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타잔>이라는 영화(에니메이션)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유치원에서 봤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다. 어린 시절의 <타잔>은 동물 친구들과 함께 나쁜 사람들을 물리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나 우연히 다시 본 영화 <타잔>은 어릴 적 '자연과 동물의 수호자'에서 '외모가 다르다는 문제로 고민하는 존재'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알았다.

 타잔은 부모가 표범에게 살해되면서 암컷 고릴라인 '칼라'가 키우게 된다. 칼라 역시 고릴라 무리의 우두머리인 수컷 고릴라 '커책'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가 표범에게 희생되면서 차마 갓난아기인 타잔을 버려둘 수 없었다. 우두머리 커책은 외모가 다른 타잔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하지만, 칼라의 애원 때문에 결국 고릴라 무리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유아기 타잔은 털도 없고, 생김새도 다르다는 이유로 동년배 고릴라들에게 은근히 따돌림을 당한다. 

 타잔이 벌인 사건 때문에 위험에 처하자 칼라는 "아직 어린아이니까 기회를 달라"고 변호해 보지만, 커책은 "저 애는 우리와 달라, 절대 같아질 수 없어"라는 말로 대신한다. 이 말을 들은 타잔은 외형만이라도 닮기 위해 자신의 몸에 진흙을 발라보지만 소용이 없다. 
 타잔은 칼라에게 "난 왜 이렇게 다르죠?"라고 따진다. 그러자 칼라는 외형은 달라도 "눈 두 개, 코 하나, 또 뭐가 같지?"라고 되묻고, 타잔은 "두 개의 손"이라고 답한다. 둘은 손을 맞대지만 손바닥 크기의 차이는 서로가 다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타잔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지만, 칼라는 타잔과 자신의 가슴속에 심장이 똑같이 뛰고 있음을 알려준다.
 성년이 된 타잔은 칼라의 새끼를 해친 표범과 마주하게 된다. 거친 싸움 끝에, 지혜를 써서  표범을 쓰러트린 타잔이 승리하고 마침내 무리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순간 총 소리가 들리고 타잔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총성이 난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가 마주한 것은 자신과 외모가 같은 '사람들'이었다. 
 원숭이 떼 에게 쫓기던 제인을 구해주게 된 타잔. 타잔은 어린 시절 칼라가 그에게 했던 것과 같이 자신과 그녀의 손을 맞대본다. 그리고 그녀의 심장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자신과 닮은 제인에게 마음의 문을 연 타잔은 그녀에게 사람의 말을 배우기 시작한다.
 영화 막바지 타잔은 인간을 무리로 데려와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는 고릴라 커책과 고릴라에 대해 더 연구하고 싶다는 인간 제인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탐욕에 눈이 먼 클레이튼의 말에 따라 인간들을 고릴라 무리가 있는 곳으로 이끈다. 고릴라 밀렵으로 돈을 벌 생각뿐이었던 클레이튼. 결국 타잔과 제인, 동물들이 힘을 합쳐 클레이튼 일당을 몰아내지만 그 과정에서 커책이 총에 맞아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어둠이 내린 하늘 아래, 천둥과 장대비가 쏟아지는 정글에서 두 남자의 싸움이 시작되고, 결국 타잔은 클레이튼의 총을 빼앗아 그를 겨누기에 이른다. 하지만 클레이튼은 당황하기는커녕 웃으며 그를 조롱한다. "쏴 보시지. 인간답게." 이에 타잔은 "너 같은 인간은 되기 싫어!"라고 말하며 총을 부순다.
 인간들 중에는 짐승만도 못한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반면, 외형과는 달리 누구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도 많다. 문득 타잔의 말이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그가 나를 본다면, 우리를 본다면, "너 같은 인간이 되고 싶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조현범 기자 dial15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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