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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58회 '원광 전국 고교 현상문예 백일장' 당선작 (산문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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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1  15: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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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부문 장원>

 

                     종소리


                                                                                  강초연(전주성심여고)

 


 동생의 차가 어제보다 더 낮게 가라앉았다. 바다는 연탄가루를 풀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짙은 검은색이었다. 말없이 바라보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 옆에 서있던 보험회사 직원이 내게 이제 그만 동생의 빈소로 가보라며 나를 부추겼다. 동생의 영정은 상상만으로도 손끝이 저릿하게 아팠다. 대답 대신 생각을 했다. 아빠가 항상 우리를 태운 채 달리던 익숙한 길이었다. 동생은 분명 저 구간에 울타리가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동생이 바다로 차를 몰고 뛰어든 것은, 적어도 내겐 명백한 고의였다. 왜 그랬니. 속으로 독백에 가까운 질문을 했을 때였다. 동생의 차 옆으로 무언가가 떠올랐다. 동생의 딸이 타고 다니던 작은 분홍색 자전거였다. 동생의 대답이었다.
 나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아버지께 자전거를 선물 받았다. 매일같이 그 자전거를 탔다. 동네 친구들과 시 끄럽게 종을 울리며 골목을 쏘다녔다. 그럴 때면 내 동생은 대문 옆에 서서 꾸준히 날 바라봤다. 동생의 눈빛은 절실했다. 자신도 그 사이에서 놀고 싶다는 마음이 눈동자 위로 훤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나는 동생과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동생은 나보다 6살이나 더 어렸다. 꼬맹이는 끼워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게다가 혹여 자전거 위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어머니의 불호령에 벌써부터 귀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동생이 홀로 토라져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열심히 허공을 응시했다. 그게 몇 번 반복되자 동생은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동생은 내가 잠시 낮잠을 자거나 숙제를 할 때면 몰래 내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그 작은 몸집으로 대체 어떻게 자전거를 움직인 건지 아직까지도 의문스러웠다. 동생은 그렇게 끌고 나간 자전거에 올라타 종을 울렸다. 그럼 나는 득달같이ㅤ쫒아나가 소리를 왁 질렀다. 동생은 항상 놀라며 페달을 밟기도 전에 자전거 아래로 떨어지듯이 내려왔다.
 동생의 사고가 일어나기 며칠 전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오빠, 나 이혼할 거야."
 나는 그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서 후덥지근하게 끓던 무언가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너는 딸 생각도 안하냐? 너희가 무슨 애인 사이야? 마음에 안들면 헤어지게?"
 못난 자식 둘 밖에는 없는 어머니에게 의사 사위는 평생의 자랑거리였다. 이 소식을 듣는다면 혼절이라도 하실 게 분명했다. 나는 입에 칼이라도 문 것처럼 동생을 날카롭게 쏘아댔다. 동생은 콧물을 한 번 들이키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동생의 휴대폰에 남은 마지막 기록이었다. 영안실에 누워있던, 피멍이 가득한 동생의 몸을 떠올리면 순식간에 토기가 차올랐다.
 언젠가 동생이 내 고함에 놀라 내려오다가 무릎이 크게 까진 날이었다. 나는 혹여나 어머니께 혼날까 싶어 미리 동생의 무릎에 약을 발라줬다. 그리고 처음으로 동생에게 물었다.
 "종은 맨날 왜 울리는 거냐?"
 조용히 타고 가면 되잖아. 내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동생이 작게 속삭였다.
 "내가 넘어져도 오빠가 못 잡아줄까봐."
무서워서. 나는 그 말에 한참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동생은 내가 소리를 지르기 전까지는 나름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았다. 어쩌다 다치게 된다면 열에 아홉은 내 탓이었다. 그럼에도 동생은 내가 잡아주길 원했다. 그 아이는 커서도 변함이 없었다. 종이 아닌 전화로 내 보호를 원함을 말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변함이 없었다. 나는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 그 아이를 되려 넘어트려 버렸다.

