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서울씨네마타운(현 서울극장)이 3개관으로 증축을 하면서 국내 최초로 복합상영관 시대를 열었다. 이후 영화관들은 점점 상영관 수를 여러 개로 늘렸고, 1998년 11개 상영관을 갖춘 CGV 강변점이 개관해 본격적인 영화관의 시대를 열었다.
거대한 화면과 웅장한 소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었던 극장은 우리들에게 신선함을 심어줬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단순히 앉아서 이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색다르게 즐기는 영화관

 최근 들어, 영화관이 조금은 낯선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더 이상 한 개의 큰 화면으로 조용하게 영화를 감상하지 않는다. 심지어 평범하게 앉아서 관람하지도 않는다. 요즘 영화관 내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 부르고, 혹은 좌석에 아예 누워서 영화를 즐기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을까?

문화예술 작품에서 나오는 노래를 관객들이 함께 따라 부르는 것을 뜻하는 '싱어롱(sing-along)'이란 문화는 영화관의 새로운 풍경 중 하나이다. 싱어롱은 '함께(along)'와 '노래를 부르다(sing)'라는 단어를 결합한 합성어로, 영화관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콘서트 같은 곳에서 보이며 흔히, '제창' 또는 '떼창'이라고 불린다. 실제로 음악을 소재로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관중들이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문화를 잘 보여준다.

싱어롱 문화의 또 다른 예시는, 올해 1월 개봉한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 영화인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LOVE YOURSELF IN SEOUL)』을 즐기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 싱어롱 상영관 중 특정 지점에서는 콘서트 실제 스탭이 투입돼 상영관 내에서 응원봉을 제어하는 등 한층 더 실감 나는 콘서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싱어롱 문화는 음악을 통해, 콘서트에 참여한 것처럼 느끼는 상영관이다. 그러다보니 주로 뮤지컬 영화 등과 같은 장르에서 인기를 얻으며, 새로운 영화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처 : 롯데시네마


노래를 직접 부르는 것뿐만이 아니다. 한 개 이상의 큰 화면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스크린엑스(Screen X)'라는 기술 역시, 영화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스크린엑스는 지난 2013년 우리나라 영화 기업인 'CJ CGV'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공동 개발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다면 상영 시스템이다. 기존 상영관이 정면 하나의 스크린만을 사용했다면 스크린엑스는 정면과 더불어, 양옆 벽면까지 사용해 총 3면 스크린을 구현한다. 3면 스크린을 활용하며 관객들에게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작품의 몰입도를 상승시켜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영화 티켓의 상품성을 추가한 '포토티켓'을 또 하나의 예시로 들 수 있다. 포토티켓은 말 그대로 사진으로 된 티켓이다. 예전 영화 티켓은 글씨가 적힌 종이로만 제작돼, 금방 너덜너덜해지거나 찢어져 사용 후 버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포토티켓은 단단한 재질로 쉽게 구겨지지 않으며, 구매자가 원하는 사진과 문구를 적어 넣을 수 있다. 사진은 꼭 영화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어도 그저 자신이 선호하는 사진이면 된다. 포토티켓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추가 비용이 들긴 하지만, 고객을 만족시키고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경험해보면 좋을걸?

 필자는 앞서 언급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영화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LOVE YOURSELF IN SEOUL)'을 일반 2D 상영관에서 한 번, '싱어롱'과 '스크린엑스'가 접목된 상영관에서 한 번, 총 두 번을 관람했다. 물론 같은 내용이었지만, 필자가 느낀 상영관의 차이는 분명했다.
2D 상영관은 공연 영상을 보는 느낌이었고, '싱어롱'과 '스크린엑스'를 동시에 즐긴 상영관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마치 콘서트 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많은 사람이 '싱어롱'이나 '스크린 엑스' 상영관을 직접 경험해 보면 좋겠다. '결국 내용은 같은데 왜 더 비싸게 주고 영화를 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낭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루한 삶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다른 이들에겐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줄 수 있는 영화관람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주는 어렵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경험하길 권유하는 바이다.

홍민지 기자 ghddl99@wku.ac.kr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