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위주의 논리에 따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현대 사회는 경제 성장에 맞는 문화의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경제 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는 경제 이외의 측면, 즉 사회 전반에 걸쳐, 심지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시민의식에 이르기까지 자본을 목적으로 하는 비인간적인 문화의 확산을 야기했다. 빗나간 이기심에서 비롯된 금전적·물질적 이해타산에 집착함에 따라, 현대 시민사회에서 중요한 규칙인 공정한 자유경쟁과 그에 의한 경제혁신 및 발전을 방해하는 퇴폐적인 자본주의 문화 현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 드러난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도 이러한 현상의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개방적이고 인본주의적인 교육이 아닌, 입시 위주와 지식 주입식 교육,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에 15시간을 낭비하는 교육이었다. 입시 위주와 주입식 교육은 자본을 취득하는 주체들을 만들어내기 는 쉬우나, 배운 지식과 얻어진 지위는 자신의 지식을 자본으로 바꾸고자 하는 현상을, 자신이 소유한 자본의 양을 자신의 성공과 동일화함으로써 물질 위주의 자본주의 문화 확산을 가속화시켰다. 
 현대사회에서는 경제가 궁극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경제결정론적인 측면에서 부르디외가 주장하는 자본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자본 개념을 현대사회의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여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화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자본 개념, 즉 경제적 자본, 사회적 자본, 상징적 자본, 문화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설정했다. 그의 자본 개념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문화적 자본이다. 다시 세 가지로 세분되는 문화적 자본 중에서, 오늘날의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체화된 문화자본'이다.
 체화된 문화자본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획득하는 것들, 즉 지식·교양·취향·감성 등 인간이 자본을 체화된 형태로 몸에 배어서 자기 것이 된 것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담론의 진원지인 다보스 포럼에서 제시된, 미래사회의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16가지 기본 능력이 부르디외가 주장하는 체화된 문화자본에 해당된다. 문해력·산술능력·과학소양·ICT소양·금융소양·문화적인 시민소양 등 6가지 기초소양은 초중등교육 과정에서 길러져야 하며, 비판적 사고력 및 문제해결능력·창의력·소통능력·협업능력 등 4가지 역량과 호기심·진취성·지구력·적응력·리더십·사회문화적 의식 등 6가지 성격적 특성은 고등교육 과정에서 길러져야 할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 그리고 대학 졸업장이 사회 진입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미래사회에서는 기술·지식 습득, 자격증, 졸업장을 위한 학교 교육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대학교육은 체화된 문화자본, 즉 역량교육과 성격적 특성을 기르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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