 

 

 

당선 소감 - 산문 장원 강초연(전주성심여고)

 

 안녕하세요. 저는 '58회 원광대학교 전국 고교문예백일장'에서 산문 장원에 당선된 강초연입니다.
 먼저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이토록 큰 상을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감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제가 당선되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습니다. 백일장이 끝난 이후에는 예선에 참가하여 문제없이 글을 완성 시켰으니 그걸로 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낙심한 적이 많았기에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전해진 장원 당선 소식은, 너무도 감사하고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상을 받기 전까지 저는 제 글에 대한 확신이 많이 부족했고,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과연 맞는 걸까' 라는 의문이 매번 저를 휘감았습니다. 언제나 문학을 사랑하고 또 동경해왔지만,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큰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니,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고 또 벅찹니다. 새로운 원동력을 얻어 가슴이 설레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제게 상을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어머니, 아버지와 언니에게 언제나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선생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이 상을 계기로 자만하지 않고,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산문 부문 차상>

 

                   박씨의 자전거


                                                                                   이수련(고양예고)

 


 마을 입구에서 대로변을 따라 십 분쯤 걸어 들어오면 박씨와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중화요릿집이 있었다. 간판은 중화요릿집이라고 달아두었지만 메뉴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 그리고 서비스로 제공되는 볶음밥이 전부였다. 가게는 작고 길 한쪽에 치우쳐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모른 채로 지나쳐갔다. 배달을 시켜먹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 짜장면이 어디서 출발해 오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로 박씨 가족의 지인이나 눈썰미 좋은 화물 기사들이 가게를 찾았고 가게는 그런대로 운영됐다.
 박씨의 아내가 뜨거운 짜장면을 올려놓으면 박씨가 그것을 포장해 철가방에 실었다. "다녀오겠수." 박씨는 자전거에 철가방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가 빠르고 가볍게 차도를 향해 달려나갔다. 이 자전거는 원래 등산용이었지만 뒤에 짐을 싣고 달릴 수 있도록 박씨가 개조한 것이었다. 박씨는 차가 잘다니지 않는 매끄러운 포장도로를 달렸다. 오토바이 부럽지 않게 빠른 속도로 달려간 박씨는 뜨끈뜨끈한 짜장면을 배달했다.
 돌아오는 길에 박씨는 자전거용 등산로를 발견했다. 박씨가 방향을 틀어 그 앞에 멈춰섰다. 자전거 핸들을 꼭 움켜쥐고 산비탈 길을 내려오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돌부리와 나무뿌리를 가볍게 넘으면서 퉁, 퉁, 퉁 경쾌하게 미끄러지는 모습을 더 늙기 전에 꼭 산을 타야겠다는 다짐으로 등산용 자전거를 산 것이었지만 정작 일이 바빠 산을 타 본 적은 없었다. 매일 같은 포장도로를 왔다 갔다할 뿐이었다. 박씨는 자전거로 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불 앞에서 면을 삶고 있을 아내가 떠올라 곧장 돌아갔다. 익숙한 길과 풍경을 지나치면서 가게 근처에 국수공장이 들어선 것을 발견했다.
 "국수집 근처에 국수공장이라니." 또 다른 국수집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박씨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박씨의 가게에서 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프랜차이즈 짬뽕집이 들어섰다. 알고 보니 그 공장은 짬뽕 집에 납품할 면을 만드는 같은 계열사 공장이었다.
 짬뽕 집은 가게 입구에 풍선을 달고 개업 이벤트를 열었다. 지나가던 차들이 '어, 여기에 이게 있었네."하고 멈춰 서서 짬뽕을 한 그릇씩 먹고 갔다. 해가 지고 컴컴해지면 짬뽕 집 간판만 환하게 빛났다. 박씨네 가게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간판이었다. 박씨의 아내가 혼자서 반죽을 하고 면을 뽑고 삶을 동안 공장에서는 빠른 속도로 면을 쭉쭉 뽑아냈다. 박씨가 종아리가 터지도록 페달을 밟아 달릴 동안 오토바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박씨를 지나쳐갔다. 박씨의 친구들은 종종 가게에 들러서 말했다. "너두 스쿠터 하나 사야하는 것 아니야. 박씨는 머뭇거리다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그런 것 탈 줄 몰라."
 어느덧 박씨의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줄어들어 박씨와 아내가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들은 무너지려는 정신을 붙잡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이벤트를 열었다. 그러나 얼큰한 짬뽕국물과 빠른 배달 속도에 반한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씨가 철가방을 고정시키고 포장도로를 달렸다. 등산 도로같은 것에 눈을 돌릴 시간도 없이, 땀을 흘리며 페달을 밟았다. 세상은 자전거가 아니라서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밟은 만큼 나아가지 않았다. 짬뽕 집 오토바이가 보란 듯이 박씨를 지나쳐갔다. 박씨는 매연에 콜록이며 핸들을 꽉 쥐었다. 저 놈만은 따라잡을 것이다. 그러나 오토바이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고 박씨는 거친 숨을 쉬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박씨의 자전거가 스르르 멈춰섰다.

