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1950년 10월 1일, 국군이 남침한 북한군을 대상으로 맹렬하게 반격한 끝에 38선을 돌파한 날이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육·해·공이 각자 가지고 있던 기념일을 한 날에 모으게 됐다.
 국군의 날이 되면 의장대와 군악대의 절도 있는 동작과 힘찬 연주, 단체 태권도 시범, 전투기들의 곡예 훈련 등 하늘과 땅,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비록 올해는 실시하지 않지만, 5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인 '시가행진'은 시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하곤 했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국군 창설 70주년을 맞이해 국군장병과 참전용사들이 국군의 날의 주인공으로서 부각될 예정이며, 특히, 북한 지역에서 발굴된 6.25 전쟁 국군 전사자의 유해 64위가 하와이를 거쳐, 68년 만에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에 국방부는 "최고의 예우를 갖춰, 유해 봉환 행사를 거행한다"고 밝혀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軍, 변하고 있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을 만나다 보면 "과거 군대에 비하면, 현재 군대는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군대는 이전에 비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 문재인 정부는 '5대 국정목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중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항목에서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와 '강한 안보와 책임국방' 항목이 눈에 띈다. 전자의 경우, 3차 남북회담 등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를 올려오고 있으며, 후자 역시 말로만 내건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중 '국방개혁 및 국방 문민화의 강력한 추진', '방산비리 척결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 '장병인권 보장 및 복무 여건의 획기적 개선'은 그간 수많은 장병과 예비역들이 바라 마지않은 정책들이었다.
 먼저 '국방개혁 및 국방 문민화의 강력한 추진' 항목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내용은 '병 복무기간 단축'이 아닐까 싶다. 육군과 해병대는 기존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들었으며, 해군과 사회복무요원 또한 각각 23개월에서 20개월, 24개월에서 21개월로 3개월씩 단축됐다. 공군 역시 24개월에서 22개월로 2개월이 줄었다. 복무기간이 줄어든 만큼 생기는 전투력의 손실은 '예비전력 정예화'로 보완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마음과 주머니에 여유를 
 이러한 정책에 가장 먼저 두 손들고 환영하는 사람들은 주로 대학생들이다. 입대를 앞두고 있는 사회과학대학 'ㅂ' 씨는 "입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나마 복무기간이 줄어 조금은 부담이 줄었다"고 전했다. 현재 강원도에서 복무하고 있는 신문방송학과 'ㅎ' 씨는 "대부분의 남자는 입대라는 걱정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짐이 조금은 덜어진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정책으로 인해 전역 후, 복학까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에 여유가 생겼다"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병 봉급 인상' 역시 조금이나마 학자금이나 자취 비용에 보태기 용이해졌으며, 사실상 경제활동이 어려운 시점에서 조금이나마 지갑 사정을 여유롭게 만들어 줬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인권보호 강화'다. 국가인권위원회 내 '군인권보호관'을 신설하고 군 의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내용인데,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뒤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병사도 사람이다
 흔히들 군인 하면 절도 있는 모습과 날카로운 눈빛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영화 <신과 함께>나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나오는 군인의 모습은 그런 예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연약하거나, 비굴하거나,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별별 사람들이 다 모이다 보니 생길 수 있는 일들과 '계급사회'라는 특성을 악용해, 약자들을 괴롭히는 모습 등이 스크린과 모니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사람이 모이면 사고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군의 폐쇄적인 특성은 이를 악화시키기에 너무 적합했다. 사고가 생기면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렇게 응어리져 땅에 묻힌 문제들은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 '군인권센터'가 세상으로 가지고 나와 빛을 보게 만들고 있다.
 특히, 2011년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故 노우빈 훈련병과, 2014년 군 내 가혹행위로 사망한 故 윤승주 일병(윤 일병 사건)의 억울한 죽음이 풀리는 데 큰 기여를 했으며,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군 내부의 문제'로 치부하며, 숨기기에만 급급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숨긴 일을 파헤쳐 억울한 이들에게 빛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혹자는 이러한 일들이 "군의 위상을 실추시킨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겉으로만 화려하고 속에서 곪고 있는 군대가 나라를 지킨다면,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감춰져있던 종양들을 제거해, 배경이 있는 군인보다 신념이 있는 군인들이 인정받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국군'이라는 이름이 자랑스럽게 느껴져 지금보다 더 많은 신뢰와 지지를 받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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