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이다. 요즘을 두고 흔히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天高馬肥)는 표현을 쓴다. 여기에 우리 선조들은 등불을 가까이 하기에 좋은 시절이라는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말을 덧붙여 독서를 권장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러나 원래 중국의 문헌에는 천고마비가 아니라 추고마비(秋高馬肥)로 나와 있다. 북방의 유목민족이 여름에 잘 자란 풀을 먹고 자란 살찐 말을 타고 침략을 일삼는 바람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이 말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국방'이 우리나라에 와서 '독서'로 의미 전환을 한 셈이다. 등화가친을 대구(對句)로 삼아 책과 등불을 연계한 걸 보면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독서를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일본 6개국의 1백만이 넘는 독서인구가 꾸준히 책읽기를 실천한 덕에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같이 독서는 인류문명을 발달시킨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디딤돌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각 개인은 마땅히 '책 읽는 국민'으로 살아야 한다. 특히 젊은 대학생들은 이런 점에서 책읽기에 대한 부채(負債)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책을 너무 안 읽는 편이다. 스마트 폰이 보급되면서부터는 종이책을 더 멀리하는 풍토가 되고 말았다. 개인이나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불가결의 요소인데도 너나없이 읽는 것은 경시하고 보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다. 아무리 종이책 읽기의 장점을 강조하더라도 공감을 하지 않는다. '보기'는 우리의 뇌를 수동적으로 경직시키는 경향이 있고, '읽기'는 능동적인 인간으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실험 결과를 말해주어도 잘 믿지 않는다. 

 이런 풍토가 계속된다면 개인의 발전은 물론 국가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 OECD에 가입한 주요 국가의 연평균 독서율은 76.5%인데 우리나라는 거의 꼴찌에 가깝다. 가장 큰 원인은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데 있다. 비싼 최신 스마트 폰은 망설임 없이 구매하면서 책을 사는 데는 무척이나 인색한 편이다. 물론 해당 기기를 이용해서 전자책을 보는 것도 의미는 있다. 그러나 사고 능력을 신장시키는 면에서는 종이책과 비교할 수가 없다. 미국의 시카코 대학은 고전 1백 권을 읽지 않으면 졸업을 시키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양서를 읽는 것이 대학생활에서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양서읽기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미래사회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느끼는 것과 상상하는 것이 힘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뇌를 능동적으로 자극하는 독서 훈련이 대단히 중요하다. 책을 읽지 않는 국가와 대학은 희망이 없다. 책, 종이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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