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우리가 흔히 쓰는 '만남으로써'는 '만나-'에 '-ㅁ으로써'가 통합된 말이다. '함으로써'는 당연히 '하-'에 '-ㅁ으로써'가 통합된 말이며 '먹음으로써'는 '먹-'에 '-음으로써'가 통합된 말이다. 이들에서 확인되는 '-으로써'는 소위 '도구'를 뜻하는 말인 것이다. 이 '-으로써'는 더러 '써'가 생략된 채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자.

 
(1)가. 2년 만에 우연히 그를
만남으로써 오해가 풀렸다.

나. 2년 만에 우연히 그를
만남으로 오해가 풀렸다.

cf. 2년 만에 우연히 그를
만나므로 오해가 풀렸다.

 
 (1가), (1나)에서 '…… 만남'까지를 모두  로 두자. 그러면 두 문장 '향으로써 오해가 풀렸다', '향으로 오해가 풀렸다'에서는 당연히 틀린 부분을 발견할 수 없다. '향으로'를 '향을 통해/가지고'의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향자리에는 명사가 들어갈 수도 있고 동사가 들어갈 수도 있다. 특히 동사가 들어갈 시에는 '-(으)ㅁ'으로 끝나게 된다. '함', '먹음' 등이 바로 '-(으)ㅁ'으로 끝나는 말인 것이다. 아무튼 (1가)와 (1나)는 '…을 통해/가지고 오해가 풀렸다.'라고 해석되기에 정상적인 문장으로 파악하면 된다. 그 아래의 참조 문장은 '향므로 오해가 풀렸다.'라는 문장이 된다. '하므로', '먹으므로'라는 뜻이기에 그 문맥에서는 적절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래의 문장은 '책을 통해' 혹은 '책을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알차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2가)가 맞는 문장이다.

 
(2)가. 책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알차게 하자.

나. 책으로서 우리의 미래를
알차게 하자.

다. 책으로 우리의 미래를 알차게 하자.

 
 (2다)와 같이 '-으로써'를 '-으로'로 바꾸어 '책으로 우리의 미래를 알차게 한다.'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래의 (3다)에서도 '써'가 생략된 것을 알 수 있다.


(3)가. 선생님으로써 그럴 수는 없다.

나. 선생님으로서 그럴 수는 없다.

다. 선생님으로 그럴 수는 없다.

 
 (3)에서는 '선생님을 가지고', '선생님을 통해'라는 말이 부자연스럽다. 그러므로 (3나)와 (3다)를 맞는 문장으로 보아야 한다. 사실, 일반인들이 '-로써'로 쓴 것은 웬만하면 '-로서'를 잘못 쓴 경우이니 주의하기 바란다. 실제로 '-로서/로써'가 헷갈리는 경우, '-로서'로 써야 할 문맥이 90% 이상일 수 있다. 이제부터 '-로서'는 '-로서'로 읽고 '-로써'는 '-로써'로 읽는 습관을 들여 보자. '대통령으로서'로 써 놓고 굳이 '대통령으로써'로 읽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지금껏 '-로서'나 '-로써'를 모두 '-로써'로 읽어 온 것이 문제이다. 그러니 헷갈리는 사람은 그 발음 때문에 계속 혼동한 것이다.
 사실 (2다)와 (3다)만으로 바른 문장이 된다. 굳이 '-으로써'와 '-으로서'를 쓸 필요가 없이 '-으로'만으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앞으로 '-로서/로써'가 헷갈린다면, '써'나 '서' 없이 써 보자. 자격의 의미인지 도구의 의미인지를 따지지 말고 '써'를 빼고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파워포인트로써 수업을 한다.', '거울로써 비춘다.'라는 두 문장은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써'를 빼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은가.
 아래에서는 무엇이 맞는지 검토해 보자.

 
(4)가.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단으로써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단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5)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으로써는
이것이 최고다.

나.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으로서는
이것이 최고다.

다.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으로는
이것이 최고다.


 일단 (4)와 (5)의 마지막 문장은 무조건 맞는 표현이다. 그 나머지 중에서는 (4나)와 (5나)가 맞는 표현이다. 여기서 '어!' 하는 감탄사가 나올지 모른다. 그러니 자신 없으면 (4다), (5다)와 같은 방식을 택하라는 것이다. 필답시험을 보는 사람이라면 '신분/자격'인지 '도구'인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다시 위 문제를 보자. '수단'과 '방식'이라는 명사가 사용되면 거의 기계적으로 '-로써'라고 생각하기 쉽다. 함정이다.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단을 가지고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라거나,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수단을 통해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중요한 의의'가 바로 '자격'과 관련된 것이다. (5) 또한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을 가지고 이것이 최고다.'라거나,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을 통해 이것이 최고다.'라는 뜻은 아니다. '최고'라는 것은 '자격'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으)로서'가 쓰여야 할 것이다. 다만, '이로써 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도출된 것이다.'에 있는 '이로써'는 항상 '-로써'를 쓰도록 하자. '이를 통해' 정도로 이해될 법하다.

 원리는?
 자격[선생님으로서]의 의미인지 도구[펜으로써]의 의미인지를 따지지 말고 '써'를 빼고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때가 많다. '거울로써 비춘다.'라는 문장은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써'를 빼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로서'나 '-로써'를 굳이 쓰고 싶다면 '-로서'로 쓰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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