 


당선 소감 - 산문 차상 이수련(고양예고)


 저는 글 쓰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묘사가 단단하고, 서사가 단단하고, 비유와 상징이 있고,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글이 몇 편 없고 그것마저도 또래 친구들의 수상작에 비하면 부족해 보입니다. 자전거를 시제로 글을 쓰고 나오면서도 아쉽기만 했습니다. 발상을 좀 더 잘 해볼걸, 다른 이야기를 써볼걸, 아예 다른 시제로 써볼걸. 그래서 시상식에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놀랐습니다. 제 글을 좋게 읽어주신 분들이 있으니 제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상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내 글을 혼자서 멋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 아무리 제가 쓴 글이지만, 제 시선이 꼭 객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잘 쓴 글, 못 쓴 글을 나누지 말고 일단 꾸준히 써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공개하기를 부끄럽게 여겼던 제 소설들에게 사과하고 싶습니다.
 제 글을 심사해주신 원광대학교 심사위원님들께 감사합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글을 쓰겠습니다. 할 수 있다면 할머니가 되어도 계속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가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응원해주시는 어머니 정미경, 아버지 이재원과 동생 이가영, 귀여운 내 친구 이쭈꾸 이화랑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산문 부문 심사평>

 
세상과 소통하는 고유의 시선


 예술은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한다. 문학 또한 상식적인 시선을 넘어서서 새로운 시선으로 인간의 존재와 사회의 현실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망하기를 요구받는다. 문학의 참신함이란 단순히 새로운 형식, 아름다운 문장, 정제된 글쓰기 등 한낱 기교에 그치지 않는다. 예술과 문학의 참신함은 기교가 아닌 진정성에서 우러나온다. 진정성이란 솔직함이며,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자세이기도 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진정성이다. 문학에 막 발을 내딛은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그 목소리는 설령 무언가가 부족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기성 문인이나 전통적 문학에 익숙한 독자들이 포착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해 낼 수 있다. 그것이 참신함이다.
 이번 백일장에도 현재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한국이라는 사회, 학교라는 제도, 가족이라는 관계를 어떻게 수용하고 해석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났다. 문학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 사회와 소통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표현해 내는 작품들이 많았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언론에 보도된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들이 간혹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 미디어에서 얻게 되는 정보들에 대한 본인만의 성찰과 사유가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꾸준한 성찰과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읽어내는 자신만의 시선을 만들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심사위원들은 강초연의 「종소리」, 이수련의 「박씨의 자전거」, 서은총의 「아무도 고칠 수 없는 자전거」, 김은서의 「사각지대」, 박나연의 「늙은이와 낡은 자전거」, 장서윤의 「그림자 만드는 법」, 그리고 이은지의 「그림자」를 눈여겨보았다.
 강초연의 「종소리」는 자전거라는 소재에서 '중심잡기'라는 주제를 잘 포착하여, 결혼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동생의 삶이 중심을 잡지를 못하고 넘어지는 순간과 그 동생을 잡아주지 못한 오빠의 후회와 죄책감을 잘 형상화하였다. 백일장의 특성 상 제한된 분량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동생의 위기, 자살, 과거의 자전거 타기 추억, 현재 오빠의 감정 등이 압축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구성되었다. 이수련의 「박씨의 자전거」는 쇠락해 가는 짜장면 집 박씨에 관한 이야기다. 낡고 쇠락하여 세상에서 밀려나는 박씨의 모습을 단순한 감상에 빠지지 않고 차분하게 그려내었다는 점이 마음을 울렸다. 그러나 동네 가게와 프랜차이즈, 자전거와 오토바이, 느림과 빠름 등의 모티프가 기존의 보편적인 대비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서은총과 김은서의 글은 시각의 전환과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였고, 박나연, 장서윤, 이은지의 글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잘 전달되었다. 모두 안정된 글쓰기가 돋보였던 만큼 앞으로 좋은 작품들을 계속 써나가기를 기대한다. 장원을 비롯한 입상자들 모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심사위원/

정영길(소설가,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주라(문예창작학과 교수), 장마리(소설가), 김용상(의사소통센터 교수), 김기용(글쓰기 교수), 한인철(글쓰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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