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익산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보이는 감각' 전시에 다녀왔다. 이 전시의 부제목은 '나의 중심'으로, 중심-서울이 아닌 지역-나의 중심을 근거지로 두고 고립된 지역예술을 힘겹게 이어가는 청춘을 보여주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한다.
 여러 작품 중 한 작품이 눈에 띄었는데 서완호 작가의 『우리(Cage)』라는 작품이다. 그림은 달이나 별 같은 빛-색이 없는 어두운 밤하늘이 배경으로 깔려있고, 빛-색 한 줄기 비치지 않는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이 놓여있다. 이 그림은 어두운 곳을 떠날 여력도, 떠나갈 곳도 없는 현실 즉, 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지역예술의 더딘 발전 때문에 서울로 벗어나려 하지만, 지역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해 지역거점작가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이건 비단 젊은 예술가만의 상황이 아니다.
 지역은 서울이라는 중심을 향해 거쳐 가는 정거장으로 여겨진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야 출세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고, 한강이 보이는 집에서 사는 걸 성공의 척도로 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지역은 잠시 머무는 곳이 돼 중심으로 향하기도 전에, 남아 있는 그 자체로 패배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인식은 서울과 지역의 격차를 계속 궁핍하게 할 뿐이다. 결국 청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위 그림처럼 '우리(Cage)'에 갇히게 된다.
 이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선 지역-사회와 지역민-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심-서울의 문화에 맞춘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베껴온 청년 정책은 다양한 지역 문화에 적합하지 않다. 사회는 지역의 사정을 고려해 지역 청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자치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역의 권한을 높여야 한다.
 이런 기반이 마련될 때 지역민은 지역을 '정거장'이 아니라 '삶의 터'로 인식하고 진정한 '나의 중심'을 찾게 되리라 생각하며,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다.

  이규희(행정언론학부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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