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신문방송사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29일까지 총 3박 4일간 대만 타이페이(台北市), 난터우(南投), 그리고 화련(花蓮)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2017 신문방송사 해외연수기는 총 4회에 걸쳐 게재된다. /편집자

 신문방송사 연수단은 지난 동계 방학기간(12월 26-29일) 중에 대만 연수를 다녀왔다. 우리대학과 교류 중인 난터우 유심성교학원(역경대학) 방문을 중심으로 타이페이와 화련이 주요 연수지였다. 이번 호에서는 셋째 날 마지막 여행지인 타이페이 101빌딩을 소개한다. 이어 마지막으로, 지난 2회에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야시장 거리에서의 기억을 회상하며 연수기의 화룡점정을 찍고자 한다.
셋째 날 저녁, 연수단은 대망의 '타이페이 101'로 향했다. 앞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연수단은 사뭇 지쳐 있었지만, 저 멀리 홀로 우뚝 서 있는 타이페이 101을 보자 연수단을 태운 버스 안은 금세 감탄사로 가득 찼다. 밤거리에 가득한 네온사인 불빛을 뚫고 치솟은 타이페이 101의 위용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눈에 박힌 듯 선하다.
 타이페이 101은 대만의 랜드마크로, 타이페이시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상 101층, 지하 5층 규모에 509.2m 높이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던 마천루였다. 비록 지금은 그 자리를 아랍의 부르즈 할리파에게 넘겨줬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높은 최고층 건물이다.
사실 타이페이 101의 정식 명칭은 타이페이금융센터(臺北金融大樓, Taipei World Financial Center)로, 세계 금융센터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상당수의 층수가 오피스로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컨퍼런스 센터, 레스토랑, 쇼핑센터 등이 여러 층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연수단이 타이페이 101 내부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바로 쇼핑센터였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명품 브랜드들이, 광활하면서도 화려한 내부 이곳저곳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덕분에 연수단은 쇼핑센터를 지나치는 내내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신선한 충격의 얼얼함이 가시기도 전에, 우리 연수단은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보고 또 한 번 깜짝 놀라고 말았다. '타이페이 101의 백미는 야경보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짜릿함을 선사해준다. 사실 필자는 '엘리베이터에 초고속이라는 말이 붙어봤자 얼마나 빠르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5층부터 89층 전망대까지 약 37초 만에 도착하는 어마 무시한 속력을 자랑한다. 2015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너무 빠른 속력 탓인지,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필자는 귀가 먹먹해짐을 느꼈다. 조금씩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 같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이미 89층에 도착한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와 89층 전망대에 발을 딛자, 대만의 야경이 연수단의 눈을 사로잡았다. 늘 커다랗다고만 생각했던 고층 건물들이, 89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자 마치 미니어처가 된 것만 같았다. 실내 전망대였기에 동서남북 방향으로 타이페이의 야경을 조망할 수 있었는데, 그때 바라본 야경은 마치 땅에 별이 뜬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연수단은 89층 실내 전망대뿐만 아니라 91층 옥외 전망대에서 야경을 바라보기도 했다. 91층 옥외 전망대는 바람이 심하게 불기 때문에 평소에는 개방을 하지 않는데, 연수단이 간 날에는 운 좋게도 바람이 심하지 않아 옥외 전망대로 나갈 수 있었다. 약 500m 높이에서, 그것도 야외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제법 색다른 풍경이었다.
 옥외 전망대에서의 조망을 마치고, 연수단은 이어 87층으로 내려갔다. 연수단은 그곳에서 타이페이 101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댐퍼를 볼 수 있었다.
 사실 지진이 잦은 대만에서는 타이페이 101과 같은 초고층 빌딩은 고사하고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층 빌딩을 짓는 것도 무모한 도전이라고 한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01층 건물을 지을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댐퍼다. 댐퍼의 정식 명칭은 Tuned Mass Damper로, 건물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흡수해 자신이 대신 진동함으로서 건물의 진동을 상쇄하는 장치다.
 이토록 중요한 장치인데도 불구하고 댐퍼는 일반인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항시 개방돼 있다. 심지어 이 댐퍼의 모양에 101 숫자를 형상화시켜 '댐퍼 베이비'라는 마스코트까지 만들어 뒀으니, 댐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댐퍼의 가격은 미화 400만 불이라고 한다. 이는 한화로 약 43억에 상당한다. 초고층 건물의 심장부인 만큼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이다.
