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그라피 교양 수업의 한 장면                                                                                                                         사진제공 : 여태명 교수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ㅇ 씨는 최근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을 찾다가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과제와 봉사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캘리그라피를 통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차분히 앉아서 글씨를 쓰다 보면 시간도 빨리 가고 잡념이 사라진다"고 전했다.
 ㅇ 씨가 취미로 즐겨하고 있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이나, 기계적인 표현이 아닌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씨체를 말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글씨
 최근 디지털 기계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나면서 손글씨가 다시 주목받게 됐다. 손글씨의 열풍으로 캘리그라피는 핸드폰 케이스, 이모티콘, 가게 상호, 영화 포스터, 방송 타이틀 등 우리 주변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딱딱하고 정감이 느껴지지 않는 인쇄체의 상품이 전부였던 과거의 마트와 달리, 요즘 마트에서는 캘리그라피로 감성과 활력을 불어넣은 상품들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초창기에는 '글씨를 잘 써야만 할 수 있다', '서예가나 예술가와 같은 전문가만 할 수 있는 분야다' 등의 선입견으로 캘리그라피 입문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캘리그라피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대중적으로 친숙해졌고, 자연스럽게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져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캘리그라피를 배우며 쓰고 있다.
 

 학교에서 만나는 캘리그라피
 최근 우리대학에서 개최된 '전자도서박람회'와 '원광 플러스 페스티벌'에서는 캘리그라피 책갈피를 만들 수 있는 체험 부스를 마련해, 평소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있던 학생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더불어, 캘리그라피를 전문적으로 배워 보려고 해도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를 몰라 머뭇거리는 학생들을 위해 우리대학에서는 교양 강좌로 '캘리그라피'를 진행하고 있다.
'캘리그라피' 강의를 담당하는 여태명 교수(서예문화예술학과)는 "강의할 때 먼저 캘리그라피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 설명을 진행하고, 이론을 마친 후 옛날에 썼던 것을 그대로 모사하는 임서(臨書)의 과정을 거쳐 단어에서 문장으로 점점 늘려가며 글씨를 써 본다. 이렇게 붓에 적응하고 나면 캘리그라피가 적용된 상품을 보고 나만의 글씨체로 표현해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 교수는 "펜으로 필기할 때에는 다른 곳을 보면서도 쓸 수 있지만, 캘리그라피는 붓 끝에 온 정신을 쏟아가면서 써야 하기 때문에 정신 수양에도 도움이 된다"며, "캘리그라피를 배우면 개성 있는 나만의 글씨체를 표현해 낼 수 있는데, 이를 살려 다양한 분야로 취업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캘리그라피 교양을 수강했던 배현진 씨(스포츠과학부 2년)는 "평소 무언가를 그리거나 꾸미는 것에 관심이 컸는데, 붓을 잘 길들여 내가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먹물에 물을 더 넣을수록 깊이 있는 색이 나와서 신기했고, 강의에서 배운 것을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고 강의에 대한 후기를 남겼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나만의 예술
 캘리그라피는 교양 강의뿐만 아니라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전문가의 강의를 접할 수 있는 등, 이전에 비해 접근성이 굉장히 좋아졌다. 또한, 캘리그라피에 입문할 수 있는 다양한 서적도 있고, 화방이 아닌 문구점에서도 붓펜과 펜촉, 펜대 등 캘리그라피 전용 펜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즉, 종이와 붓, 배우려는 마음만 준비됐다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어렵지 않게 캘리그라피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일필휘지(一筆揮之)라는 말이 있다. 글씨를 단숨에 써 내려가는 모습을 나타내는 사자성어이자, 명필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캘리그라피는 일필휘지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붓을 잡고 흰 종이에 손 가는 대로 자유롭게 글씨 쓰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의 검은 때들이 먹에 섞여 사라지게 된다. 이윽고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조금은 편안해진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이번 주말, 모니터 속 딱딱하고 획일화된 글씨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씩 써 내려가 보면 어떨까?


문승리 기자 anstmdfl97@wku.ac.kr
김나영 기자 piny676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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