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존재감이 압도적인 시대다.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현시대가 지금까지 보여준 변화의 의미는 더 빠른 것, 새로운 것, 편리한 것, 실용적인 것에 다가가는 일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틀에 맞춰 우리의 일상마저 획일화된 삶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 우리는 획일화된 삶이 불러오는 정신적 피폐로 인해 사회적 분위기를 거부하고, 자기애를 표출하기 위해 보다 뚜렷한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소확행(일상에서 실현 가능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이어 '새롭게(new) 복고(retro)를 즐긴다'는 의미를 내재한 '뉴트로(new-tro)'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그 이유로 설명된다.

 
 
 
 
과거와 현재의 융합, '뉴트로'
 그렇다면 '뉴트로'란 무엇일까? '레트로'가 과거의 체제나 전통을 그리워해 그것으로 돌아가려는 복고 현상이라면, '뉴트로'는 젊은 세대들이 익숙하지 않은 과거 문화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에서 비롯한다. 대량생산 및 복제가 손쉽게 이뤄지는 지금, 유일한 물건을 소유하려고 하거나 질 좋은 상품들이 풍족한 환경에서 굳이 낡고 오래된 물품을 고르는 행동들을 예로 들 수 있다. 흔히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불편함을 감수하는 기다림과 디지털 시대이기에 지나치게 되는 요소들을 기억하기 위한 행동이 일상에 울림을 주고 있다. 이처럼 '뉴트로'는 과거의 문화가 갖는 고유한 정서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신선한 영감을 떠올리게 해주며 빠른 세상 속에서 쌓인 피로감을 덜어주는 안정을 주기도 한다.
 
 
 
 
트렌드로 올라선 뉴트로 
 새로워진 복고 열풍은 뉴트로 문화가 올해 소비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특히 구세대와 신세대의 풍토가 조화를 이루면서, 기성세대에게는 친근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독특한 이미지로 인식돼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필름 카메라의 불편한 점을 특징으로 삼아 스마트폰에 접목시킨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은 이용자들의 향수를 불러와 인기를 끌고 있다. 오래된 식기의 디자인을 사용해 과거의 풍경을 재현한 식당에는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갖고 발걸음을 옮겼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뉴트로 열풍에 따른 식품업계의 행보이다. 옛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층이 뉴트로 문화를 가장 크게 실감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식품인 만큼, 여러 식품업체는 과거 80 90시대에 출시됐던 식품이나 옛 감성이 담긴 패키지 상품들을 다시 선보이며 현재 트렌드를 반영했다.
 이외에도 추억의 물건들을 진열한 전시회, 초판 디자인과 세로쓰기를 살려 옛날 책을 그대로 재현한 출판물들, 덧붙여 LP 플레이어와 같은 복고풍 물건들을 동원하고, 색이 바랜 가죽 소파나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으로 실내장식을 꾸미는 등 과거의 다방을 연상시키는 카페들이 곳곳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뉴트로 
 뉴트로 문화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젊은 세대에게 제공하면서, 이제 우리의 일상에 익숙하게 자리 잡았다. 부엌 찬장 구석에서 오래된 컵을 발견하거나, 부모 세대가 사용하던 필름 카메라를 고쳐 쓰는 묘미. 빈티지 제품들을 수집하거나, 얼굴을 모르는 상대에게 차곡차곡 쓴 편지를 우체통에 부치는 즐거움. 이러한 각양각색의 풍경들은 과거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비롯했던 뉴트로 문화가 자기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가 보여준 변화는 더 빠르고 편리한 문명에 다다르기 위한 목적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시대가 갖는 실용적인 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변화'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눈부시고 화려한 변화가 더 드라마틱하게 와닿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루는 변화는 대부분 작은 것 하나를 바꿔나가면서 실현된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잠시 눈을 돌린 복고 문화의 경우처럼 말이다. 
 
이상미 기자 sangmi040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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