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범 기자

 

 "일단 해보자." 신문사에 몸담으며, 어느샌가 입에 붙은 말이다. 처음 입사를 결정한 2017년에는 뭔가를 시도하기는커녕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구체적인 목표 없이, 그저 막연하게 제출한 '수습기자 지원서'는 내 생에 가장 역동적인 2년을 선사했고, 그때 만난 말이 "일단 해보자"였다.

 누군가 "인간은 모방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며 성장하고, 성장해서는 단체 속에 녹아들어 가기 위해 주변인의 행동을 모방한다. 나 또한 신문사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모방했다.
 내가 모방의 대상으로 삼은 대상은 전 편집장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글 쓰는 능력만큼은 본받고 싶기 때문이었다. 꾸준히 그를 관찰한 결과 몇 가지 규칙적인 패턴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하나는 '과거에 어떻게 했는지 찾아봤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과 더불어, 그의 태도 또한 일정한 모습이 있었다. 첫째로,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았고, 둘째로,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셋째로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다른 이들을 반겨줬다는 것이다.
 언젠가 내게 부여된 일에 "어려울 것 같다"고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는 "일단 해보자"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즐겨 쓰는 말도 아니었고 그저 형식에 지나지 않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어느 철학자의 명언과도 같이 다가왔다.
 그가 떠나고, 편집장의 자리를 이어받았지만 '내가 '그' 만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내가 좇던 등은, 이제 앞길을 가로막은 벽이 돼 있었다. 이전에는 난관을 마주하면 '포기하자'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어려운 고비는 결코 적지 않았지만, 나는 결국 나만의 답을 찾아냈다. 내가 찾은 답은 벽을 넘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의 그림자를 옆에 세우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처럼 생각하고, 그처럼 되돌아보고, 그처럼 노력했다. 물론 그도 완벽한 인간은 아니었다. 미숙했던 내가 보기에도 보였던 단점들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포함해 그는 내게 좋은 선생이자, 반면교사가 돼 줬다.
 그는 시에 재능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언젠가 시에 도전했던 적이 있었다. 읽어본 시라고는 교과서에 실린 시가 전부였지만,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흐릿한 기억 속에서 더듬어낸 함축과 운율이라는 단어는, 결국 '말장난', '글자들의 모임'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부족했기에, 책을 찾아봤다. 어색했기에, 자문을 구해봤다. 시를 모르던 사람이 시를 공부하며 얻은 교훈은 '주변에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었다. 주위에 있는 것 하나하나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자, 신선한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바라본 세상은 새로운 것 투성이였다. 이날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시에 대해 결말만 말하자면, 사실 아직도 마음에 드는 글을 쓰지는 못했다. 다만,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었다. '일단 해보자'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해보자'에 대한 긴 회상은 여기서 끝이다. 수습기자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해준 말이자, 정기자로서 내 글의 마지막이 될 말.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얼마 지나지 않아 나 또한 전대 편집장처럼 과거의 인물로 남게 될 것이다.
 잊히는 건 두렵지 않다. 다만, 이 말 한마디만큼은 남겨두고 싶다. "일단 해보자." 일단 해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설령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해도, 전보다 나아진 나를 마주할 수 있다.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바에 다다를 것이다.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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