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마음속엔 삼각형이 있다. 그 삼각형은 우리가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우리의 마음을 찔러 아프게 한다. 그래서 죄책감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나쁜 짓을 하면 할수록 이 삼각형은 조금씩 닳아서 동그래지고 점점 마음을 찌르는 아픔도 무뎌져 간다. 그렇게 양심은 사라지게 된다. 이는 인디언 속담으로 양심에 대한 무뎌진 우리의 마음을 잘 표현한 이야기다.

 지난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됐다. 매년 부정행위는 올해도 어김없이 적발됐다. 최근 5년간 매년 약 200건 이상의 수능 부정행위가 적발돼 무효 처리됐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수능 부정행위로 적발된 건수는 무려 1천여 건에 달했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부정행위는 수능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에서도 시험 기간만 되면 커닝과 족보거래 등 다양한 부정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 대학 안의 부정행위 >
 
 대학 내 부정행위에 대한 파문은 시험 기간마다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전북에 위치한 모 대학의 공과대학 학생회 임원 6명이 SNS를 통해 유출된 시험지의 답을 공유했다는 대자보가 올라오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교수회의를 통해 6명 중 학생 1명에게 무기정학, 나머지 5명은 15일에서 30일까지 유기 정학 징계를 내렸다. 이후 학교 측은 시험에서 모든 통신기기 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전반적인 시험 관리·감독 규정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의 의과대학에서 부정행위 사건으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시험장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A 씨의 '첫 부정행위'를 목격했고, 이틀 뒤인 시험에서도 또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감독관에 의해 적발됐다. 이에 학교 측은 자체조사 끝에 부정행위를 저지른 본과 4학년 학생에 대해 징계처분을 내렸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은 부정행위에 대해 어떻게 조처할까? 현재 우리대학 학생 상벌에 관한 규정 제 22조 5항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에 따르면, "타인의 답안지를 보거나 기타 참고물을 보고 답안을 작성했을 때, 구두전달로 답안을 교환 작성했을 경우" 경고 처분을 내리고 해당 과목 성적을 무효로 한다. 또한, "대리시험을 치렀거나 이를 의뢰했을 때, 감독자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이를 거부했을 때" 시험 전과목을 무효로 하고 무기정학에 처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 우리대학 내 부정행위 인식은? >
 
 <원대신문>은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약 4일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정행위 인식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본 설문 조사는 오프라인 설문지 배부 및 우리대학 관련 SNS 페이지를 통해서 진행됐으며, 총 10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우선 '시험 중 부정행위를 목격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69.4%가 '그렇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목격된 부정행위 유형은 핸드폰을 이용한 커닝 47.4%, 커닝 페이퍼 29.8%, 벽이나 책상에 적어놓기 7%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부정행위를 본 후 대처법에 대해 "그냥 넘어간다"라는 응답이 59.6%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교수님께 알린다"는 20%에 달했다. 가장 의견이 많았던 "그냥 넘어간다"의 이유로는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까 봐' 46.2%, '귀찮다' 16%, '부정행위인지 불확실해서' 15%라고 밝혔다.
 반면, 부정행위를 했다고 답 한 학생들은 성적관리 38.5%, 장학금 7.7% 외에도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억울해서'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학생 중에서도 '아직은 경험은 없지만 만일 부정행위를 한다면 학점관리를 위해서 할 것이다'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편, 부정행위에 대한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로 학생들이 경각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부정행위 처벌을 목격한 학생들은 15%에 그쳤다. 그마저도 '구두에 그친 경고'가 50%에 달했으며, 'F 학점 처리' 30%, '그 문제는 전원 정답처리' 20%가 그 뒤를 따랐다.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감독관 증원, 핸드폰을 미리 수거, 시험지를 a, b형으로 나눠 출제, 강력한 처벌' 등 다양한 부정행위 예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예방하기 전에 사전에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방법이 정답일 것이다. 부정행위를 하고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 나무꾼처럼 마음도 사라져 차가운 깡통으로 변해버린 게 아닐까? 그들의 양심이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 다 보고 있다 >
 
 우리대학에서 부정행위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농식품융합대학에 재학 중인 ㅅ 씨는 "시험을 치르는 중 벽에 작은 글씨로 적혀있는 답을 보고 쓰는 학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험 도중에 교수님과 조교님이 다 나가서 부정행위를 알리지 못했다"며, "감시가 너무 허술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철저하게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ㅇ 씨는 "한 교수님은 부정행위를 목격한 후 신고하면 가산점을 주겠다. 시험시간 동안 강의실 뒤쪽에 카메라를 설치해 부정행위 신고 시 확인 후 칼같이 처리하겠다"고 말씀해주셨고, "수업을 듣는 학생이 모두 만족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의 융통성 있는 대응이 학생들의 불안한 마음을 덜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대학도 물론 부정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시험 관련 답안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강의실의 벽과 책상은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덧 한 학기의 수고와 노력의 결실을 맺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기말고사에는 개인적 차원의 인성과 도덕성 함양은 물론이고 사회 윤리의 준수 의식 함양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남은 한해를 보람차고, 정직하게 마무리해서 자신에게 후회 없는 결과를 남기길 바란다.
 이번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한 학생의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중농학파인 이익은 나라를 좀먹는 '6좀'을 폐단으로 규정했다. '6좀'에는 부정행위(부정부패)도 포함된다. 어떤 이로운 점도 없고, 살려두면 큰 재앙을 만들어낼 벌레를 당신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당신이 반사회적이거나 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답은 당연 '박멸'일 것이다.
 
  문승리 기자 anstmdfl97@wku.ac.kr
  이애슬 기자 dldotmf3295@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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