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또 어김없이 시작됐다. 우리 대학에 또 수 천 명의 새내기들이 대학 공부를 하기 위해 지옥 같은 입시 전쟁을 끝내고 입학했다. 저들을 볼 때마다 한 편으로 고맙기도 하고 한 편으로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걱정스럽다. 흔히 말하는 "저 아이들은 또 어떻게 공부해서 취업을 해 나갈까?"가 아니라 "저 아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배우러 대학에 들어오는 것일까?" 때문이다. 도대체 대학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는 공간일까?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언어를 배우고 죽는 순간까지 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한다. 그런데 인간에게 있어서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 이상이다. 그것은 바로 언어가 인간의 본질적인 특징인 사고능력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언어학계에서는 이른바 '구문'과 '구문화'이론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언어는 형태소, 단어, 구, 문장 등의 각 층위별 언어 단위를 갖추고 있으며, 이 모두를 '구문'이라는 개념으로 통합할 수 있다. 구문은 형식과 의미가 통합된 개념으로, 우리가 배우고 사용하는 언어의 단위가 모두 구문이다. 한편, 이 구문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통해 '구문화'라는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누구나 구문을 만들 자격이 있지만 그만큼 장시간에 걸쳐 모든 인류의 공동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구문인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 그 외 숙어, 관용어 등은 모두가 구문인 것인데 이 하나하나가 인간의 담화 공간에서 '사용'이라는 과정과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그 속에는 그 '사용'이라는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각종의 정보가 들어차 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인류문명의 모든 정보와 문화 등 각종 백과사전적 지식이 이 '구문' 속에 담겨서 인간에 의해 사용되고 전수된다. 그런데 이러한 '구문'은 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을 통해서도 배우게 되지만 인간의 교육 활동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습득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은 공부를 통해 자신이 사용할 '구문'의 질과 양을 재고시키고 있다. 우리가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구문은 계속 습득되고 있었던 것이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구문 습득과 사용은 지속된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습득되고 사용되는 '구문'은 과연 어떠한 것인가? 이것은 곧 흔히 말하는 '지식'이다. 지식도 결국은 인간 문명의 결정체인 구문의 일종인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우리가 대학에 들어와서 배우는 지식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습득하고 사용해 왔던 '구문'의 연장선에 있으며, 대학 교육의 목표는 구문 연장선의 최극단을 체험하고 습득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즉, 인간 문명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된 정보가 농축된 구문을 대학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인간의 지식 습득의 과정을 이른바 '구문'이란 개념으로 바꾸어 소개해 보았다. 이것을 보다 일상적인 표현으로 다시 바꾸어 말한다면 그것은 바로 '말'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말을 습득하고 사용한다. 그리고 그러한 말은 대학에서 가장 고차원의 지식으로 변신하게 되며 학생들은 지식을 활용해 자신의 사고를 훈련한다. 대학은 다른 무엇보다 사고 훈련의 장이다. 즉 가장 고차원의 지식을 이용해 두뇌를 훈련하는 곳이다. 이러한 사고는 바로 언어(구문)를 통해 밖으로 표출되며 언어(구문)로 훈련이 된다. 그렇게 볼 때, 학생들이 사회로 나아가기 바로 직전, 마지막 교육의 장에서 인류 문명의 고급 정보가 깃든 '구문'들을 습득해 자신의 사고 훈련을 완성해내는 것이 바로 대학 공부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 취업관련 교육에 매몰돼 대학 교육의 본질적인 면이 도외시되는 현상이 매우 안타깝다. 지금 새롭게 입학한 우리 새내기들은 반드시 이와 같은 대학 교육의 본질을 인식해 대학에서 만이 습득될 수 있는 고급의 구문을 획득해 자신의 사고를 풍부히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원기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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