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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여는 창] 가면 뒤의 추악한 폭력, 그루밍 성범죄약자의 심리 지배 범죄, 처벌 어려워… 법적 처벌 근거 확립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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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3  16: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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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가해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것도 그루밍 성범죄에 포함되는데, 물리력 행사 없이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지배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는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법적 처벌이 어려운 그루밍 성범죄가 최근에는 아동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에게도 쉽게 노출되고 있어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 출처: 맘스메거진
 그루밍의 뜻 알고 있습니까?
 
 최근 종교계에 성범죄 논란이 일며, 이 성범죄에 사용된 범죄 수법인 '그루밍(Grooming)'이 도마에 올랐다. 그루밍은 우리가 흔히 스스로를 꾸미는 남자들을 말할 때 쓰던 '그루밍족' 또는 고양이들이 하는 '그루밍'과는 사뭇 다른 의미다. 
 이 그루밍 성범죄는 여섯 단계로 진행되는 아주 치밀한 '길들이기 식' 수법이다. 먼저 1단계는 피해자(타깃) 고르기부터 시작한다. 꿈이 많은 사람, 꿈이 많은데 그 꿈을 이루기까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사람이 주요 타깃으로 정해진다. 특히 가해자는 아동 청소년, 연예인 지망생, 알바생, 비정규직 등을 타깃으로 삼고, 가출과 방임 등 피해자의 취약점을 파악한다. 그 후 2단계인 신뢰 얻기에 돌입한다.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보를 수집하고는, 앞서 언급한 '꿈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명예나 권력을 언급하며 피해자의 신뢰를 얻는다. 3단계는 욕구 충족시켜주기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욕구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선물을 주면서 '특별한' 관계를 형성해 '신뢰'를 쌓는다. 4단계는 피해자를 고립시켜 가해자에게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해자의 주변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악성 소문을 퍼뜨린다든지, 혹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별한' 관계를 슬쩍 언급해 주변인들이 둘의 사이를 의심하게 만든다. 가해자는 고립된 피해자를 데리고 개인 교습을 하거나 짧은 여행을 함께하는 등 보호자와 떨어지는 상황을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가해자를 향한 의존성이 커지게 된다. 5단계는 '특별한' 관계를 '성적' 관계로 만드는 것이다. '설마 배우자도 있는 분이 나한테?' 또는 '설마 지위 높으신 분이 나한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을 유도하며 성적인 관계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매우 사소한 것들로부터 점점 관계를 발전시키고, 피해자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일단 지켜보지만 결국 성폭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해자와의 성적 접촉이라는 숨겨야 하는 사실이 생기면서 피해자는 점차 고립된다. 마지막 6단계는 통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너도 나한테 원하는 게 있으니까 내가 하자는 대로 한 거잖아" 식으로 압박하며 피해자를 비난·통제·협박하기 시작한다. 가해자를 믿은 만큼 피해자들의 고통은 배로 증가하게 된다.
 
 아동 성 착취와 그루밍
 사회단체 '탁틴내일'이 2014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약 3년간 상담소에 의뢰된 142건의 성범죄 관련 면접상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의 나이가 20세 미만인 사례가 무려 78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해자와의 관계는 친족관계 21.8%, 온라인으로 만난 사람 18.5%, 교사 및 학원, 교회 교사가 16.7%이며, 동급생이 15.9%, 선배 및 지인 또는 후배가 12.7%, 남자친구 또는 데이트상대가 6.4% 순으로 친족관계 성범죄가 가장 많았다.
 위 수치에 따르면, 가해자는 대부분 피해자가 이미 아는 사람이다. 탁틴내일에 신고된 상담 건수만을 통해 나타난 수치이기 때문에 미성년인 피해자가 더 많다고 확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3년간 진행된 피해 상담만으로도 78건을 기록했다는 것은 미성년자를 표적으로 일어나는 성범죄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일면식이 없는 사이보다 가정이나 학교, 교회 등 피해자의 행동 범위 내에서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그루밍 범죄가 친밀한 관계에서 특히 더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정과 학교, 그리고 교회 안에서 이러한 성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는 권위, 혹은 권력이 가해자에게 집중된 해당 집단의 특수한 구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가정의 경우, 부모는 미성년인 자녀를 보호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진다. 가정의 교육 방식이나 양육 방식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쉽게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권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아직 불완전한 존재로 취급을 받는 청소년은,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선생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수직관계가 형성된다. 학생을 마음대로 평가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선생의 지위를 생각해보면, 학생들은 정신적으로 지배당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종교 지도자들 또한 신도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나 강압적인 행동을 취하기 쉬운 구조를 악용하기 때문에 그루밍 범죄가 더욱 자주 발생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법의 심판을 피해가는 범죄
 그러나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신을 지배한 상태에서 자행되는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피해 여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루밍 범죄의 피해자들조차도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와의 표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피해자와 성적 착취를 이어나가려는 가해자 사이에서 물리적인 폭력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사회적으로 '그루밍'에 대한 정보와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그루밍 성범죄를 그 자체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 형법상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을 그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그루밍 성범죄는 명백한 강압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행위인 만큼 형법의 성범죄 규정으로는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것이다.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된 피해자가 사건 이후에도 이전과 다름없이 연락을 이어가는 등 행동·심리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간음, 추행 사실이 드러나면 강간, 강제추행죄 등을 준용해 처벌하고 있지만, 성인의 경우에는 법에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에 가해자의 처벌도 어려울뿐더러 피해자의 '심리적 종속'을 인정받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피해자의 정신을 지배하고 성적 착취를 이어가는 그루밍 성범죄는 비교적 장기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죄질이 나쁜 것은 물론, 그 대상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이나 아동으로도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주의나 관심, 개인의 노력으로 피하기 쉬운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처벌의 근거를 확립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매년 늘어가는 그루밍 성범죄, 지금보다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가해자를 차단하려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명선 기자 sjfkd1919@wku.ac.kr
  홍민지 수습기자 ghddl99@wku.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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