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익산에서는 영등동이나 어양동 승객을 위해 공단 근처에서 세워주던 고속버스 간이 정류소가 없어졌습니다. 그 결과 택시기사들이 바빠졌습니다. 사회의 어떤 부분이 변하면 인기를 잃고 사라지는 직업도 있고, 오히려 호황을 맞는 직업도 있습니다. 디젤기관차가 등장하면서 기관사라는 직업이 생겼으나, 석탄을 퍼넣는 화부는 일자리를 잃었고, 택시가 많아지면서 지게로 짐을 날라주던 지게꾼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화부와 지게꾼들이 그 변화를 환영했을까요? 그들이 원치 않는 변화가 그들을 몰아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우리는 AI와 관련된 충격적인 경제 보고서를 접했습니다. 그것은 글로벌 금융기업인 Goldman Sachs가 2000년대 초반 600여 명에 달했던 직원의 수를 인공지능 'Kensho'를 활용해 2017년 당시 2명까지 줄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씨티그룹은 IBM의 인공지능 'Watson'을 도입해 신용평가에, 일본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20개 언어를 구사하고 인간의 감정을 분석할 수 있는 로봇 'Nao'를 은행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중국 Tencent의 WeBank도 인공지능을 통해 대출심사를 2.4초만에 마무리하고 40초 내 통장으로 입금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 합니다. 
 AI는 숫자를 다루는 데 있어 인간보다 훨씬 정확하고,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훨씬 빠르기 때문에, 가장 먼저 금융분야의 일자리들을 대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알파고의 등장 이래 숫자뿐만 아니라 판단과 추리가 필요한 모든 분야나 심지어 예술분야에서까지도 AI의 능력은 최고 전문가를 능가하거나 아니면 바싹 추격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AI가 할 수 없는 일도 있을까요? 노동은 어떨까요? 아마 여러분들의 집에서도 간단한 말 몇 마디를 하며 밥을 하는 밥솥이나 켜두고 외출하면 혼자 청소를 마치고 스스로 충전하러 가는 로봇청소기나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TV의 채널을 바꾸거나 소리를 높여주거나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IPTV의 셋톱박스를 쓰고 있을 것입니다. 로봇 제어공학은 이미 인간형 직립보행 로봇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AI가 초보적으로 결합한 보행로봇이나 자동차나 무인 드론은 이미 시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그 발전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어떤 BBS TV프로그램은 심지어 가정에서 어머니나 아내의 역할까지도 인간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는 로봇어머니를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로봇의 제작비를 생각하면 계단과 화장실의 청소나, 비계를 오르내리며 건물을 짓는, 소위 노가다를 로봇이 맡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으므로 당분간 청소인력이나 건설계통의 인부를 로봇이 대체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만, 결국에는 택시 기사는 물론이고, 약사나 의사나 심지어 교수나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AI가 탑재된 로봇의 기술혁신을 이겨낼 직업은 과연 얼마나 될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우리가 불과 20여년 전에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정책을 썼던 것을 돌이켜 보면, 미래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로봇세 등이 현재 소극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사라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대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올바른 정책적 선택을 위해 미리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않는다면, 로봇에 의한 미래의 충격은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박천배 교수(영어교육과)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