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의 조명, 땀에 젖어 자신에게 달려드는 상대의 모습,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 세상에 있는 모든 빛…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다. 영화<형>의 주인공 고두영(도경수 분)은 유도 국가대표 선수로 금메달 유망주였지만, 올림픽 경기 중 머리를 크게 다쳐 시신경이 손상돼 실명하게 된다. 청춘을 바쳐 쌓아 올린 공든탑이 무너져 버린 고두영. 그는 평생 해왔던 유도를 잃고, 10년 넘게 살아온 그의 집에서조차 마음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칩거 생활을 하며 하루 종일 방에 누워있기만 한다.
 사기죄로 교도소에 있던 그의 형 고두식(조정석 분)은 '자신의 동생이 시력을 잃어서, 돌봐 줄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명분으로 1년간 가석방 기회를 얻어 출소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명분은 거짓이었다. 그는 출소해 무기력한 자신의 동생을 마주하지만, 출소의 명분과는 달리 서로 욕만 주고받으며 고두영을 돌보지 않는다. 그는 밥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고, 결국 고두영은 영양실조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고두영의 코치인 이수현(박신혜 분)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 고두식을 나무라는 한편, 고두영을 챙겨주며 올림픽 이후에 열리는 패럴림픽에 출전해 보자고 설득한다. 고두영은 사고를 당했을 당시의 트라우마와,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낙담한 나머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두식은 고두영과 함께 지내며, 고두영이 운동만 하며 평생을 보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차츰 고두식은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며 점점 고두영과 가까워지게 된다. 어느 날 고두식은 고두영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한다. "누군가 그러더라 장애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라고." 두영은 항상 자신이 장애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지내왔다. 하지만 형의 말을 계기로 장애를 극복하기 보다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고두식은 우연한 기회로 찍은 CT 촬영을 통해 자신이 췌장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 이상 곁에 있을 수 없게 된 형은 동생에게 혼자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기로 결심한다. 그는 어릴 적 함께 놀았던 운동장에 두영을 데려가, 앞이 보이지 않는 동생에게 "자신을 믿고 뛰어오라"고 한다. 고두영은 망설임 끝에 형의 말을 듣고 그에게 다가가며 조금씩 용기를 되찾아간다. 이후, 고두식은 고두영에게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자고 제안하고, 형에게 완전히 의지하게 된 고두영은 그의 설득을 받아들인다. 두식은 두영이 일어날 수 있도록 두영의 전담 국가대표 코치였던 수현에게 다시 한 번 두영의 코치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수현은 고민하지만 자신이 지도했던 선수로서, 두영이 유도를 다시 시작하길 바랐다.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을 모두 내려놓는다. 그리고 두영을 지도하기 위해 장애인 국가대표 코치로 전향하게 된다.
 국가대표 코치가 된 그녀는 시각장애 유도 선수들에게 자신을 '미녀코치'라고 소개한 뒤, 띠를 동여매고 말한다. "아무튼 누가 뭐래도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국가대표입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라고.
장애인 올림픽 또한, 세계인의 축제이자 운동선수들의 장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국가를 대표해서 나온 것이다. 두영의 상실감과는 달리 그의 기량은 전혀 녹슬지 않았고, 그것은 장애인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했다. 그 순간 그의 모습은 온전히 그 자신을 받아들인 한 명의 '국가대표'였다. 이후 그의 훈련 생활과 시합은 몇 년 만에 되찾은 일상이 됐다.
 두영이 참가한 장애인 유도는 실제 장애인 올림픽의 한 종목이다. 두영이 참가한 장애인 유도시합은 그가 형과 코치를 통해 되찾은 용기가 펼쳐지는 장이었다. 현재의 패럴림픽은 모든 신체장애자에게 용기를 일깨워주고 있다. 며칠 전 장애인 전국체육대회가 우리지역 익산에서 막을 내렸다. 그곳에는 제2의 고두영, 제3의 고두영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일반 선수 못지않은 훈련을 하며, 대표 선수로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장애인 시합이나 장애인 체육은 나날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이번 체전의 종목 참가자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이제껏 장애인의 체육활동은 그저 감동스러운 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장애인 시합을 관람하면서 감동을 느끼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 되기를 하는 바란다. 

이옥영 수습기자 dhrtkd200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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