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교수

  혹시 삶이 바쁘고 팍팍하다면, 잠시 쉬어갈 겸 해서 제가 소개하는 짧은 글 하나 읽어보시지요. 최근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글인데, 출처나 저자에 대한 정보는 불분명하지만, 마음의 간식거리 정도는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어느 날 와이프가 내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이며 말했다.
"당신은 내게 로또 같은 사람이에요."
"내가? 정말??"
...
"응"
"하나도 안 맞아..."

부부라면 특히 공감가는 얘기일 것입니다. 이야기의 백미는 아마도, 뭔가 잘 나간다 싶었는데, 그것도 잠시, 한 순간 아내에게 완벽한 되치기를 당하는 남편의 뻘줌함 같은 것일 수 있겠네요. 필자는 여기서 생각의 편향성을 읽습니다. 이러한 반전은 사람의 생각이 편향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로또에는 두 얼굴이 있지요. 당첨되면 대박인 로또(이상), 당첨되지 않는 쪽박 로또(현실). 그런데 사람들은 한 쪽만 보는 고질병이 있습니다. 위의 경우에서도 남편은 당첨된 대박 로또를 그리고 아내는 당첨되지 않는 쪽박 로또를 생각하고 있군요. 우리도 사실은 거의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또 다른 성질의 생각 고질병이 있습니다. 이것은 생각을 실제와 동일시하는 태도입니다. 가령 상술한 것과 같은 '남'의 얘기를 읽는 우리 독자는 그것을 가볍게 웃어넘깁니다. 그러나 얘기의 주인공은 그렇질 못할 것이고요. 사실이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 및 상대방의 생각을 실제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해관계에 얽혀 있지 않은 경우, 사람들은 자타의 얘기나 생각을 그저 얘기나 생각으로 치부합니다. 생각을 실제와 동일시할 때, 생각은 딱딱하고 무거워집니다.
한편으로는 편향적인 생각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각을 실제로 동일시하기, 우리네 인간들이 지지고 볶고 싸우는 대부분의 사건사고들이 사실은 저러한 마음질환들로 인한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사태의 일면만 보거나, 남은 생각지 않고 자기만 생각하거나, 일차적인 조치만 생각하고 그것이 동반하는 결과 같은 이차적인 측면은 생각지 못하는 등, 생각의 편향성은 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또 즉흥적으로 스치는 생각으로 사람과 세상을 재단하면서, 즉 생각을 현실로 동일시하면서, 사람들은 잦은 낭패를 겪기도 하지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 생각날 것입니다.
'생각'이라는 놈을 잘 다룰 줄 알아야 삶이 안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다른 무엇보다도 생각을 애완견쯤으로 여겨보세요. 자신 스스로 개(생각)가 되는 대신 말입니다. 그러면 일단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과대평가하지도 않게 됩니다. 개가 내가 아닌 그냥 개이듯이, 생각을 그냥 생각으로 여기게 되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애완견을 데리고 놀 듯, 생각을 이리저리 돌려봄으로써 생각도 삶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령 확신에 찬 생각을 한번 의문시 해보거나, 남 탓을 내 탓으로, 원망을 감사로,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 생각으로 바꿔 보세요. 느낌이 확 달라질 것입니다. 돌리기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그러나 원리는 하나입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반대로 돌려보거나 그것의 이면을 생각해 보는 겁니다.
생각은 '나'도 아니고 현실도 아닙니다. 생각을 애완견의 일종으로 대할 때, 우리의 마음과 삶이 더욱 윤택해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애완견이 지금 사고를 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서 단속 나가셔야 합니다. 이제부터 생각의 애완견을 한번 키워 보시지요.

이기흥 교수(마음인문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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