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되어 있던 학교에서의 집단 폭력,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 왜곡된 청소년 성문화 등이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해 있다. 우리 교육의 역사에서 그 심각성과 폐해가 계속 지적되고 대책이 강구되어 온 것이기는 하지만 금번 사안은 그 성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 가상공간까지 조직망이 형성·확대되어 선후배간 대물림되고 있으며, 학교라는 공간을 뛰어 넘어 사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집단적인 폭력행사나 괴롭힘을 당하는 일을 청소년기에 누구나 겪는 성장통(成長痛)이나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학교에서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은 분명 반사회적, 반교육적인 범죄행위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의 진단방식을 보면 대체로 자기중심적이며 타인전가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두말 할 나위도 없이 학교폭력은 무엇인가를 보고 배운(학습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예방대책의 부실과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의 방조와 사회의 폭력문화가 결합되어 만들어 낸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성인문화의 업보(業報)이다. 그 중 핵심적인 원인은 우리 교육의 허약한 체질과 사회전반의 도덕적 해이 풍토라고 생각한다. 시험점수만으로 학생의 가치를 판단하거나 학력과 환경상의 절대약자를 보호하는 교육적 장치의 부재, 진정한 사제 간의 인간적 만남보다는 성적향상이라는 획일적인 교육운영체제에 몰입하도록 몰아가고 있는 교육체제가 문제다. 금전만능주의에 젖어 돈 될 만한 일이면 청소년들조차 돈벌이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영화, 비디오, 각종 인터넷 사이트 등이 폭력적 선정적이어서 부지불식간에 청소년들로 하여금 쾌락추구의 심리와 행태를 강화시키고 있다. 사회 전반, 특히 지도층 인사들에 팽배되어 있는 도덕불감증 현상을 보고 사는 청소년들이 모방하고 배울 것이 마땅하지 않아서 생기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학교 안과 밖에서 청소년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집단폭력을 방치하고 국가발전이니 경제성장이니 사회복지를 논하는 것은 허구다. 청소년들이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몇 년 후 우리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폭력가담 학생이건 폭력의 피해학생이건 모두 우리사회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책임을 서로 미룰 것이 아니다. 어느 한 집단의 노력이 아닌 가정, 학교, 당국, 사회 등의 네트워킹 체제를 통한 예방과 대책이 중요하다. 시험점수의 대열에서 벗어나는 학생들에 대한 보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요구된다.

손 충 기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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