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衣)식(食)주(住)'중에서도 '주(住)'의 역할은 남다르다. 단순히 추위, 더위, 비바람을 피하는 물리적인 건물 자체를 의미하는 것을 넘어, 사람이 생활을 영위하는 장소로써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체인 인간 삶을 재생산하는 공간적 의미를 포함한다.  즉, 다양한 근린생활시설과 사람이 여러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내는 모든 활동 및 경험과 정서적 측면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개념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처럼 나만의 집이 생긴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자신만의 울타리가 세워지는 것을 뜻하고, 더 나아가 사회생활의 기반이 마련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안정적인 집을 구하기 바쁘지만,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특히, 새롭게 독립생활을 시작한 청년세대들에겐 주거문제는 한없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학생 신분인 대학생들은 비싼 대학 등록금을 비롯해 생계비, 교육활동비에 '주거비'라는 짐까지 떠맡게 되기 때문에 그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2019 대한민국 20대 불만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순위 8개 중 주거문제가 4위와 5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측은 20대의 주거 실태를 조사해 방음과 위생 관리, 기초 편의 시설 부족 등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또한, "정부의 청년전세임대주택 제도나 행복주택 등 주거지원정책에 대한 만족도도 50% 이하로 낮게 나타나고 있어 20대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기숙사의 경우도 지난해 전국 230개 대학교를 대상으로 기숙사 수용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21.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10명 중 2명만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는 수치로 학생들이 겪고 있는 주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매년 상승하는 대학가의 원룸 월세금마저 부담감으로 더해지면서 학생들은 온전한 주거환경 마련을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대학 학생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먼 타지에서 온 학생들이 나만의 집을 구해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주거비'라는 큰 부담을 안은 채 열심히 생활하던 학생들에게 얼마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달 초, 전라북도 익산 대학가 원룸에서 세입자들도 모르게 임의 경매가 진행돼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학생들에게 퍼져갔고 다른 학생 세입자들도 부랴부랴 상황을 확인하며 마음을 졸였던 큰 사건이었다.
 당시 피해자가 재학생 87명, 졸업생 16명을 비롯해 일반인 등 총 120여 명(지난 달 9일자 기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고 피해액이 수십 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우리대학은 법무실, 법학전문대학원 리걸클리닉, 학생과가 연계해 상담 및 무료 공익소송 지원을 펼쳤고, 총학생회에선 피해 학생들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해 사건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해결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대학가의 원룸 계약 사기는 여러 형태로 과거에도 일어났었다. 중개업자가 자행한 이중 전세 계약 사례로 알려진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8월, 경기도 수원 대학가에서 부동산 사기 계약 피해가 발생됐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A 씨는 부모님께 손을 벌려 전세금 5천 500만 원을 마련해 원룸을 구했다. 당시 이곳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소개해준 곳을 아무 거리낌 없이 계약하고 별다른 문제없이 지냈다. 하지만 며칠 뒤 원룸 건물의 관리사무소 측이 부착한 '부동산 사기사건 안내문'을 통해, A 씨는 전세 계약을 맺었던 부동산 중개사무소 측이 월세 계약을 위임한 건물주를 속여, 세입자들에게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수익금을 챙겨 달아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뒤늦게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피해 금액을 되돌려 받을지에 대한 여부는 불투명했다. 이들은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맺고 건물주에게는 월세계약을 맺었다고 속여 총 20억 920만 원의 전세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건물주 주인의 배우자 행세를 하며 사기를 저지른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5억 원이 넘는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60대 남성 B 씨를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자신이 건물주 주인의 남편이라고 속인 뒤 임차인들과 전세 혹은 월세 계약을 맺은 뒤, 건물주 주인에게는 실제 계약 금액보다 적은 규모의 금액으로 월세 계약을 맺었다는 임대계약서를 위조해 보여줬다고 한다. 