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었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1929년 10월 30일 광주-나주 열차 안에서 한국인 여학생을 일본인 남학생이 희롱하면서 촉발돼, 그해 11월 3일 광주에서 전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간 학생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원대신문>은 독립과 정의를 위해 함께 일어섰던 학생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시작
1919년 3월 1일 만세 운동은 일제에 대항하기 위해 일어난 최초의 대규모 독립운동이자, 민족의 정신을 일깨운 불꽃이었다.
이후, 갖은 탄압에도 독립을 염원하던 학생들은 광주에서 성진회, 소녀회 등 비밀조직을 결사해 항일의식을 키워나갔다. 이런 활동들이 이어지다가 1929년 10월 30일 광주-나주 열차에서 일본인 학생들이 조선인 여학생의 댕기 머리를 잡아채며 희롱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모습을 목격한 사촌 남동생은 일본인 학생에게 항의했으나, 일제 시대였던 당시 일본 경찰은 조선인 학생들만 일방적으로 구타하는 등 공정하지 못한 처사를 보였다. 이에 11월 3일 광주에서 편파적인 수사와 식민지 교육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독립시위인 광주학생항일운동이 시작됐다. 일제는 시위를 진압하려 시도했으나 학생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퍼져나가 서울, 부산, 대전, 신의주 등에서도 동조 시위가 일어났다. 이는 전국적 만세운동으로 확산돼 이듬해 3월까지 전국 300여 개 학교에서 학생 5만 4천여 명이 동참했다.
당시 일제는 조선의 독립을 막기 위해 식민화 교육을 펼쳤다. 학교에서는 한글을 금지했으며, 학생들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했다. 하지만 어떠한 식민지교육도 독립을 향한 조선 학생들의 염원을 꺾진 못했다. 분노에 가득 찬 학생들은 제국주의 타도를 외치며 식민지 교육 체제를 반대하는 시위를 일으켰다. 이는 목숨을 내놓는 위험한 일이었으나, 거리로 뻗어 나간 시위대는 조선 학생의 용감성을 만천하에 알리며 독립의 희망을 불어넣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시작
학생들이 일어선 건, 일제 강점기가 마지막이 아니었다. 1960년, 12년 동안 이어져 온 독재정권이 막을 내렸다.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등 불법적인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이어간 이승만 정권은, 1960년 3월 15일 제4대 정·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부정선거를 실시하려 했다. 이에 분노한 대구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결의문을 작성하고 시위에 나섰다. 이 시위가 바로 한국 현대사 최초로 민주개혁을 요구한 '2월 28일 대구 학생민주의거'다.
한편, 마산 지역에서는 3·15 마산의거가 일어났다. 이때, 형과 함께 저녁 시위에 합류한 김주열 열사가 진압군이 발포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4월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분노했고, 4월 19일을 기점으로 전국적인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결과, 이승만 대통령은 4월 26일 사임을 발표했다. 4·19 혁명은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발판이자, 아픔을 딛고 일어선 투쟁이었다. 미래의 우리를 위해 피 흘리며 지켜낸 민주열사들이 있어 지금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학생의 날' 역사의 기록
우리나라는 항일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학생들의 애국심을 함양시키기 위해 매년 11월 3일을 법정기념일인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제정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기념일 지정 초기에는 독립운동과 애국정신의 의미가 강조돼 이어졌으나, 1972년 박정희 군사정부 시대에 들어 학생들의 반독재·민주화 투쟁이 계속되자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의 이유로 한동안 폐지됐다. 그러나 계속된 부활 운동으로 1984년 '학생의 날'이 제자리를 되찾았다. 이후, '학생의 날'이라는 명칭이 학생독립운동의 의미를 온전히 담고 있지 못하다는 많은 의견에 따라 2006년에 '독립운동기념일'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
11월 3일은 일제에 항거한 학생들의 정신을 기리고, 나아가 1929년에 있었던 그날의 희생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는 뜻깊은 날이다. 우리는 독립지사의 희생을 기억하며 그분들이 물려준 소중한 유산과 정신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 한다.
'학생의 날' 역사의 기록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맞이해 지난 3일 광주에서는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기존에 광주시 교육청에서 맡아왔던 기념행사가 정부의 주관으로 개최된 것은 89년 만이다. 이낙연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학생독립운동은 주체가 학생이었을 뿐, 성격은 항일독립운동이었다. 장소도 광주에서 시작됐지만 이내 전국으로 확대됐다"며, "교육청 주관의 기념식을 올해부터 국가보훈처가 주관하고 부대행사 등을 교육부가 맡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념식은 불의에 맞선 학생들의 독립정신을 계승하는 의미로, '학생이 지켜온 정의, 그 위대한 역사의 시작'을 주제로 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준비돼 기념식 진행 역시 학생들이 주도하며 독립운동 과정을 재현한 연극, '정의'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컨텐츠가 이어졌다. 또한, 학생독립유공자를 발굴하고 독립지사에게 포상을 전하는 시간도 가졌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세계 40여 개국에서 지지하는 독립운동이라 한다. 국내에서도 3대 항일운동에 들 정도로 큰 규모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권국가로서의 위치를 온전히 되찾았지만, 아직까지도 사회 제도 및 구조적 문제로 인한 갈등은 존재한다. 이러한 세상과 부딪히다 보니 국가의 안보보다는 자신의 삶을 살피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중요한 고민으로 와닿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순간 공존하고 있는 자리에 대해 무게감을 느끼며 독립지사와 열사 등의 헌신을 기억해야 한다. 3·1운동,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등 많은 혁명과 더불어 89주년을 맞이한 광주학생독립운동까지 지금의 나라를 만나게 해준 애국지사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이애슬 기자 dldotmf3295@wku.ac.kr
이상미 수습기자 sangmi0407@w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