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호남 지역의 말에서 확인되는 대표적인 형태로 '우리으'를 들 수 있다. 물론 중장년층의 발음이다. 그런데 서울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우리의'를 '우리의' 혹은 '우리에'라고 발음한다. 사실은 '우리에'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표현에서 문제가 생긴다.

(1) 가. 4년 만의 해후
나. 일종의 봉사 활동이니
다. 4년 후의 나의 모습

 보통은 '-에'로 발음을 하니 다음과 같이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틀린 표기이다.


(2) 가. 4년 만에 해후
나. 일종에 봉사 활동이니
다. 4년 후에 나의 모습


 'A의 B' 구조가 말이 되려면 일반적으로는 B가 명사여야 한다. 일단 (2나)의 '일종에'는 무조건 '일종의'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1), (2)의 '4년 만에/4년 만의', '4년 후에/4년 후의'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래의 (3가), (3나)는 물론 (4가), (4나)도 상황에 따라 옳은 표현일 수 있다.


(3) 가. 4년 만의 만남
나. 4년 만에 만남

(4) 가. 4년 후의 내 처지를 생각하자.
나. 4년 후에 내 처지를 생각하자.


 일반적으로 '-에'는 동사와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3가)는 '명사+명사' 구조이니 맞는 표현이다. '4년 만의 만남도 부질없다'라는 식의 문장은 매우 자연스럽다. (3나)의 '4년 만에 만남'은 '4년 만에 만나다'를 줄여서 쓰는 경우이다. '이 문제 시험에 나옴'에서 '시험에 나옴'과 같은 구조이다. '시험에 나오다'가 줄어서 '시험에 나옴'으로 되는 것이다. (4가), (4나)의 차이는 '4년 후의 내 처지'를 생각하는 것과 '(현재의) 내 처지'를 4년 후에 생각하는 것의 차이이다. 다만 (4나)는 (4가)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한 측면이 있다. (4나)와 같이 쓰는 경우에는 '4년 후에'를 동사 앞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반면, (4가)와 같이 쓰는 경우는 이동할 수가 없다. 바로 이 차이이다. '학교에 나무가 휘어졌다'에서 '학교에'를 뒤를 보내어 '나무가 학교에 휘어졌다'로 바꿀 수 없으면 '학교의'로 써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달리 '-에'가 결합된 경우는 '학교에 나무가 많다', '나무가 학교에 많다' 등과 같이 '-에'가 자유롭게 이동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중가요 '어머나'에서 '소설 속에 영화 속에 멋진 주인공은 아니지만'은 맞는 표현일까? '아니지만' 앞으로 '소설 속에'를 이동할 수 있는지 판단해 보자.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소설 속의 영화 속의 멋진 주인공'이라고 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설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5) 가. 꽃 중의 꽃, 별 중의 별
나. 우리가 기술 개발의 매진해야 한다     (×).
다. 우리가 기술 개발의 매진을 해야 한다   (×).

(6) 가.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그 감독에 그 제자
나. 만에 하나, 열에 아홉은 꽝


 (5가)는 '명사+의+명사' 구조이므로 '꽃 중에 꽃', '별 중에 별'이라 써서는 안 된다. (5나)는 '기술 개발에'를 과도하게 교정하여 '기술 개발의'로 쓴 것이니 주의를 하면 될 것이다. (6)은 설명이 복잡하다. 그냥 관용적 표현 정도로 외는 것이 좋겠다.

 원리는 : 구조적으로 '4년 만의 해후'라는 구성은 관형격 조사로 연결되었기에 뒤에 명사가 뒤따라야 한다. '4년 만에 우승함'은 '만'에 부사격 조사 '-에'가 결합되었기에 뒤에는 서술어가 와야 한다.


참고 : 다음 ①∼④ 중 틀린 부분은?

너를 사랑하고도
전유나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가눌 수 없는 ①슬픔에 목이 메이고
어두운 방 ②구석에 꼬마 인형처럼
멍한 눈 들어 창밖을 바라만 보네.
너를 처음 보았던 그 느낌 그대로
내 ③가슴속에 머물길 원했었지만
서로 다른 사랑을 꿈꾸었기에
난 너의 마음 가까이 갈 수 없었네.
저 산 하늘 노을은 항상 나의 ④창에
붉은 입술을 부딪쳐서 검게 멍들고
멀어지는 그대와 나의 슬픈 사랑은
초라한 모습 감추며 돌아서는데
이젠 더 이상 슬픔은 없어
너의 마음을 이제 난 알아
사랑했다는 그 말 난 싫어
마지막까지 웃음을 보여 줘.

 

 '익산의 미륵사지'는 '익산에 있는 미륵사지'라는 뜻이다. '-의'의 의미 중 '-에 있는'을 떠올린다면 위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나오는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도 같은 이유로 접근할 수 있다. '영변에 있는'이라는 뜻이니 '영변의'라고 하는 것이 맞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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