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시설보호 비행청소년의 자립지원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설에서 퇴소한 청소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아이들의 소개를 통해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있죠. 저는 지금까지 9명의 아이를 만났는데 이 중 한 아이의 삶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가출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다툼이 많았고, 결국 이혼했습니다. 술만 마시면 폭행을 일삼은 아빠는 아이가 중3 때 사고사 했고, 아이의 방황과 가출을 견디지 못한 엄마는 자살을 택했습니다. 아이와 누나는 엄마의 자살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그 후 누나는 가출한 후 소식이 끊겼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은 아이는 홀로 남겨졌고, 친구들과 남의 물건을 훔치는 등 수많은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보호처분 중 6호 처분을 받아 위탁시설에 맡겨지기를 수차례, 이젠 스무 살이 됐기에 더 이상 보호시설에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는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꿈꾸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넘기며 살 뿐입니다. 유족연금마저 모두 써버리고 버스비는커녕 한 끼도 챙겨 먹지 못할 정도인 이 아이는 심각한 정신질환과 저조한 판단능력을 보였습니다. 몸은 커졌지만 아직은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더 이상 지낼 곳이 없다고, 그래서 자기들을 돌봐줄 수 없겠냐고 말입니다.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우리나라 청소년 자립지원의 현실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에게만 기회가 부여됩니다.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하는 아동은 한해 약 2천 500명 정도입니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정착금은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이며, 이들 중 20% 정도만 자립관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사회정착금 500만 원으로 홀로 생활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호처분을 받아 시설에 위탁됐던 아이들 중 많은 아이들이 보육시설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보육시설에서 받아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유일한 집이었던 보육시설이 이들을 외면하면, 아이들은 거리에서 살 수밖에 없고, 다시 범죄의 길로 빠지기 십상입니다.
 사각지대에 노출된 아이들을 위해, 6호 시설 관계자와 원광대학교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시민단체 '환경정의'가 삼성전자·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나눔과 꿈'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3년간 5억 5천만 원을 지원받아 그동안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시범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와 대안학교를 만들 수 있게 되자, 우리에게는 기존의 자립관과는 다른 새로운 모델이 필요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자립관만 지원되는 형태가 아니라 주거공동체(셰어하우스), 사회공동체(대안학교), 경제공동체(취·창업)를 통한 함께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우리는 곧바로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나눔과 꿈 사업으로 깃발은 꽂을 수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사비를 털어서 주거공동체와 사회공동체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이 사업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법인을 별도로 설립했습니다. 바로 '사회적협동조합 청소년자립학교'입니다. 이로써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의 손길은 내밀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시범사업의 결과를 통해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줄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안윤숙 교수(복지보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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