를 또 다시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눈에 불을 켜고 답사를 다녔던 것 같다. 프라임사업에서 추진한 해외답사 중, 1차년도의 일본 답사와 3차년도의 중국 답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론으로 배운 내용들을 실제로 보고 접하게 되니 더 머릿속에 남는 것 같다. 이런 답사의 기회가 앞으로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김민아(고고미술사학과 4년)

 

병령사석굴
막고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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