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신고 4시간 30여 분 만에 사살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육사가 사육장 청소를 마친 뒤 뒷문을 잠그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제때 생포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살했다고 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치의 적절성을 두고 논쟁이 뜨거웠다.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의견과 "동물은 아무런 죄가 없다"며 퓨마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입장으로 엇갈렸다. 이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 글 수십 건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편,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사살된 퓨마를 교육용 표본으로 박제화를 추진하면서 또다시 적절성 논란이 커졌다. "살아서도 갇힌 퓨마가 죽어서도 평생 갇혀야 하느냐", "박제는 퓨마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절차에 따라 소각 폐기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동물원 측의 관리 소홀로 인해 애꿎은 동물이 희생됐다. 퓨마 사건은 동물원의 역할과 의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고, 동물원 폐지 찬반 논쟁에 불을 붙였다. 물론 동물원은 동물 관람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보존과 과학적 연구의 기능이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렇지만 차가운 철장 안의 동물에게도 복지와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들은 "실제 동물원에 사는 개체들은 좁은 우리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평균 수명보다 일찍 죽는 사례가 많다. 더는 사람으로 인해 동물이 고통받는 동물원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소리 높여 말한다.

 전시동물은 살아있는 동물을 가두어 전시하는 행위를 나타내는 말이다. 전시동물의 권익을 위한 법이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작년 5월부터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이 동물원과 수족관에 대한 규제를 통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생물 다양성 보전에 기여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원법에서 동물의 복지는 찾아볼 수 없다. 동물원의 등록과 휴폐원 등 행정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적정한 사육환경을 제공할 의무는 선언적인 규정에 그쳤다. 또한, 법에 따르면 동물원과 수족관은 최소한의 시설과 인력 기준을 갖추고, 이에 대한 현황과 관리계획을 관할 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갖춰야 할 기준 자체가 불명확하다. 동물원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정작 동물원 동물들의 처지는 전혀 나아진 게 없었다. 시행 목적이 동물들의 권리가 아닌 국민들의 이익을 위한 인간 중심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동물원법은 열악한 환경과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한 동물원을 만들었다.
 동물복지 선진국인 영국에서는 2000년 3월 현대동물원 운영지침을 통해 동물원 동물복지의 기본원칙인 5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미국은 동물원 협회 인증 제도를 두어 동물 복지에 대한 엄격한 검사를 시행하는 등 동물 복지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 복지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 복지의 상태를 점검하고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 외국의 5가지 원칙에 대한 평가 틀을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환경이 다르므로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복지 방법이 필요하다.
 단순히 즐거움만을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인간들. 맹수 퓨마보다 더 무서운 동물은 바로 인간일 것이다. 동물들이 서식지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은 바껴야 한다. 허술한 관리 체계 속에서 인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동물원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문승리 기자 anstmdfl9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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