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이번에는 띄어쓰기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려 한다. 다음은 어디에서 띄어야 할까?

(1) 전라남북도에서만큼은

 한국인이라면 '전라도' 내지는 '전라남북도'와 같이 3글자 이상이 연속으로 붙어 있다면 그 다음 이어지는 말은 앞말과 띄어 적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글자 수에 의지하여 띄거나 붙이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이때 한 글자만을 대상으로 띄어 적기를 시범적으로 해 볼 수 있다. 바로 '집'과 같은 한 글자 단어를 임의로 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2가)와 같이 붙여 쓸 것이다. 한 글자 뒤에서 '-에서'를 붙인다면 앞에 백 글자가 오더라도 붙여야 한다.


(2)가. 집에서     나. 집 에서

이렇게 해서 '-에서'에서의 고비를 넘기고 '-만큼'도 같은 방법으로 고비를 넘길 수 있다.

  (3)가. 집만큼     나. 집 만큼

 '-은'에서도 같은 방식을 권하고 싶다. 그러면 (1)에 제시된 예는 한 번이라도 띄어 적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래도 조금만 참아 보자.

 사실 띄어쓰기와 관련해서는 대원칙이 있다. 바로 조사와 어미는 붙여 쓴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공자가 아니라면 무엇이 조사이고 무엇이 어미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일반인을 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자.

(4)가. 그 일은 (한만큼, 한 만큼)
혜택이 돌아간다.

그 일을 (할만큼, 할 만큼)
바보는 아니다.

그 일은 (하는만큼, 하는 만큼)
혜택이 돌아간다.

나. 내가 (한대로, 한 대로) 해라.
그냥 (될대로, 될 대로) 되라고 했다.
내가 (하는대로, 하는 대로) 해라.

다. 그 일을 (한듯, 한 듯)하다.
그 일을 (할듯, 할 듯)하다.
그 일을 (하는듯, 하는 듯)하다.
그 일을 (할듯 말듯, 할 듯 말 듯)
주저하고 있다.


 후자처럼 적는 것이 좋다. 쉽게 접근하기 위해 (5)와 같은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 관련되는 예는 (6)에 제시한다.

 (5) 'ㄴ', 'ㄹ' 받침 뒤에서 띄어 쓰자. 그러면 90% 옳다.
 (6) 오는 듯, 올 듯, 온 듯, 올 듯 말 듯, 오는 대로, 올 대로, 온 대로, 오는 만큼, 온 만큼, 올 만큼, 그런 거야, 그럴 거야, 그러는 거야, 할 수 있다, 할 뿐이다, 될 텐데, 갈 테야, 갈 만하다…

앞에서 'ㄴ', 'ㄹ' 받침 다음에서 띄어 쓰면 90% 옳다고 했는데 그 기능적인 측면을 영어와 대비하면서 'ㄴ', 'ㄹ' 받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편, '대한민국에서처럼도'와 '지금으로부터'는 모두 명사 뒤에 조사가 연이어 나타나는 구조이다. 모두 붙여 쓰면 된다. '산부터', '물부터' 또한 붙여 써야 한다. '온 만큼/올 만큼'의 '온/올'과 달리 '산부터/물부터'의 'ㄴ/ㄹ'은 원래 명사 자체에 포함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래 형태의 의미를 파악해 보기로 하자. 후자처럼 띄어 쓰는 경우는 '만큼' 앞말이 동사이며, 전자처럼 붙여 적는 경우는 '만큼' 앞말이 명사이다.

(8) (산만큼   산 만큼)
mountain  buy / live

     (돈만큼   돈 만큼)
money   turn / spin

     (간만큼   간 만큼)
liver   go / grind

 끝으로 방탄소년단이 부른 '봄날'의 일부를 보도록 한다. 빨간색 부분의 띄어쓰기가 잘못된 곳을 찾아보자.

 (9)… 니가 변한 건지 아니면 내가 변한 건지 이 순간 흐르는 시간조차 미워. 우리가 변한 거지 뭐, 모두가 그런 거지 뭐 … (You know it all You're my best friend) 아침은 다시 올거야 어떤 어둠도 어떤 계절도 영원할 순 없으니까 …

 '올거야'에 'ㄹ'이 보인다. 붙이면 안 된다. 다음 주에는 'ㄴ', 'ㄹ' 받침 뒤에서 띄어 쓰지 않는 10%를 찾아가기로 하겠다.

 참고 : 다음 시 '행복(허영자)'에서 띄어쓰기가 잘못된 곳을 바로 잡아 보자. 동사인데 그 형태가 'ㄹ'로 끝난다면 뒷말과 띄어야 한다.

눈이랑 손이랑 / 깨끗이 씻고 /
자알 찾아보면 있을 거야. //
깜짝 놀랄만큼 / 신바람 나는 일이 /
어딘가 어딘가에 꼭 있을 거야. //
아이들이 / 보물찾기 놀일 할 때 /
보물을 감춰 두는 //
바위 틈새 같은 데에 /
나무 구멍 같은 데에 //
행복은 아기자기 / 숨겨져 있을 거야.

 ☞ '놀일 할 때'는 '놀이를 할 때'가 본말이다. '너를 볼 때'를 '널 볼 때', '아이를 볼 때'를 '아일 볼 때'라고 하는 것과 같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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