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애슬 기자

  지난 14일, 서울시 한 PC방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칼로 30차례 이상 피해자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찔렀고, 피해자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피해자의 나이는 고작 21살이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학생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더욱 이유가 궁금했지만, 피의자의 범행에는 동기가 없었다. CCTV와 PC방 매니저의 증언을 종합해본 바에 의하면, 아르바이트생이었던 피해자는 지저분한 테이블을 즉시 치워줬고, 피의자의 억지 환불 요구에도 매뉴얼에 따라 친절하게 응해줬다. 피의자가 흉기를 이용해 한 생명을 앗아가 버린 범행 동기의 실마리는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피의자의 범죄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사형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편, 피의자는 10년간 우울증을 앓아 약을 복용하는 중이라며,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심신미약자는 한정책임능력자로서 형이 감형되는데, 피의자는 이러한 점을 방패로 내세운 것이다.
 '심신미약'을 이유로 피의자가 감형을 청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우울증, 조현병 등의 병명으로 감형 받은 사례를 보면,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은 심신미약이 인정돼 무기징역에서 30년형으로 감형됐으며, 2008년 12월, 전 국민을 경악하게 한 '조두순 사건'의 피의자 조두순 또한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15년형에서 12년형으로 감형됐다. 이러한 감형에 따라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보복 범죄라는 위험에 또다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다시 생각해보자. 앞서 일어났던 사건들은 우울증이나 조현병, 음주 등을 이유로 들어 심신미약을 주장했고 대부분 판결은 가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러한 판결은 이 순간에도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피해자의 가족들, 그들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도 헤아려야 한다. 
 또, 심신미약인 사람이 책임능력이 없는 것이라면, 책임 없는 범죄 때문에 생기는 피해자와 그 주변인의 고통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오래전부터 국민들은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에 분노해 왔다. 마침내, 국민들의 이러한 바람은 '청원'라는 이름으로 한곳에 모였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관련 청원이 올라왔고, 이 청원에는 10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동참했다. 결코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이 지금껏 참아왔던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은 국민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국민은 어떤 국민인지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적어도 필자, 그리고 100만 명의 국민들은 흉악범들의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을 인정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죽지 못해 사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범죄자를 증오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흉악범들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 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 특히 피해자의 가족 주변에 살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도 모르고, 누구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구나 끔찍하고 잔인한 범행 방식과 사소한 범행 동기, 그리고 심신미약 이유 감형은 사회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청원글을 올린 작성자는 "꿈을 위해 어릴 때부터 성실하게 살아온 젊은 영혼이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기도해 달라"고 전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힘으로 꿈을 위해 노력하던 젊은 청년, 꽃처럼 아름답던 청년은, 그렇게 영원히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됐다. 그에게 애도를 표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본다.
 
이애슬 기자 dldotmf3295@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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