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사회는 클래식보다 가요를 추구하고, 기초보다는 실용적인 성과를 위한 응용과 융합을 추구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이윤 또는 성과만을 원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원인과 과정은 뒷전인 채, 눈에 보이는 결과만 중요시하는 경향이 자주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된 등록금 동결로 많은 대학이 예산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줄어든 예산으로 대학을 운영하다보니 각 사업의 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부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우리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실험·실습을 위주로 진행하는 단과대학에서 이러한 문제점과 불만이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다른 단과대학들에 비해 기초학문을 많이 다루는 자연과학대학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쳤다.

 
학생의 지속적 불만, 등록금 행방묘연
 <원대신문>은 이에 대한 어려움을 알아보고자 자연과학대학 소속 생명과학부를 중심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현재 생명과학부에 재학 중인 A 학생은 "입학한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첫 실험을 잊을 수 없습니다. 대학교에서의 첫 실험이라는 생각에 두근거렸어요. 하지만 새하얀 실험복을 입고 실험실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나 낡은 시설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라며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진열장 속 현미경들은 멀쩡한 것이 없었습니다. 학생들은 매 수업마다 제대로 작동되는 소수의 현미경을 차지하기 위해 애썼고, 멀쩡한 피펫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했습니다"라며, "사용하는 비커, 플라스크 등은 색이 바랬거나 금이 가있고, 녹슨 피펫도 매주 사용했습니다. 지금까지 낸 비싼 등록금 중 저희를 위해 사용되는 건 거의 없다고 느껴집니다."라고 아쉬움을 호소했다.
 이에 <원대신문>은 많은 학생의 의견을 듣고자 생명과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실 전반적인 환경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재학생 200명 중 128명의 학생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설문조사 결과 참여 학생 중 80.2%의 학생이 실험수업환경이 열악하다고 응답했다.
 '실험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열악하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실험도구 51.42%, 실험실 환경 22.58%, 실험실 수 19.3%, 실험 준비물 6.7% 순으로 응답해 실험도구에 대한 문제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도구 부문에서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구체적인 이유로는 '실험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제대로 작동하는 기구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실험도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실험을 진행하기 어렵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실험실 내에서 가장 개선이 시급한 것 또한 55.3%로 실험도구가 가장 문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실험도구에 이어 실험 환경 부문이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는데, '오염된 세면대', '삐걱거리는 의자', '하나의 실험실에서 전 학년의 모든 실험이 이루어지는 것' 등 실험실 전반적인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학생들은 실험 수업에 대해 지속적인 불만을 가져 왔으며, 하루빨리 실험실 환경이 개선되길 원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낙후된 시설, 교체는 언감생심
 우리대학 교정을 둘러보면 특히 낡은 건물이 쉽게 눈에 띈다. 그중 자연과학대학 건물도 가장 낡은 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 겨울철에는 수도가 터지기 일쑤, 전등이 나가거나 타일이 깨져도 쉽게 방치되곤 한다. 생명과학부 학생들이 사용하는 장비도 변화를 맞이하지 못한 채 건물과 함께 점점 늙어가고 있다.
 최한길 생명과학부학과장은 "우리 자연대 실험실의 경우 현미경이 가장 기초적인 기자재입니다. 그러나 실험에서 사용되는 현미경은 너무 오래된 모델이라 수리를 하고 싶어도 교체할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새 현미경을 요구해도 번번이 예산 부족이라는 말만 듣습니다"라며 교수가 학생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아무리 예산이 감축됐다 하더라도 자연대만 상대적으로 실험기자재 예산 감축 어려움이 더 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학과의 특성을 고려, 최소한 실험이 원활하게 진행될 정도의 지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한편, 실험실습실 H 조교는 지난해 과학관에서 실시한 설비 및 집기 교체작업 후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실험환경을 제공하고 학습의 흥미와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실험 수업 후 여러 조교가 모여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점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기들이 너무 옛날 모델이라 수업 진행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관리미흡, 부족한 예산, 쏟아지는 요구
 과거 우리대학은 '교수연구장비 : 공동기기장비 : 교육용장비 = 3 : 3 : 3'으로 연간 약 15억 원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교수증가, 학생수감소 등 많은 이유로 대학예산 상황이 악화됐다. 때문에 교수연구장비와 공동기기장비 예산을 줄이고 교육용기기구입에 예산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프라임사업과 같은 정부지원사업 덕에 과학관 주관으로 창의공과대학과 농식품융합대학 소속 학과들은 여러 지원을 받아 대부분의 시설을 교체했지만,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는 사업에서 제외돼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또한 대학특성화사업(CK-Ⅰ)의 지원금은 학과 주관으로 교수 연구용 장비 구입에 주로 사용돼 학생 실험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개선되지 못한 점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과학관은 해당학과에서 기자재 구입만을 요구하기보다는 관리체계를 정비했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실험실은 ▲전반적인 실험실 환경 ▲보관대, 락커 등의 집기 ▲실질적인 실험 기기 순으로 세팅이 이뤄진다. 매 학기 별로 점검을 실시해 각 실험실별로 들어온 수리 요청은 바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생명과학부 실험실은 많은 부분이 정리되지 않고 방치된 채 놓여있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수리 시기를 놓쳐 버리는 기기가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학관에서는 매 학기 방학마다 업체를 불러 실험도구 청소, 수리 등 학교 전체 실험실을 꼼꼼히 관리했다. 하지만 매번 들려오는 고장원인은 '관리부실'이 대부분이다. 사용 후 제대로 기기를 정리하고 세척하지 않거나 제때 수리요청을 하지 않아 교체시기를 놓쳐 기자재를 버리는 일이 다반사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생명과학부에 있는 기기들의 현황이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아 지원이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관 측은 매년 10, 11월 공문을 내려 각 실험실에 필요한 부문을 파악해 현장 방문을 거쳐 확인·점검한다. 하지만 실제 실험실에 가보면 교수도 모르는 곳곳에 먼지 쌓인 장비가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전반적인 기자재 조사 및 파악 없이 구입만 요구하니 매번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최근 생명과학부의 기자재 요청 사항을 살펴보면 학생들 교육에 필요한 기초 장비보다 연구용 장비신청 비중이 확연히 높다고 한다. 교육용 기자재 구입을 우선시하는 과학관 입장에서는 지원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예산 지원이 감소돼 낡은 기기를 사용하는 교수님 입장도 이해하지만, 학생들의 교육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용 장비구입이 가장 우선순위로 매겨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좋은 수업과 연구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교수 및 조교, 부족한 예산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학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만 노력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즉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지금까지 등을 돌린 채 자신의 입장만을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수 및 조교들은 학생들이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전공 실험실에 더 관심을 가지고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학과실습실에 가보니, 실험실 한 곳에서 여러 과목의 실험을 진행하며 따로 실험실 관리자도 없는 채 많은 기자재와 전반적인 환경이 방치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한다면 과학관과 더 수월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어려운 여건에도 실험도구 확보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과학관은 정부 지원 사업이 타 단과대학에 비해 부족한 자연과학대학에 눈을 돌려 과도하게 낙후된 곳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자연과학대학의 경우 눈에 잘 띄는 곳만 일부 교체를 진행한 곳이 많았다. 실제로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공간은 교체되지 않으니 학생들의 불만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한 작은 수고와 실천이 나비효과가 돼, 모두가 만족하는 선순환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임지환 기자 vaqreg@wku.ac.kr
  임채린 수습기자 dlacofls1014@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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