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대학 교당 주임 교무로 봉직할 때입니다. 학기 초에는 신입생 교양강좌를 진행할 기회가 종종 있었지요.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대학생활에서 큰 꿈을 발견하고 실현하는 멋진 나날이 되길 당부했습니다. 강의가 끝날 무렵에는 강단을 내려가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마주 보며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광대학교가 이 땅에 최고의 대학입니다." 갑자기 조용한 침묵이 흐르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나 하며 웃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잠시 후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 이 대학이 최고인 증거를 알려 주겠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저를 바라봤어요. 도대체 이 양반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던 것입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를 말했습니다. 하나는 "이 학교는 진리를 깨달은 위대한 선각자의 정신이 내면에 흐르고 있다. 이것은 지금 확인을 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이 4년을 다니면서 점점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고 했습니다. 또 하나는 바로 여기에서 그 증거를 보여 주겠다고 했습니다. 맨 앞에 앉은 학생에게 바짝 다가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습니다. "이 학교가 자네 학교이니까!" 잠시 멈칫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습니다. 학생들이 침묵 속에서 이 말을 수용했지요. 내 학교니까. 이 말이 강하게 그들의 가슴에 젖어 들었습니다. 이른바 유명 대학들이 내 학교가 아닌데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 당시 대학신문사에서는 우리대학을 졸업하고 성공한 선배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한 기사를 시리즈로 실었습니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학교를 다녔던 그분들이 한결같이 하나뿐인 자신의 모교를 사랑했고 교수님들께 감사해했습니다. 내가 다닌 학교를 스스로 폄하하고 부정할 때 바로 자기 자신을 거부하고 혐오하는 것입니다. 사회에 나가서 입사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받을 때, 원광대학교가 어떤 대학이냐고 묻는다면 자긍심이 높은 학생들은 할 말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학교에 애정을 느끼지 못 하며 다닌 학생은 당황할 것입니다. 기업의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인성을 파악하는 전문가지요. 그들은 회사의 주인 될 사람이 누구인가는 그 순간에 결정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높은 자긍심을 갖게 하려면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 모두가 하나같이 내 직장인 원광대학교가 이 땅의 최고의 학교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학생들을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학교가 이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자존감을 향상시켜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요? 이는 시급한 일입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 가치는 내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권도갑 디지털대학 교수(80학번 동문)
  원불교 교무
  비영리단체
  행복한 가족 대표
  원광디지털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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