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수많은 아픔의 역사를 갖고 있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 한 민족끼리 대립했던 '6·25 전쟁',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 '5·18 민주화운동' 등은 조국을 되찾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온 우리 선조들의 노력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아보고 되짚어보기 위해, 그들이 겪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영상물들이 제작되고 우리는 그것을 접하곤 한다. 여기 우리나라의 또 다른 아픔을 그려낸 영화가 있다. 과거 1997년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제통화기금, 흔히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라고 불리는 곳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사건. 우리나라가 곤두박질쳤던 최악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 바로 '국가부도의 날'이다.

  미국 투자금융 회사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에서 '모든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라. 지금 당장'이라 는 메일을 보낸다. 그 당시 199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대한민국 사람 85%가 나는 중산층라고 생각한다'라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등 아무 걱정 없이 지내는 우리나라의 모습과 위기가 오버랩 되며 막이 오른다.
   영화는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위기를 막으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과 대립하는 재정국 차관 박대영(조우진 분), 위기를 기회를 삼아 투자하는 금융사 직원 윤정학(유아인 분), 자신의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가장 한갑수(허준호 분). 같은 상황에 놓였지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분명히 달랐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영화 배경은 우리나라의 제조업체, 중소·대기업, 은행까지 서로의 신용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여신(與信)'으로 묶여있는 상황에 주목한다. 그리고 한 곳이라도 빚을 갚지 못하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부실한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과 금융사 직원 윤정학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몰랐던 제조업체 사장 한갑수는 백화점 납품을 계약 후, 대금 결제를 어음으로 받는다.
   한시현 팀장과 박대영 차관의 대립은 경제위기대책회의를 통해 더욱 심화된다. 이 둘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이후 상황은 빠르게 악화돼 IMF 총재와 비공식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한편, 윤정학은 외환위기 상황에서 환율이 오를 것을 예측하고, 투자자들을 모아 모든 외화를 사들인다. 그로 인해 많은 이윤을 창출하지만, 경제 위기의 현장을 목격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비공개 협상이 3차까지 진행되면서 한시현 팀장은 합리적 판단력과 강한 소신으로 위기 돌파의 방법을 모색하지만, 그보다 더 큰 권력 앞에 부딪힌다. 국가부도 후 나타날 한국경제를 예측한 보고서를 만들어 기자회견을 갖지만, 언론의 외면으로 별다른 효과나 반응은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IMF 협상이 타결됐고, 어음으로 대금 결제를 한 한갑수 사장은 백화점이 부도가 나면서 빚을 떠안게 돼 큰 좌절감에 휩싸이고 사업가로서 지켜야 할 기본 신의를 저버린다. 나라의 경제를 지켜내지 못한 한시현, 큰 이익을 얻은 윤정학 역시 쓸쓸한 모습을 보이며 1997년이 지나갔다. 영화는 그 당시 우리나라가 IMF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단편적으로 보여줬지만, 그들이 겪었던 상황과 감정을 전달하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국가부도 후 20년이 지난 현재에 다시 등장한 한시현. "위기에 또 당하지 않기 위해선, 잊지 말아야 해요"라는 그의 말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국가부도의 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과 더불어 경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 위기가 다시 찾아와도 어리석고 무능한 선택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으니까.

임지환 기자 vaqreg@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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