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 조상들이 후대에 남긴 물건으로 유적에 비해 작고 위치를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유물(遺物)이라 하고, 아주 오래 전에 간행된 책을 고서(古書)라고 한다. 그렇다면 고서는 유물인가? 책인가?
 타 대학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고서를 열람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사전 열람신청이나 열람 목적을 설명하는 절차는 없었지만 경우에 따라 열람 권수나 복사를 희망할 경우 복사하는 권수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사진을 찍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학에서는 제한했고 박물관에서는 허용했다. 열람 절차는 어렵지 않았지만 열람 자체를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한편 일본 소재 대학도서관과 문고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서들을 열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 달 전에 미리 열람을 신청하고, 원서를 열람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등 절차는 번거로웠다. 하지만 열람 승인 후 고서를 보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단지 사진을 찍는 것은 어디에서나 매우 엄격하게 제한했다. 국내 경우와 다르게 열람 목적이 분명하다면 원하는 만큼 열람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열람 대상 서적들은 가까이로는 100년 정도, 멀리는 500년이 지난 서적들이었다. 국내외 모두 고서를 대상으로 했지만 신청과 열람 과정은 매우 다른 상황을 겪으면서 다시 생각해 봤다. 과연 고서는 오래 전에 남겨진 유물일까? 단지 오래된 책일까? 국내에서는 유물로 대하고 일본에서는 책으로 대한다는 느낌은 개인적인 생각이었을까? 고서를 유물이라 생각한다면 자주 꺼내어 만지거나 열어보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고서를 단지 옛 사람들이 남겨놓은 책이라 생각한다면 오래되어 조심스럽게 다루면 될 뿐이지 그저 책일 뿐이다. 오히려 자주 펼쳐보고 열어보아야 벌레도 슬지 않는다.

 우리 대학 중앙도서관에도 고서실을 갖추고 있으며 많은 서적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 해 무더운 날씨에 온도나 습도 조절 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매우 열악한 상태로 소장되어 있는 서적들을 보았을 때 다른 고서에 대한 디지털화 작업을 통해 웹상에서 고서를 열람할 수 있는 환경을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욕심인지 모른다. 고려대학교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해외 소재 우리나라 고서들을 디지털화하여 온라인상에서 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 버클리대학교 동아시아도서관, 일본 동양문고 소장 도서들에 대한 작업을 마쳤고, 일본 동경대학 오구라문고, 경도대학 가와이문고, 오사카부립 나카노시마도서관 소장도서들은 진행 중이다(http://kostma.korea.ac.kr/). 당장 우리 학교도 이러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조금은 더 나은 환경에서 고서들을 소장하고, 후학들도 고서를 읽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기를 바란다. 아무리 오래 전에 만들어진 책이라 하더라도 단지 책으로 만나고 싶다. 고서는 그냥 책일 뿐이다. 단지 오래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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