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고 쉽게 여겨지는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고, 망설여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음식을 주문하고, 버스를 타는 등 비장애인에게는 일상인 것들이 장애인에게는 큰 모험이자 도전이 되기도 한다.
 요즘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점원에게 주문하지 않고, 무인 단말기를 이용해 몇 번의 터치만으로 주문과 결제를 한다. 무인 단말기를 이용할 때 직원을 호출할 수 있다곤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무인 단말기를 이용한 주문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무인 단말기는 일반 성인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졌는데,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무인 단말기의 화면까지 손이 닿지 않아 원하는 메뉴를 터치하는 것이 어려운 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무인 단말기는 점자와 음성 안내도 제공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은 주문을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은행 및 관공서의 무인 단말기는 장애인을 배려한 기능이 설치돼 있지만, 프랜차이즈 매장과 같은 민간 업체의 무인 단말기는 장애인을 고려한 기능을 찾아볼 수 없다. 인건비 절감, 효율성과 편리성만을 앞세우며 무인 단말기 설치를 보편화하고 있지만, 정보취약계층인 장애인은 무인화 시대로부터 소외당하고 있음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소외는 이것만이 아니다. 비장애인은 장거리로 다른 지역을 오갈 때 버스를 타고 갈지, 기차를 타고 갈지 고민하지만, 휠체어 장애인에게 이런 고민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동안의 고속버스는 휠체어를 탄 사람은 태울 수 없었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장거리를 가기 위한 교통수단으로 고속버스를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장애인들은 2014년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 도입 및 재정 지원을 촉구했고, 2년 뒤인 2016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안을 통해 올해 예산 책정 및 시범 버스가 운영되면서 마침내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가 실현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추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애인은 26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4%다. 하지만 이 많은 장애인은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장애인들은 그들의 마땅한 권리를 보장받고자 스스로 거리로 나와 법률 개정에 힘을 쏟고 있지만, 법률 개정안은 번번이 폐기되면서 우리 사회의 제도들이 장애인을 사회 밖으로 나올 수 없게 가둬놓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장애인에게만 벽으로 가로막혀졌다고 느껴지는 것은 현행 관련 법률의 미비를 이유로 들 수 있다. 고속버스에 대한 벽은 올해 초에서야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민간 업체의 무인 단말기는 장애인을 배려한 법이 존재하고 있지 않아 당분간 허물기 어려운 단단한 벽이 됐다. 다시 말해,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정책들이 그들의 권리를 막아서고 있다.

 다음 달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우리는 보통 '상관없는 일'이라고 판단해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상인이 아닌 비장애인일 뿐이며, 장애인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벽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장애인이 겪는 문제의식을 파악하고, 법률 개정 촉구에 힘을 써서 장애인의 벽을 허물고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김나영 기자 piny676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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