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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마음으로] 바람이 '안 붊 / 안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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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15: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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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우리는 노트 필기를 할 때나 메모를 할 때 다음과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


(1) 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확립함.

나. 시를 이해하는 본질적인 요소임.

다. 억압된 민중의 삶을
적나라하게 표현함.

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봄.

마. 성곽 규모가 비교적 작음.

바. 이런 방식으로 매듭을 풂.


 각 예문의 마지막 단어를 보자. 주의를 하지 않고도 위와 같은 표현은 웬만하면 잘 적어 낸다. 다만 (1바)에서는 주의를 요한다. '풂'과 '품'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우리는 많이 헷갈린다. 일단, (1)에 제시된 각각에서 마지막 단어의 기본형을 생각해 보자. '확립하다(1가)', '요소이다(1나)', '표현하다(1다)', '보다(1라)', '작다(1마)', '풀다(1바)'가 각각의 기본형이다. (1가)∼(1라)까지는 받침이 없는 경우이며, (1마)∼(1바)는 받침이 있는 경우이다. 각각의 마지막 단어는 어간에 무조건 'ㅁ'을 붙인 것이라 가정해 보자. 즉 '다' 대신 'ㅁ'을 붙인다고 가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확립함', '요소임', '표현함', '봄', '풂'과 같이 되어 표현 (1)과 대체로 일치하게 된다. 문제는 이다. 언어에는 자음 연결 시에 제약이 존재한다. 바로 국어에서도 'ㄱ'으로 끝나는 어간에 'ㅁ'이 바로 연결될 수 없다. 아무리 찾아도 확인이 안 된다. 그러한 연결 제약을 어기지 않기 위해 우리는 '으'를 넣어 발화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작음'인 것이다. 반면 'ㄹ' 받침 뒤에서는 'ㅁ'이 나란히 놓일 수 있다. '삶-', '닮-' 등을 보더라도 'ㄻ' 겹받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살면', '달면'과 같이 'ㄹ' 다음에 'ㅁ'은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은 불가능한 것이고 '풂'은 가능한 것이다.

 다음 문제를 풀어 보며 보충하기로 하자.


(2) 가. 자비를 (베풂 베품)

   나. 바람이 안 (붊 붐)

   다. 입술을 (다묾 다뭄)

   라. 어린아이처럼 (굶 굼)


 (2)에서는 모두 전자가 옳은 표기이다. 어간이 모두 'ㄹ'로 끝나기에 겹받침 'ㄻ'을 써야 한다.


 관련하여 '안 붊'에서 '안'에 대해 두 가지 정도 생각해 보자.
 먼저 '안'은 웬만하면 뒷말과 띄어 쓰자.
 '못'과 '하다'가 결합될 때에는 붙이기도 하고 띄기도 한다. '숙제를 못 했다'와 '숙제를 못했다'는 의미 차이가 있다. 전자는 숙제를 사정상 이행하지 못한 경우이다. 후자는 숙제를 하기는 했는데 점수로 따졌을 때 100점 만점에 얼마 되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 것이다. 반면 '안 하-'는 항상 띄어야 하므로 '안 해', '안 해도'와 같이 써야 한다. '안 가', '안 가도', '안 돼', '안 돼도'도 마찬가지로 띄어 써야 한다.
 또한 위에서의 '안'을 '않'으로 쓰지 않도록 하자. '안'과 '않'이 헷갈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모양이다. 여러 번 살펴본 것처럼 이것도 두 발음이 같기 때문에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관련 규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도 모르나'라고 할 것인데 의외로 틀린 표기를 많이 볼 수 있다.


(3) 가. 안 가더라도 / 않 가더라도

   나. 안 먹지 / 않 먹지
cf. 가지 않더라도 / 먹지 않지


 (3가), (3나)는 모두 앞 표기가 옳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안'은 '아니'의 준말이다. '아니 가더라도', '아니 먹지'가 줄어서 '안 가더라도', '안 먹지'로 되는 것이다. 반면 '가지 않더라도', '먹지 않지'는 '않-'으로 표기되어 있다. '않'은 '아니하'가 줄어든 말이므로 'ㅎ'이 드러난 것이다. 각각은 '가지 아니하더라도', '먹지 아니하지'가 줄어서 된 말이다. '아니하더라도'에서 '아니하'를 '않'으로 대치해 보면 그 대응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니하'에서의 '아, ㄴ, ㅎ'이 모두 '않-'에 드러나 있다. 이상을 복잡하다고 여기는 독자를 위해 일단 (4)와 같이 쉽게 접근해 보자.


(4) '안 가더라도'와 같이 '가-' 앞에서는 '안', '가지 않더라도'와 같이 '가-' 뒤에서는 '않-'이다.


 다음은 Twice가 부른 Cheer up의 일부분이다. 밑줄 친 부분의 '안'이 제대로 표기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5) 바로 바로 대답하는 것도 매력 없어.
메시지만 읽고 확인 않 하는 건 기본.
어어어 너무 심했나 boy,
이러다가 지칠까 봐 걱정되긴 하고,
어어어 안 그러면 내가 더
빠질 것만 같어 빠질 것만 같어

 

 원리는?
 1. '붊 / 붐': '-다' 대신 '-ㅁ'을 붙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삶-', '닮-' 등을 통해 'ㄹ' 받침 뒤에서는 '-ㅁ'이 나란히 놓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불-', '풀-'의 명사형은 '-ㅁ'만 붙이면 된다. '붊', '풂'이 그것이다.

 2. '안 가 / 않 가': 띄어쓰기 단위에서 앞부분에 위치하면 '안(안 한다)', 뒷부분에 위치하면 '않-(하지 않아)'이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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