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5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는 국제수입박람회口博가 열렸다. 수입박람회라니 이름부터 낯설다. 여태껏 전 세계적으로 전시회, 엑스포, 박람회 등이 많이 개최되었지만, 수입을 주제로 국가가 주도하여 박람회를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개최되는 국가급 박람회라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로 중국은 세계 공장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세계 시장으로서의 위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는 약 172개 국가 및 지역 그리고 국제기구에서 3,600개 이르는 기업이 참여했다. 또한 40만 명이 넘는 국내외 바이어들이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다고 하니 그 규모가 가히 엄청나다. 참가 국가의 규모를 보면, 약 450여 개 기업이 참가한 일본이 가장 규모가 컸다. 중국이 개최하는 행사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일본기업의 대거 참여가 눈에 띈다. 더욱이 일본은 이번 박람회에 산업 자동화 기계 분야의 대형 기업들이 첨단 로봇을 전시해 중국 바이어들의 이목을 끌었다. 우리도 약 300여개 기업이 생활용품, 농수산식품 생활가전 등을 가지고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한편, 인터넷 차단 정책으로 중국에서 정상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페이스북, 구글도 대규모 전시장을 마련했다. 자국과 무역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만, 중국의 거대한 잠재적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이 외에도 호주, 독일, 이탈리아 등 경제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표적 국가 정책인 일대일로(一一路)의 연선 국가들도 대거 참여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CCTV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번 박람회에서 중국 수입상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분야는 △의료기기, 의약품 및 건강식품, △인공지능(AI) 및 첨단산업, △식품 및 농산품, △자동차, 그리고 △전자제품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번 통계는 현재 중국인의 소비 패턴이 과거와 얼마나 다른지 잘 보여준다. 특히 인공지능이나 첨단산업에 대한 관심은 중국이 단순히 소비재 물건을 찍어내던 중국이 아니며, 최근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 추세를 대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제조 2025'를 내세우며 스마트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적 신흥산업이기도 하다.
 한편, 9일과 10일에는 수입상 및 기업에 이어 일반 참가자에게 박람회가 개방되었는데, 식품 및 농산품 전시관에 폭발적 관심을 보였다.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식품안전 문제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중국인의 열망은 매우 높다. 얼마 전 신문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요커(游客)의 분유 싹쓸이로 호주 및 영국 등에서는 1인당 분유 판매수를 제한할 정도이다. 중국은 자국 생산 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어, 건강하고 안전한 수입 식품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다. 따라서 향후 수입식품 시장에 대한 잠재력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이번 중국국제수입박람회를 야심차게 준비한 시진핑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박람회 개막식에서 중국시장의 대외개방을 한껏 강조했다. 시주석은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주요 분야에 대한 중국시장의 접근을 완화하고 국제적 경영환경을 조성할 것을 천명했다. 박람회는 우리에게 중국이라는 큰 시장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고, 그 시장의 변모를 몸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중국은 이제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다. 한층 더 개방되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국을 단순히 소비시장으로 보기 보다는 함께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 인지 할 필요가 있다.

윤성혜 교수(한중관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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