이러한 수법으로 임차인 18명과 계약을 체결해, 보증금 5억 4천만 원을 중간에서 빼돌려 사문서 위조·행사,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2015년 2월부터 3년간 진행된 이 사기극은 보증금 상환일이 다가왔는데도 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건물주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진실이 파헤쳐졌고, B 씨를 고소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이처럼 학생들에게 노출된 주거문제는 주택 임대 사기의 형태로 나타나 법적인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입주자가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 지식이 부족할 것이라는 점을 임대인이 악용하는 것이다. 이로써 발생하는 피해는 심각한 경우, 안정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주거가 침해를 받게 되면서 취업 준비와 학과 생활을 병행하는 학생들의 일상과 젊은 날의 꿈을 망가뜨리기까지 한다.
 주택 임대 계약에서 임대인이 임차인보다 구조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알트만의 영역'이라는 개념에 의하면, 공간의 영역은 공간 점유기간과 지각된 소유권, 침범당할 때 방어 가능성 및 사유화 정도에 따라 1차 영역, 2차 영역, 공공 영역 총 세 가지로 분류된다고 한다. 1차 영역은 소유자가 강력한 통제권을 가졌기에 외부로부터 침범을 받을 시 강력한 대응이 가능한 영역이다. 공공 영역은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통제권 역시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다.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영역은 바로 2차 영역이다. 2차 영역은 한 공간에 대해 소유권이 인정되지는 않지만 일정기간 점유할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점유권을 인정하는 영역이다. 또한, 1차 영역보다는 덜 영구적이지만 합법적 점유기간 동안에는 개인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면서 통제권도 지니게 되는 영역이다.(출처: 주거환경교육연구회, <주거환경학총론>, 교문사)
 2차 영역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공간에 대한 소유 주체가 다수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가령, 주택 임차 기간을 알트만 영역의 관점에서 비춰보면, 임차인은 2차 영역으로서 공간 점유권이 주어지면서 통제권도 함께 지니게 된다. 그러나 임차인이 점유권을 얻었더라도, 주택 소유권자인 임대인이 1차 영역으로서의 더욱 강력한 통제권을 가졌기 때문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보증금 사기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면 임차인은 속수무책으로 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관계로 보아도, 사회적 구조로 바라보아도 현 법체계 내에서는 임차인이 철저히 '을'의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멀리 있는 얘기가 아니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 월세 혹은 전세 계약을 하며 잠시 본가에서 이주하는 대학생들이나 졸업 후 주거 독립을 이뤄나갈 청년들의 자화상으로 우리의 삶과 밀접해 있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을'의 입장에 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세입자로서의 권리를 넓히고 보호 받을수 있을까. 세입
 
자들이 계약을 할 때 잘 모르거나 간과하고 있는 정보를 누군가는 확산시켜야 하며, 그 역할을 학교나 공공기관이 수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생의 경우 대학에서 임대사업자를 검증해 보증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확정일자나 전세권 설정과 같은 전세금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세입자들이 알지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대학이나 학생회가 담당하는 방안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대사업주의 사기 행위에 가담하거나, 고의적으로 주거 정보를 왜곡하는 등 중개업자들의 불법행위 및 부도덕한 행위를 막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중개업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현재 도입 시행되고 있는 보험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계약 이후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은 사기 피해를 입은 대학생 세입자를 위한 구제제도의 개선이다. 임대 건물을 경매 후 세입자 피해를 구제하는 제도는 학생신분인 세입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려 학업을 지속하기 어렵게 되기 십상이다. 대학생 피해자의 경우 공적기구에서 피해를 우선 구제하고 피해자의 법적 대응을 대행하게 하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 학생들에게 생계 문제인 주거문제는 기본적 복지의 문제이다. 주거문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 발생한 후 모두를 대비해 학생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한 사회적 과제이다.
 
  임지환 기자 vaqreg@wku.ac.kr

  이상미 기자 sangmi0407@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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