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표현의 해방구'는 영화제 본연의 정신인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이다. 올해는 여기에 '영화'와 '표현' 사이에 쉼표(,)를 추가했다. 작은 변화이지만 기존의 '영화 표현'이 아니라 '영화'와 '표현'을 분리함으로써 '영화'와 '표현의 해방구'를 각각 강조했다. 이것은 영화 표현의 자유를 유지하는 토대 위에 다양한 영화의 표현 방식들이 열리고 확장돼 이어져 나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전주국제영화제는 전통적인 영화 형식과 상영의 방식을 탈피해 프로그램과 전시, 축제와 경험 그리고 진지하고 사려 깊은 영화에 관한 생각들을 하나의 해방구를 만들고자 한다. 새롭게 부가된 쉼표는 영화를 통해 표현의 해방구가 열리기를 바라보는 제20회 전주 국제영화제의 새로운 통로이다.

  상업성을 극복한 독립정신

 2000년에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FF)는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 독립, 예술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이다. '예술을 통한 수익의 추구'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줄달음치는 영화산업의 상업성과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주시는 '취향의 다양성', '새로운 영화 체험'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걸었다. 또한, 미래 영화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재능 있는 인재의 발굴, 창의적인 실험과 독립정신을 지지하며, 전 세계의 영화 작가들을 만나고 연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의 거리

  지난 2일 오후 7시 전주돔(전주시 완산구 고사동)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일까지 열흘 동안 이어지는 영화제의 현장인 전주 영화의 거리와 팔복예술공장은 영화로 활짝 꽃피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달 19일 기준 일반 상영작 티켓 예매가 오픈한지 하루만에 매진을 기록하면서, 역대급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영화제는 장편 201편, 단편 74편 등 총 53개국 275편의 작품들이 5개의 극장 22개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올해도 역시 다양한 상영작과 볼거리가 즐비하다. 수많은 영화 중 첫 시작을 여는 개막작은 '성장영화의 표본'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의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다. 이 작품은 질주하는 청춘들의 모습과 이면을 고전적인 스타일의 영상미를 통해 성장의 이면을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누아르 스타일로 그려내면서 나폴리의 곳곳을 속도감 있게 표현했다. 또한, 영화제를 마무리하는 폐막작은 '인간의 변화 가능성'을 그린 이스라엘 출신 기 나티브 감독의 <스킨>이다. 이 작품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 무리와 싸우고, 갈등을 견디며 서서히 변모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 영화로 영화제의 막을 감동적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의 미래 '뉴트로 전주'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20주년을 기념해 '뉴트로 전주'라는 새로운 주제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한다. 특히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 세월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을 만들었던 국내·외 감독 22명을 초청해 영화제의 역사와 전통, 정체성,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제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특별 기획에서는 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감독들의 영화적 비전과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영예로운 과거를 회고하고 추억하는 후일담이 되기보다 작가의 미래, 전주의 미래, 영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뉴(new)'와 '레트로(retro)'를 합성한 '뉴트로(Newtro)'는 이런 기대를 함축하고 있다.
이번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메리트는 영화 상영 이후 감독과 관객의 만남이다. 또한 각 분야에서 탁월한 영화적 성취를 이루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작가와의 만남으로 꾸며져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영화관람뿐만 아니라 전시회, 공연들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작품이 전시된 100 Films, 100 Posters와 영화제 관객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DJ 파티, 스타워즈: 뮤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2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폭넓은 관객층이 두루 즐길 수 있도록 영화와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열흘동안 펼쳐지는 축제는 한계를 두지 않고 영화와 시각 예술, 극장과 갤러리, 영화제와 비엔날레의 경계를 허문 다채로운 일정이 영화제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애슬 기자 dldotmf3295@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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