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 날 피해자 신 씨는 두 명의 '손님'과 마주했다. 이 형제는 "자리를 치워 달라", "게임 비용을 환불해 달라. 안 해주면 죽여버리겠다"며 아르바이트생 신 씨에게 언성을 높였다. 이에 신 씨는 "환불은 매니저만 가능하기 때문에 통화해서 처리해주겠다"고 했지만, 형제의 시비가 끝나지 않아 PC방 직원 매뉴얼대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형제를 PC방 밖으로 데리고 나갔으나 마땅한 조치 없이 그들을 풀어줬다. 그러자 피의자는 곧바로 자신의 집으로 가 흉기를 챙겨 PC방으로 돌아왔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신 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형이 돌아오자 화장실에 숨어 있던 동생이 합류했고, 피의자는 흉기로 신 씨를 찌르기 시작했다. 이것을 본  PC방 손님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2분 만에 도착했지만 이미 신 씨는 30여 차례나 찔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후였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피의자의 심신미약 주장과 잔인함에 격분했다. 1차 출동 당시 일어난 경찰의 허술한 대처도 도마에 올랐다. 만약 1차 출동 당시 경찰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해 피의자에게 제대로 된 조치를 취했더라면, 소중한 한 생명이 무사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는 게 주요 임무이다. 경찰공무원에 임용되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본인은 정의의 실천자로서 부정의 발본에 앞장선다'라고 선서한다.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민중의 지팡이'가 바로 경찰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강서구 PC방사건'으로 촉발된 경찰의 초동대처의 문제로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전과 같지 않다. 급기야 2008년 '촛불집회' 이후부터 등장한 경찰을 낮춰 부르는 속어인 '견찰'이란 단어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민중을 겨눈 지팡이
 
 전북 익산시 약촌 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사 유 씨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약촌오거리 사건'은 경찰의 부실수사와 강압수사로 얼룩져있다. 최초 목격자였던 최 씨에게 경찰은 폭행과 강압수사를 통해 허위자백을 받아내 징역 10년 형을 살게 했다. 긴 세월이 지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자신이 누명을 쓴 것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16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실 경찰들은 진범을 알고 있었다. 최 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경찰은 진범 김 씨를 긴급체포했으나 검찰이 기각했고, 이후로도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이후 최 씨가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직후, 당시 용의자였던 김 씨가 체포돼 사건 발생 18년 만인 3월에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최 씨는 경찰의 과오를 인정한 사죄와 함께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 8억 4천여만 원을 받았다. 그는 이 가운데 10%를 사법피해자 조력 단체 등에 기부하며 "더 이상 같은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2015년에 발생한 백남기 씨 사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믿기 힘든 사건이었다.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농민 백남기 씨가 경찰의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얼굴에 정통으로 맞고 쓰러져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안타깝게 사망했다. 물대포는 반드시 가슴 아랫부분만 살수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당시 현장 목격자나 영상에 따르면 경찰이 직사 물대포를 머리에 향해 정통으로 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규율조차도 지키지 않은 채 시민들을 향해 경찰은 위협을 가했던 것이다. 이는 명백한 과잉진압의 모습이었다. 집회의 취지는 당시 박근혜 정권의 공약이었던 '쌀값 인상'의 요구였다.
 이후 살수의 명령권자인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은 무죄판결을 받았고, 최종책임자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기소조차 되지 않은 채 퇴임했다.  결국, 3년이 흐른 뒤 지난달 29일에서야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장과 살수 요원인 한·최 모 씨 경장 등 3명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를 통해 故 백남기 씨 유족 4명에게 1천500만 원씩 총 6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며 결론이 났다. 
 합의가 이뤄져도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억울한 누명으로 잃어버린 최 씨의 10년도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경찰이라는 이름의 무게
 
 경찰의 공권력 실추에 있어 가장 먼저 직격탄이 가해질 것은 시민들의 안전문제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찰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워두면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한다. 이전부터 우리가 문제 삼아왔던 경찰의 모습은 진실 규명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경찰 본인들의 실적 올리기와 가해자의 인권은 논하면서도, 피해자에게는 사건의 진위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증거 확보 등의 책임을 전가하는 이중적이고 무심한 태도였다.
 하지만 지난 7월 경북에서 주민의 난동을 막으려다 흉기에 찔려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또 다른 경찰관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처럼, 정의를 지키기 위해 분골쇄신하는 모습들이 경찰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아무리 난폭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국민이기에, 상부의 지시가 없으면 경찰은 범죄자를 맨손으로 제압해야 하는 실정이다.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ㅇ씨는 현 경찰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해 "경찰은 총기 사용을 제재하며,  검찰의 허가 없이는 사건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고위직 간부가 아닌 이상 경찰들의 선택권은 많지 않다. 경찰의 진압이 적절하게 조율될 수 있도록 민간위원회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경찰의 입지를 넓혀나가면 좋겠다"고 견해를 전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있다. 이맘때쯤 잦아지는 음주를 고려해 경찰은 11월부터 1월까지 3개월간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할 것을 시민들에게 공고했다. 경찰의 날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들이 삶에서 느끼는 공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며, "여성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들을 철저히 예방하고, 발생한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불법 촬영 및 유포 문제로 불안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불법 촬영자와 유포자 검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약 2천여 명이 검거되고 88명이 구속됐다고 한다. 사이버 수사대는 음란 서버의 접속 차단 조처를 내리는 등 사이버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 단속을 계속해서 펼쳐 나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 경찰청의 경우, 세밀한 치안 관리를 위해 드론 도입을 시범하는 과정에 있다. 드론 도입은 실종자 수색을 비롯해 교통 관리, 범죄자 추적 등 다양한 치안 업무를 수행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순직한 경찰은 총 82명이고, 총 9천737명의 공상자가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공권력의 실추가 빚어낸 수식이 만연하는 세상일지라도 경찰은 여전히 그러한 세상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 번 더 경찰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 국민과 경찰 간의 존중이 긴요한 시점 아니겠는가.
  이애슬 기자 dldotmf3295@wku.ac.kr
  이상미 수습기자 sangmi0407@wku.ac.kr
  홍민지 수습기자 ghddl9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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