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토요일 20여 명 정도의 국문과 학생들과 함께 '한국문학치료학회'에 참석했다. 박사과정 학생이 한 명 같이 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학부 학생들이었다. 익산에서 학회 장소인 서울 건국대학교 캠퍼스까지는 KTX와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버스로 학생들과 답사를 간 경우는 여러 번 있지만, 기차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처음이라 계획 단계부터 돌아올 때까지 긴장되면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문학치료학'은 문학을 중심으로 정신의학, 심리학, 교육학, 상담학 등의 여러 학문들이 연계해 이루어진 융합학문으로, 문학 작품을 통해 인간의 정신적 건강과 치료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을 가진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서구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연구, 활용된 것도 벌써 20여 년 가까이 되는 듯하다. 문학작품, 넓게는 문화콘텐츠를 활용해 심리적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학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원광대 국문과에서도 연구 초기부터 학부과정에 '서사와 문학치료'라는 과목을 개설해, 국문학의 영역을 넓혀 실생활과의 관련성을 높이고 졸업 후의 진로에도 도움을 주고자 노력해왔다. 이번 한국문학치료학회 방문은 이러한 노력을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학생들 중 몇 명은 수도권이 본가이지만 그 대부분은 전주나 익산 출신이어서 KTX를 타고 서울에 가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하루 만에 익산에서 서울로 가서 학회 참관 후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익산까지 내려오는 바쁜 일정이었지만, 학생들은 얼굴에 연방 웃음을 지으며 마치 기차 여행을 하는 듯 들뜬 모습이었다. 건국대에 도착해 학교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캠퍼스 구경을 잠깐 한 뒤 인문대학에 위치한 '서사와 문학치료 연구소'를 둘러보고 2시부터 학회에 참석했다. 
 평소 전공수업에 열의가 높기는 했지만 큰 학술대회 참관은 처음인 학생들이라 6시까지 꼬박 세 개의 발표와 토론을 들어야 하는 학회 일정이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학회에 참석한 다른 학교 교수님들에게 칭찬을 받을 정도로 우리 학과 학생들은 발표를 경청하고 때로는 필기까지 하면서 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처음과 마지막 발표는 현대문학 작품을 심리학적 입장에서 분석하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는 문학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한 그룹의 뇌파를 측정해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해보려는 새로운 시도의 사례 발표였다. 첫 발표자는 등단한 시인이자 현대시를 공부하는 박사과정 연구자였는데, 우리 학과 학생 한 명은 문예특기자로 입학한 경력 때문인지 그 시인을 익히 알고 있어 사인까지 받아가며 만남을 기뻐했다. 두 번째 발표의 경우 내가 토론자였는데 문학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심리학이나 뇌과학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까지 이해해야 해서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분량도 많아 교수인 나로서도 부담이 있었는데, 의외로 학생들은 편안한 태도로 발표와 토론을 들으면서 오히려 토론자인 나를 격려해주었다.

 우리가 빵과 과자 등을 좀 준비해 갔는데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간식이 일찍 동이 나는 사태가 발생하고, 저녁 메뉴인 무한리필 삼겹살에 학생들이 큰 감동을 받는 등 혈기왕성한 학부 학생들의 참여가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학회에 참석한 모든 회원들이 원광대 국문과 학생들 덕분에 더욱 활기 있는 학회가 되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등 참으로 보람 있는 하루의 행사였다. 참여해준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이번 학회 참관의 경험이 학생들에게도 오래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박경주 교수(국어국문학과)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