 그렇게 댐퍼를 구경하다 기념사진을 찍은 연수단은 아쉽지만 타이페이 101과 작별을 해야만 했다. 연수단은 또 한 번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밖으로 나와 타이페이 101을 올려다보자, 처음 왔을 때보다 더 높게만 보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더 높이 치솟아 있는 타이페이 101. 그 거대함이 인류는 하늘로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듯했다. 앞으로도 초고층 빌딩은 계속해서 세워질 테지만, 타이페이 101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은 빛바래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 연수단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우리는 타이페이 101을 뒤로 한 채, 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었다.
 연수단의 대만 연수 일정은 호텔에 도착함에 따라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 평소보다 일찍 호텔에 도착했기 때문에 동료 기자들과 한 방에 모여 지난 3일 동안의 회포를 푸는 시간을 가졌다. 오순도순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에는 달콤한 술과 약간의 주전부리도 함께 했다. 대만 편의점 음식이 대부분이었던 가운데 주전부리의 으뜸은 전날 야시장에서 구매했던 소시지 꼬치였다. 고소한 육즙을 입에 머금으면서 잠시 동안 연수 이튿날 밤 방문했던 야시장에서의 생생한 풍경을 회상할 수 있었다.
 타이페이 시내 한복판을 비집고 길게 뻗어 있던 야시장 거리는 눈보다는 코를 자극했다. 좁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게들, 가게들 안에는 든든한 식사 한 끼엔 미치지 못하지만 한밤중 출출함을 달랠 수 있는 간단한 요깃거리들이 줄줄이 나열돼 있었다. 침을 한 바가지 흘릴 정도로 고소한 냄새가 유독 인상적이었던 멧돼지 고기로 가공시킨 소시지 꼬치부터, 큼지막한 크기를 자랑하는 납작한 닭튀김 '지파이'는 연수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곱창 국수, 딤섬, 알록달록 먹음직스러운 색깔을 자랑하는 과일들이 눈앞에 쭉 펼쳐졌다. 중간중간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의 음식(가이드는 그것이 취두부라고 궁금증을 해소시켜줬다)과 기다란 꼬치에 꿰인 개구리가 비위를 상하게 했지만, 야시장 거리는 그야말로 대만의 서민 음식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였다.
 야시장 거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차분했다. 보통 야시장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흥정'문화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수단이 거리를 활보할 때, 그 어떤 상인도 우리의 팔목을 붙잡거나 앞길을 막지 않았다. 그저 차분히 가게 일을 보며 손님을 기다릴 뿐이었다. 마치 세련된 백화점에 온 기분이었다.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시끌벅적함을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어색함도 감돌았다. 가이드의 말을 인용하자면, 대만은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가격표를 붙여야 하는 '정찰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고로 처음부터 모든 물건에 가격이 정해져 있으며 그 어떤 흥정도, 바가지 요금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관광객 입장에서는 마음 놓고 정직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수단 사이에서는 '체계적이고 솔직해서 좋다'는 의견과 '흥정을 시도조차 할 수 없다니 야박한 거 아니냐'라는 의견이 양쪽으로 갈려 열띤 토론의 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야시장 거리에서의 기억이 다시 침샘을 자극할 때쯤, 차가운 캔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맥주가 비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와 동시에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위해 이만 자리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약간의 알코올에 이끌려 어느새 몸은 침대와 일심동체가 돼 버렸다. 호텔 속 시계는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이 달콤한 여정도 곧 끝나가는구나. 아쉬움이 극도로 고조돼 눈망울에는 약간의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그렇다. 대만에서의 여정은 끝이 났지만, 연수단은 대만 이곳저곳에 각자 그들만의 흔적을 남겼다. 일부 흔적은 '사진'이라는 수단을 통해 휴대폰 속에 담기도 했다. 기억은 창밖에 쌓인 눈이 녹고, 새싹이 피어나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면서 서서히 지워질 것이지만, 우리는 마음 한구석에 평생 남을 경험을 간직했다. 사진이라는 수단은 그 경험을 생생히 되살려내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신문방송사 연수단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학교 언론이라는 공장의 톱니바퀴를 돌리게 될 것이다. 먼 훗날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의 여유가 생기거든 '대만'이라는 추억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시 한번 달콤한 꿈에 빠져보자. 그 꿈속에서 다 같이 만나보도록 하자.


강동현 기자 kdhwguni16@wku.ac.kr
김정환 기자 woohyeen1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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