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화차>.
영화는 여성 인권과 신용불량 등 IMF 이후인 2010년대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대상 속에서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 남자 주인공, 문호의 시점으로 영화를 바라보고자 한다.
문호는 약혼녀인 선영과 함께 청첩장을 전해주기 위해 고향에 내려가던 중 휴게소에서 선영이 사라지는 황당한 일을 겪게 된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후 문호는 은행원인 친구와의 통화를 통해 선영에게 개인파산의 기록이 있음을 알게 된다.

 문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선영을 찾기 위해 우선 그녀의 직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력서 속의 정보는 거짓이었다. 개인파산을 처리한 법인의 진술서 속 선영의 글씨체는 이력서 속 선영의 글씨체와 다름을 알게 된다. 그럴 리가 없다며 법인 직원은 문호에게 진술서를 작성한 선영의 신분증 사본을 보여줬고, 사본에는 이름만 같을 뿐 문호가 사랑하는 선영과는 다른 얼굴이었다.

 이후 문호는 사랑하는 연인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과거 선영이 다닌 화장품 회사로 향하고, 회사 벽면에 붙어있는 사진에서 자신의 약혼녀이자 선영의 행세를 한 경선을 마주하게 된다. 문호가 사랑한 여자 경선은 아버지의 사채 빚 때문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고 있었다. 경선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은 했지만 매일같이 찾아와 괴롭히는 사채업자들 때문에 끝내 이혼을 했고, 이후 사채업자에게 지속적으로 핍박을 받는 등 기구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경선은 선영이라는 여자에게 접근해 그녀를 죽였다. 경선은 살인을 통해 지긋지긋했던 경선의 삶을 벗어던지고, 선영의 신분으로 새롭게 살게 된다.

 문호는 경선에 대한 진실과 가까워지던 중, 동물 병원을 운영하는 문호의 단골 고객이 고양이를 구해준 사람과 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단골 고객은 부모님 없이 혼자 살며 외로운 삶에 친구가 필요한 여성. 문호는 직감적으로 단골 고객이 있는 용산역으로 향하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경선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 헤맨 선영을 만난 문호는 그동안 자신을 속인 그녀에게 분노 대신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묻는다. 이어 "아니지? 네가 그런 거 아니지? 그럴 리 없잖아"라며 부정한다. 문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경선은 침묵 끝에 자신이 그랬다고 말한다.

문호는 그제야 참아왔던 분노를 터트리며 자신을 사랑하긴 했었냐고 묻는다. 이어, "가. 더 이상 찾지 않을 테니까 가. 근데 그냥 너로 살아. 절대 붙잡히지 마"라고 말하며 그녀를 놓아준다. 영화 내내 문호는 '과연 내가 사랑한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 '정말 그녀는 살인자일까?'라고 갈등하며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곧 경선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 속에서도 문호는 그녀의 행적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경선은 단지 살인을 저지르고 타인의 인생을 훔친 추악한 범죄자일 뿐이다. 하지만 약혼자 문호에게 경선은 그저 미래를 약속한 소중한 연인이었다. 그래서 모든 게 거짓투성이인 경선의 모습 속에서도 문호는 그녀의 죄를 애써 외면하고, 과거 행복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끝까지 자신이 사랑한 여자가 선영이라 믿고 싶어 한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에게 안부를 묻고, 그녀가 경찰에 잡히지 않게 놓아주며 너로 살아가길 바란다는 마지막 말을 전하는 문호의 모습을 통해 한 인간의 진실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김나영 기자 piny676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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