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학림의 탄생 

 "세계유일 글로벌 마인드 개벽대학"을 꿈꾸고 있는 우리 원광대학교가 문을 연 지 어느덧 73년째가 되었습니다. 1946년 개교 당시의 이름은 '유일학림(唯一學林)'이었습니다. 유일학림이란 "세 가지 '유일(唯一)'을 지향하는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세상구제'라는 유일한 목적과 '무아봉공'이라는 유일한 행동, 그리고 '일원세계 건설'이라는 유일한 성과가 그것입니다.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서 공공을 위한 봉사를 하여 모두가 하나가 되는 세계를 건설하자"는 것이 원광대학교의 창학(創學) 이념입니다.
 개벽하는 청년 대학 
 이 이념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 '개벽(開闢)'입니다. 그래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벽 종교' 원불교의 개교 정신은 원광대학교의 창학 정신이기도 합니다. 원광대학교는 참 문명세계를 열어 가는 '개벽의 일꾼'을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도량입니다. 1946년에 불과 34명의 일꾼으로 시작한 원광대학교는 73년 만에 재학생 2만여 명과 졸업 동문 15만 5천여 명에 이르는 대학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원광의 역사 자체가 하나의 개벽입니다.
 창조적인 학문
 우리 사회는 지금 전환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서구적 근대화만이 살 길이다!"는 지난 1세기 동안의 개화의 패러다임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과 수학만 잘 한다고 창의성이 길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신과 도덕만을 강조하는 전통 문화로 회귀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도학과 과학, 동양의 오랜 인문주의와 서양 근대의 합리주의가 어우러지는 창조적인 학문이 요청되는 시점입니다.
 개교 73주년을 맞이하는 원광대학교가 새롭게 창조적인 학문의 정립을 새로운 과제로 삼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새로운 학문으로 새로운 일꾼을 양성하여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자!"는 것이 원광대학교의 새로운 과제이자 비전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정신과 생각과 마음이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학문을 '개벽학(開闢學)'으로 정립하고자 합니다.
 깨어 있는 정신
 개벽은 '자각'에서 비롯됩니다. 정신이 무엇인가에 속박되어 있으면 새 길을 열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그 무엇인가에 사로잡혀 있는 '영혼의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야 창조의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 혼몽한 상태에서 벗어나 광명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개벽입니다. 원광의 '광(光)'은 깨어있는 정신과 밝음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비판하는 지성
 이 같은 개벽은 '비판'으로 나아갑니다. 늘 하던 방식에서 한 발 물러서서 사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원불교 수양법에 일기 쓰기가 들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매일매일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글쓰기야말로 매일매일 자기 자신을 새롭게 하는 채찍질입니다. 낡은 자기에서 새로운 자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냉철함이 요청됩니다.
 열려 있는 마음
 개벽은 또한 '열림'으로 확장됩니다. 원광대학교 한복판에 있는 수덕호에는 인류의 사대성인의 동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여기에 원불교 창시자는 없습니다. 이것은 나와는 다른 세계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뚜렷한' 마음을 상징합니다. 이 열림은 원광대학교가 추구하는 원만한 덕성을 표상합니다. 타자에게 열려 있는 태도야말로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지름길입니다.
 도전하는 열정
개벽은 '열정'으로 실현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모든 조건이 구비되어 있다고 해도 현실을 바꾸려는 열정이 동반되지 않으면 개벽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광대학교의 로고에 들어 있는 봉황은 더 높은 하늘에 도전하는 열정을 상징합니다. 구만리 창공을 날고자 하는 봉황의 기상이 바로 원광의 기상입니다. 원광은 젊음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둥그런 마당입니다. 젊은이들이 위축되고 모가 나 있으면 그 사회의 미래도 위축되고 모가 나기 때문입니다.
 하나 되는 도덕
깨어있는 정신과 비판하는 이성, 열려있는 마음과 도전하는 열정이 하나로 어우러진 상태가 '일원도덕(一圓道德)'의 경지입니다. 일원도덕이 갖추어질 때 우리는 개벽의 일꾼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개벽되면 세상도 개벽됩니다. 개벽세상은 차별도 없고 혐오도 없으며 소외도 없는 모두가 하나 되는 세상입니다. 원광대학교는 일원도덕을 구현하기 위한 개벽학의 정립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개교 73주년을 맞이하여 원광인 여러분들께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무에서 유를 일구어내셨던 선진들의 자랑스런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제2의 창학운동'의 전개를 제안합니다. 글로벌 마인드 개벽대학이 될 수 있도록 '제2의 창학운동'에 모두 동참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9년 5월 14일
원광대학교 총장 박맹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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